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19일부터 완전 봉쇄 해제 강행...'도박인가, 백신 자신감인가?'

최지현 기자입력 : 2021-07-06 14:18
마스크 착용·사회적 거리 두기·재택 근무 등 방역 조치 대부분 해제 다만, 혼잡한 실내·상대방의 불편함 등엔 "예의상" 마스크 착용 권고 '개학철' 가을·'독감 유행기' 겨울보단 여름이 피해 적다는 계산 때문
영국이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B.1.617.2) 확산세에 한 차례 미뤘던 '코로나 해방' 선언을 강행하기로 했다. 해당 결정에 따르면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는 추세에도 모든 방역 규제가 사실상 철회되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5일(현지시간) BBC와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영국 런던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19일부터 잉글랜드 지역에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와 1m 이상 사회적 거리 두기 등의 코로나19 방역 규제를 해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발표했다.

이날 존슨 총리는 "(영국에선) 지금까지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 등 감염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 수많은 일을 해왔는데, (봉쇄 해제를) 지금이 아니면 언제 진행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이제는 코로나19와 함께 사는 것을 배울 때가 됐기에 방역 조치를 법으로 정하지 않고 각자의 판단에 맡기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영국 총리 관저에서 이동 중인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사진=로이터·연합뉴스]


앞서 영국 정부는 해당 조치를 지난달 21일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5월부터 확산하기 시작한 델타 변이로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자 1개월가량 시행을 연기했다.

해당 방안은 당초 영국 정부가 작성했던 4단계 봉쇄 해제 계획에 따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르면, 이미 시행 중인 실외공간뿐 아니라 대중교통·상점 등 실내공간으로도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가 확대된다.

다만, 존슨 총리는 해당 법적 조치가 해제하더라도 실내 공간이 혼잡하거나 상대방이 불편해할 경우에는 "예의상(as a courtesy)" 마스크 착용을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실내외 모임 규모(현행 6가구 이하 허용)와 식당, 극장, 스포츠 경기 등의 수용인원 제한이 사라지고, 감염 경로 추적을 위해 입장 시 신상정보와 연락처를 수집해왔던 조치도 없어진다.

기업에 대한 노동자 출퇴근 제한과 재택근무 권고도 해제되는 한편, 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한 격리 조치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입국 시 격리 조치와 9월 개학 시행 방안 등 보다 세부적인 시행 내역은 오는 6일 사지드 자비드 영국 보건부 장관과 게빈 윌리엄슨 교육부 장관 등 관련 부처가 합동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더타임스는 오는 12일 최종 결정이 내려진다면, 영국에서 16개월 만에 정상에 가까운 일상 생활이 가능해진다고 평가했다.

다만, BBC는 "델타 변이로 전 세계에서 신규 감염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이와 같이 제한을 해제하려고 시도하는 국가는 없다"면서 "일각에서는 모든 성인이 2차까지 백신 접종을 완료할 때까지 봉쇄 해제를 기다려야 한다고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BBC는 영국 정부에 자문하는 과학자들이 이번 여름에 봉쇄를 해제하지 못하고 가을이나 겨울철에 시행할 경우에는 더 나쁜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고 전했다.

방역 조치를 완화하는 결정을 내릴 경우 감염자가 늘어나는 것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가을이나 겨울철보다 여름에 겪는 것이 피해가 더 적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름철에는 대체로 야외 활동이 많은 데다 학교들이 방학을 했기 때문에 집단 감염 발생 위험을 보다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겨울철 독감 유행 시기를 피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따라서 영국 정부는 이번 여름에 봉쇄 해제 결정을 놓칠 경우, 내년 봄이나 여름까지 1년 가까이 경제·사회 봉쇄 상황을 이어갈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아울러 영국 정부가 높은 백신 접종률 덕분에 신규 확진자가 급증해도 입원·중증 환자와 사망자 발생률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을 확인한 것도 중대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영국 정부의 최고의학보좌관인 크리스 휘티 박사는 "감염자 급증세가 영국 보건복지부(NHS)에 어려운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면서도 "일정 단계 이후에는 봉쇄 해제 시점을 미뤄봐야 추가 사망을 늦출 뿐, 줄이지는 못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날 영국 정부가 제시한 통계에 따르면, 현재 영국 성인 인구의 64%가 2차까지 백신 접종을 완료하면서 감염자당 사망자 비율은 한때 60명 중 1명꼴에서 1000명당 1명꼴로 개선됐다.

다만, 이날 존슨 총리는 오는 19일 영국의 하루 확진자 수가 5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면서 일각에선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날 영국의 일일 신규 확진자는 2만7334명이고 사망자는 9명이다.

이에 따라 방역 일선을 담당하는 NHS 내부에선 이날 총리의 발표에 경악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우려를 금치 못하면서 '위험한 도박', '비윤리적 결정' 등의 강한 어조로 정부의 결정을 비판하고 있다.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계 직능 노동단체도 잇따라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영국의사협회(BMA)는 찬드 나그폴 회장 명의의 성명을 통해 "2주 안에 방역 규제를 철폐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면서 "중대 시국에 정부가 그간 이뤄놓은 방역 성과를 수포로 만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속도 조절을 촉구했다.

주드 디긴스 왕립간호협회 회장 역시 "정부가 이번 결정으로 잘못된 신호를 줬다고 후회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영국 정부에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조언하는 '비상사태과학자문그룹(Sage)'에 소속한 존 듀리 교수는 "코로나19 확산이 자유의 대가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국 맨체스터에서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 경기를 응원하는 인파.[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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