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과감한 친환경 행보…탈탄소·경제성장 다 잡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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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2021-07-1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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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의 친환경 행보가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은행은 15~16일 진행된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 새 자금공급제도의 골자를 확정했다. 탈탄소화에 공헌하는 투자와 융자를 하는 금융기관에 금리를 0%대로 자금을 제공하는 내용들이 포함됐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16일 보도했다. 

지난주 일본은행의 탈탄소 정책을 전망했던 블룸버그는 "일본은행은 중앙은행이 민간의 기후 변동 대응을 지원해 나가는 것이 긴 안목으로 본 매크로 경제의 안정에 이바지한다고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은행의 탈탄소 프로그램은 올해 안으로 실시한다. 일단 지속기간은 오는 2030년도까지로 정했다. 앞서 블룸버그 애널리스트들이 예상한 4년을 훌쩍 뛰어다. 지난주 블룸버그는 일본은행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전망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애널리스트 중 절반이 넘는 58%는 그린인센티브 제도가 4년 이하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 바 있다. 

다만 이자 지원율은 연구원들의 전망보다는 낮아졌다. ​설문조사에 응한 연구원들 중 43%는 일본은행이 친환경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은행들을 대상으로 예치금에 0.1%의 이자를 제공할 수 있다고 보았다. 14%의 연구자는 이자율이 0.2%가 될 수도 있다고 보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친환경 인센티브가 경제 살려 
일본은행은 기후변화 대응 관련 대출을 하는 금융기관이 BOJ 당좌계정에 예치하는 돈에 대해 금리가 0%가 되는 부분을 늘리기로 했다. BOJ는 당좌계정 일부에 마이너스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사실상의 보조금 격인 가산금리 제공 조치는 보류됐다. 

다만 BOJ가 그린본드와 지속가능성 채권에 투자하고, 탈(脫) 탄소로 전환하는 과정에 필요한 설비투자 자금 등을 지원하는 내용은 포함됐다. 이와 함께 BOJ는 이날 '기후 변화에 대한 대처 방침'을 발표했다. 

기후변화가 경제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대응방안을 함께 마련하는 공통 시나리오 분석'을 시도하겠다는 것이다. 금융기관들과 함께 이뤄지는 이같은 분석을 통해, 기후변화를 가정한 상황 속에서 금융 기관이 재무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분석과 조사가 이뤄진다. 또 BOJ가 보유한 외환 보유액 등의 외화 자산운용도 검토하고 외화 그린 국채 구매 등을 추진하게 된다. 

앞서 블룸버그는 총 47명의 애널리스트 중 3분의 2가 BOJ의 새로운 기후변화 프로그램이 지난 3월 19일 도입된 '대출촉진부리제도'의 구조를 적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은행은 지난 2016년 2월부터 단기정책금리를 -0.1%로 인하하는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면서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일본의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금은 일본은행의 기대만큼 시장에 공급되지 못했다. 때문에 BOJ는 은행들이 일본은행에 예치하고 있는 당좌예금의 시중자금을 공급할 경우 일정 금리를 인센티브로 부여하는 대출촉진부리제도를 도입해 시중자금 확대에 나섰다. 

이미 일본은 코로나19 확산 대응을 위해 지난해 대출촉진부리제도를 도입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가 크게 타격을 입은 가운데, 은행이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기업 등에 돈을 빌려준 경우 그만큼에 해당하는 당좌예금 이용잔액에 연율 0.1~0.2%의 이자를 지급해준 것이다. 이후 일본은행은 이 같은 제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올해 3월 공식적으로 '대출촉진부리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플러스 이자를 지급하는 방안은 이번에 포함되지 않았고 대신 이자율은 0%에 제공하는 방안을 넣었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

 
"일본 경제 부활의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일본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통화완화 정책이 가장 늦게 긴축으로 돌아설 수 있는 나라로 꼽히고 있기도 하다. 미국 등에 비해 물가상승률이 낮을 뿐만 아니라 경기회복세도 약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본은행이 장기간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자산매입 프로그램도 현재 규모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림다. 

JP모건증권의 우카이 히로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향후 일본은행의 금융정책은 경제성장 가능성을 높이는 것을 지원해 나갈 필요가 있다"면서 "기후변화 대응 운영도 그 첫걸음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속적 경제 성장을 위한 중앙은행의 선제적 지원 중 하나가 기후변화 대응 인센티브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중앙은행이 본분에서 벗어나 지나친 개입에 나선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미즈호 은행의 가라카마 다이스케 수석 마켓·이코노미스트는 "중앙은행이 중립성 훼손에 대한 우려를 받으면서까지 기후변화에 대응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어 "소득·자원 배분에 중앙은행이 개입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는 더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존의 틀에서 보면 기후변화 대응은 중앙은행의 업무 소관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세계 중앙은행들 사이에서는 기후변화가 경제성장과 금융 안정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지난 5월 영국 중앙은행은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자산을 이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기후변화에 대해 더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중국과 싱가포르 중앙은행이 녹색금융에코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명한 아시아전문 칼럼니스트인 윌리엄 페섹은 최근 닛케이아시아 기고를 통해 "BOJ는 이 같은 움직임을 통해 두 가지 측면에서 판을 바꿔버리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나는 2013년 아베 신조 당시 총리가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를 영입했을 때 느꼈던 일본은행에 대한 기대감을 만회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며, 둘째로는 일본이 아시아에서 경제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재생 에너지 혁명으로 정책의 무게가 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일본을 2050년까지 탄소 제로에 도달하도록 만드는 기반이 될 수 있다고 페섹은 지적했다. 

이어 페섹은 "2013년부터 디플레이션을 뒤집기 위해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지만, 디플레이션 압력은 여전히 존재한다"면서 "친환경에 무게를 싣는 것은 일본 경제의 부활을 위해 매우 긍정적인 움직임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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