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소통 리더십에 반기 든 'MZ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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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희 기자
입력 2021-07-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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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 회장 "수평적 소통 조직문화 정착" 강조하지만

  • MZ세대 최근 "내부문제 해결해달라" 잇따라 청와대 청원으로

  • 과도기일뿐 vs 군대식 문화 여전…시선 '극과극'

  • "잡음 당연할 수도…더 건강한 조직되는 과정"

“저부터 솔선수범해 여러분과의 수평적 소통을 확대하고 개개인의 다양한 개성과 역량이 어우러지는 조직문화가 정착되도록 더욱 힘쓰겠다. 미래 시장 리더십 확보 원동력은 우리로부터 돼야 한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1월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신년회에서 임직원들에게 강조한 말이다. 친환경차와 도심항공모빌리티, 로보틱스 등 그룹의 미래 사업 전환에 있어 소통을 통한 임직원들의 창의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의 이 같은 소통 혁신에 제동이 걸렸다. 내부 불만이 안에서 해소되지 않으며, 밖으로 우후죽순처럼 튀어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 해결이 어려운 사람들이 사실상 마지막으로 찾는 청와대 청원 게시판이 대표적인 예다.

최근 현대차그룹 내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주장을 담은 청원이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지속적으로 게시되고 있다. 영어말하기시험 SAP 변경, 급식업체 교체 등 다소 민감한 이슈도 많다.

지난 1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한 재벌그룹의 영어말하기시험 주관사 부당지원 의혹을 밝혀주세요’에 따르면 현대차 임직원은 이 회사가 선택하고 있는 SAP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다.

범용성이 적은 영어말하기시험을 신입사원 채용 전형, 주요 계열사들의 승진, 주재원 선발 등에 활용해 어쩔 수 없이 배우고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SAP의 경우 토익스피킹 등과 달리 현대차그룹 계열사를 제외하면 활용할 수 있는 곳이 제한적이다.

지난달 25일에는 자신을 현대차그룹에 근무하는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직장인이라고 소개한 한 청원인이 ‘현대차그룹이 왜 꼭 현대그린푸드에서 급식을 공급받아야 하느냐’며 조사를 요청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부당지원 등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혐의로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기·삼성SDI·삼성웰스토리에 시정명령과 함께 총 2349억2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삼성전자를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계열사인 삼성웰스토리에 급식 물량을 몰아줬다는 게 주요 원인이 됐다. 현대차그룹으로서도 내용과 관련 없이 부담스러운 주제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밖에도 최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현대엠엔소프트와 현대오토에버, 불공정한 합병비율 개선’ 등 내부에서 해결돼야 할 다양한 문제가 게시되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극과 극으로 나뉜다. 정 회장의 소통문화가 정착하는 과정이라고 보는 측과 겉으로는 바뀌지만 내부는 여전히 군대식 문화가 남아있기 때문이라는 측이다.

전자의 경우 정 회장이 그룹을 본격적으로 이끌기 시작한 2018년 9월 이후 도입한 직급·호칭 체계 축소·통합, 승진연차 제도 폐지, 유연 근무제 도입, 복장·점심시간 등 자율화의 결과로 본다. 지금까지 밖으로 얘기하지 못했던 것들이 자연스럽게 나오면서 변화의 과정에 있다는 견해다.

반면에 후자의 경우 자기 생각을 가감 없이 표출하는 MZ세대에 있어 현대차그룹은 여전히 군대식 조직이라고 본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현대차그룹 관련 내용이 그 증거로 충분한 소통이 이뤄졌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주장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이 수장에 오르기 전까지만 해도 순혈주의, 군대식 문화 등이 조직을 상징하는 단어였다”며 “변화의 과정에서 잡음이 있을 수밖에 없고, 이 같은 과정에서 더욱 건강한 조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오른쪽 끝)이 지난 3월 온라인으로 열린 임직원 소통프로그램 타운홀 미팅에서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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