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A·퇴직연금 시장서 '은행→증권사' 대이동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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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봄 기자
입력 2021-07-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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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제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및 퇴직연금 시장에서 '은행→증권사'로의 자금 이탈이 더 가속화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은행들의 상장지수펀드(ETF) 실시간 매매 허용 요청에 거절 입장을 밝히면서, 벌어진 수익률 격차를 줄일 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은행권에 ‘ETF 실시간 매매’를 허용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앞서 일부 은행은 금융당국에 ‘증권사에 은행 명의의 증권계좌를 개설해 개별투자자의 ETF 및 주식을 취합해 집합주문·매수하고 그 ETF 및 주식을 일임형 ISA 고객은 투자자 계좌에 배분해도 되는지’ 법령해석을 요청했다. 일임형 ISA는 개별 주식 투자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개선해 수익률 부진에서 벗어나겠다는 취지다.

이와 함께 은행들은 퇴직연금(DC, IRP) 신탁 가입자인 고객으로부터 운용지시를 받아 실시간 또는 일정한 시차를 두고 ETF를 운용자산으로 편입해 운용하는 방안을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지난해부터 증시 활황이 이어지면서 개인형 퇴직연금(IRP) 운용상품으로 ETF를 선택하기 위해 은행에서 증권사로 고객이 이탈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다. 현재도 은행 퇴직연금 계좌에서 ETF를 사고 팔 수 있지만, 신탁 형태로 편입돼 고객이 거래 가격이나 매매 타이밍을 정할 수 없어 수요가 많지는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규제 개선 요청을 받아들일 경우 증권사의 업무 영역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금융위 측은 “투자자 계산의 재산을 은행 고유계정의 증권계좌에 보유하고 그 손익을 고객에게 귀속시키는 것은 은행업 등에서 허용되는 것으로도 보기 어려우므로, 자본시장법 제98조 제1항 제1호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며 “ETF 위탁매매업무는 일반적인 펀드의 판매·환매와는 다르게 상장증권의 위탁매매에 해당되는 것으로, 은행에 허용된 집합투자증권의 투자중개업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이 은행의 규제 개선 요청에 잇단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은행권은 고객 지키기에 비상이 걸렸다. 은행으로선 ETF 실시간 매매가 증권사와의 수익률 격차를 줄이고 고객 이탈을 막을 유일한 방안이 불가능해지면서 계좌 갈아타기를 막을 요인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은행에서 증권사로의 머니무브 현상은 가속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5월 말 기준 은행의 ISA 가입자 수는 110만3078명으로, 지난해 말(178만3066명)보다 68만명 가까이나 이탈했다. 반대로 증권사의 경우 지난 5월 말 80만4944명의 고객을 유치해 지난해 말 대비 417% 급증했다. 은행권의 ISA 수익률이 1%에 머무르며 부진한 사이, 증권사들은 투자자가 직접 주식을 운용할 수 있는 ‘중개형 ISA’를 출시해 고객을 끌어모으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5월 말 기준 증권사 중개형 ISA 가입자는 72만명으로 한 달 새 14만명 넘게 늘었다. 중개형 ISA 상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증권사도 있는 만큼, 투자금 이탈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퇴직연금 시장도 증권사로의 자금 이탈이 뚜렷하다. IRP 시장에서 증권사의 점유율은 지난해 말 21%에서 올 1분기 24.4%로 3% 포인트 이상 높아진 반면, 은행권 비중은 같은 기간 69%에서 67%로 2% 포인트나 하락했다. 증시 활황을 타고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한 증권사 퇴직연금 계좌로 자금을 옮긴 투자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투자 열풍을 타고 은행을 통해 ISA 및 퇴직연금에 가입한 고객 사이에서 ETF 실시간 매매를 원하는 수요가 있었다”며 “금융당국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수익률 차이에 따른 머니 무브 현상을 막을 다른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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