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 오르는 집값, 중앙은행들 딜레마에 가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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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2021-07-11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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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상승이 전 세계 중앙은행의 선택을 더욱더 어렵게 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부양책에 대한 고삐를 너무 늦게 죌 경우 부동산 거품이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치솟는 주택가격은 중앙정부의 위기 대처에 있어 핵심 시험대가 될 것"이라면서 "부양을 심하게 조일 경우 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으며, 자산가격 급락을 불러와 코로나19 이후 경기회복을 위협할 수 있다"고 11일 지적했다.
"MBS 매입 줄이자"···연준에서는 이미 경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금융시스템 붕괴를 촉발한 것은 바로 주택시장이었다. 지나치게 부풀어 올랐던 주택가격의 붕괴는 금융시스템 전반을 뒤흔들었다. 블룸버그는 "최근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일부 관료들이 자산매입규모 축소에 대해 언급하는 이유 중 하나는 주택시장의 지나친 과열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연준 내부에서는 주택시장 과열 진정을 위해 연준이 모기지담보증권(MBS) 매입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을 하는 이들은 연준의 MBS 매입이 모기지 금리를 낮추면서 투자자들의 주택 매입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달 미국 전국부동산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Realtors)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5월 기존주택판매 중위가격(median price)은 전년동기 대비 23.6%나 상승한 35만 달러를 기록했다. 사상 최고치다.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지난달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2% 물가상승률 목표 달성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경제를 지속할 수 있게 성장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부동산에서 흔히 발생했던 거품-붕괴 주기가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로젠그렌 총재는 "이번에 붕괴가 반드시 온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주택시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면밀히 지켜볼 필요는 있다"면서 "미국과 세계 주택시장에서 거품-붕괴 주기는 여러 차례 반복되면서 금융 안정을 위협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최근 급등하고 있는 주택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서는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해 연준이 지난해부터 사들이고 있는 MBS의 규모 축소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민이 큰 곳은 미국뿐만이 아니다. 뉴질랜드, 캐나다를 비롯해 한국 중앙은행도 부동산 급등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통화정책회의를 앞둔 이들 국가의 중앙은행은 경제회복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집값 안정을 이뤄낼 방법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뉴질랜드는 전 세계에서 주택가격이 가장 급등한 지역 중 하나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글로벌 버블랭킹'에서 1위를 차지한 곳이기도 하다.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뉴질랜드가 연내 금리 인상을 할 것이라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ASB를 비롯해 뉴질랜드 4개 주요 은행은 모두 뉴질랜드중앙은행(RBNZ)이 11월에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다우존스가 7일 전했다. 주택시장을 중심으로 경기가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긴축에 무게를 싣고 있다는 것이다. RBNZ는 오는 14일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있다. 예정보다 일찍 금리 인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외환시장에서도 달러 대비 뉴질랜드 달러의 가치가 오르고 있다.

캐나다 역시 치솟는 주택가격 탓에 선진국 중 가장 먼저 긴축적인 입장으로 돌아선 곳 중 하나다. 캐나다는 또 미국의 경기부양에 힘입어 덩달아 강한 성장세를 보이는 국가 중 하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 "미국의 강한 경제 성장세가 인접국 캐나다와 멕시코 경제도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경기회복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주택시장 과열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자 캐나다의 긴축은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지난 4월 캐나다 중앙은행은 채권매입 프로그램 규모를 축소했다. 금리 인상 전망 시기도 2023년에서 내년 후반기로 앞당겼다.

블룸버그는 한국은행 역시 부동산 가격의 급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가계부채에 부담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최근 악화하고 있는 코로나19 상황이 한은의 통화정책위원회에서 부각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주택값 급등에 대한 우려는 일부 국가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유럽을 비롯한 세계 다른 지역에서도 팬데믹 시대 치솟는 주택가격을 어떻게 안정시킬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경기회복 망치지 않고 서서히 바람을 빼는 게 관건

국제결제은행(The Bank for International Settments)은 지난달 발표한 연간 보고서를 통해 전염병 기간 집값이 근본원칙보다 더 가파르게 상승했으며, 이로 인해 대출비용이 증가하면 이 부문의 취약점이 증가한다고 경고했다.

일본은행 이사를 지냈으며, 현재 미즈호종합연구소에 몸담은 몸마 카즈오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 부양책이 점차 줄어들 수는 있지만, 이것이 어떻게 담보대출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수 있는가가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통화정책이 주택시장 급등 억제와 같이 특정한 목적으로 사용될 경우 경기회복을 지나치게 억제하는 등 다른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현재의 과열을 두고 볼 수만도 없는 일이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분석에 따르면 주택시장은 이미 2008년식 거품 경보를 보이면서 금융불균형에 대한 경고를 촉발하고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 초점을 맞춘 블룸버그 경제 대시보드에 사용된 주요 지표에 따르면 뉴질랜드, 캐나다, 스웨덴은 세계에서 가장 거품이 많은 주택시장으로 꼽힌다. 영국과 미국도 위험 순위 상위권에 근접해 있다.

국제통화시스템 전문가인 라이프치히대학의 군터 슈나블 교수는 블룸버그에 "가장 좋은 접근법은 중앙은행 대차대조표의 확장을 막는 것"이라면서 "이어 장기간에 걸쳐 매우 느리고 지속적으로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코로나19 시대 원격근무 등으로 주택에 대한 강한 수요가 있는 것은 갑작스러운 붕괴의 위험은 다소 줄여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제임스 메로이 HSBC 이코노미스트는 “만약 주택가격 상승이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때문에 오른다면, 이전과 비슷한 주택가격 상승기와 같은 위기를 맞지 않을 것이다"라면서 "만약 더 젊은 사람들이 자산에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매기기 시작하면, (주택가격 상승) 문제는 나중에 더 심각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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