'중국 반도체 공장 확장 차단'...바이든, 네덜란드 ASML 설비 수출 금지 압박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최지현 기자
입력 2021-07-18 14:11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홍콩·신장·대만 관련 대중 압박도 강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핵심적인 반도체 생산 설비를 생산하는 네덜란드 ASML의 중국 수출길에 압력을 넣고 있다. 국가적 지원을 앞세워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생산설비를 대규모로 확장하는 '반도체 굴기' 행보에 제동을 건 것이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네덜란드 정부가 미국의 압력으로 중국에 대한 ASML의 첨단 노광장비 수출 허가를 보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은 지난 2015년 당시 모습.[사진=AFP·연합뉴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1월 20일 취임과 동시에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네덜란드 정부에 대중 수출 제한을 요구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WSJ은 "해당 사안은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최우선 업무였다"면서 설리번 보좌관은 2월경 네덜란드 총리 보좌관과 만난 자리에서 "선진 기술에 대한 긴밀한 협력"을 강조하며 대중 수출 제한 문제를 공식적으로 거론했다고도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중 수출을 제한하려는 ASML의 극자외선 노광장비로, 5㎚(나노미터) 이하의 미세한 회로를 실리콘 웨이퍼에 새길 수 있는 유일한 장비다. 따라서, 해당 설비 제품 한 대의 가격만 해도 1억5000만 달러(약 1712억원)에 달한다.

신문은 바이든 행정부가 해당 사안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의 기조를 그대로 계승했다고 평가했다.

지난 2019년 찰스 쿠퍼만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네덜란드 외교관을 백악관에 초청한 자리에서 "좋은 동맹은 이런 장비를 중국에 팔지 않는다"고 말하며 대중 수출 제한을 압박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당시 쿠퍼만 부보좌관은 ASML의 설비 제품이 미국산 부품도 사용한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해당 부품의 네덜란드 수출을 금지할 수 있다"는 협박까지 동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는 네덜란드를 상대로 한 대중 수출 금지 압박을 트럼프 전 행정부보다 완화하는 한편, 유럽 지역 동맹과 함께 관련 협력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중국 당국은 자국 반도체 제조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해당 설비를 어떻게든 수입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미국 행정부의 방해로 아직 수입하진 못한 상태다.

특히, 중국 내에서 해당 장비를 자체 개발하더라도 ASML의 기술 수준에 도달하기에는 최소 1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추정돼, 중국으로선 미국과의 기술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불러오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4년 중국의 반도체 산업 청사진인 '반도체산업 발전추진요강'을 발표하고 2015년부터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왔다. 이러한 정책의 결과가 중국 최대 반도체 기업인 SMIC다.

그간 중국 당국은 자국 기업의 생산량은 내수 시장이 소화하도록 유도하면서 전체 반도체 산업의 생산량을 극대화했는데, 이를 위해 각 기업은 반도체 생산 설비를 단기간에 대규모로 도입했다. 특히, 지난 2019년부터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하자, 중국 당국은 이러한 전략을 더욱 가속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와 일본반도체장비협회(SEAJ)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반도체 장비 수입 규모는 187억 달러(약 20조9400억원)로 전년 대비 39% 급증하며 전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전년도인 2019년에도 중국은 대만(171억200만 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인 134억5000만 달러나 투입해 자국의 반도체 제조 설비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인권·민주주의 탄압 명분'...홍콩·신장·대만 관련 대중 압박도 강화

한편, 바이든 행정부는 홍콩 자치권 문제를 놓고도 중국 당국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16일 미국 재무부와 상무부, 국토안보부는 공동 성명을 통해 "홍콩에서 미국인 한 명을 포함한 외국인들이 홍콩 국가보안법에 따라 체포됐다"며 홍콩에 진출한 자국 기업을 상대로 위험성을 경고했다.

미국 행정부가 홍콩 내 자국 기업을 향해 권고문을 내놓은 것은 지난해 6월 홍콩에 대한 관세, 투자, 비자발급 등의 특별대우를 박탈한다고 밝힌 이후 1년여 만이다.

아울러, 미국 정부는 홍콩 인권 탄압에 연루된 중국 관료 7명도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들은 모두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 소속 부국장급 인사로, 대상자들은 미국 내 자산 동결 등의 불이익을 받게 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홍콩과 신장, 대만 등에 대한 중국 당국의 인권 탄압과 민주주의 훼손을 문제 삼으며 연일 추가 제재를 발표하고 있다.

지난 9일 미국 상무부는 중국 신장 위구르자치구의 무슬림 소수민족에 대한 인권 탄압을 이유로 14곳 중국 기업을 규제 대상(총 23곳으로 늘어남)으로 추가했으며,

13일에는 미국 국무부·재무부·상무부·국토안보부·노동부·미국무역대표부 등이 공동으로 자국 기업에 대해 신장 지역과 관련된 투자와 거래에서 철수하도록 권고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