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의 역설] 시세차익 노린 청약 광풍…주거 불안정만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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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영 기자
입력 2021-06-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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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양가 제한하면서 공급 일정 지연되는 경우 잦아

23일 남한산성에서 내려다 본 서울 송파, 강남 일대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집값 안정화를 목적으로 시행된 분양가 상한제가 오히려 집값 불안정을 심화시킨다는 지적이다. 제도 시행 이후 이미 올라버린 집값은 떨어지기는커녕 더 오르고 있는 데다 낮춰진 분양가로 시세차익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분양가를 제한하면서 공급 일정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시장에 주택 공급을 위축시키고 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당초 오는 9월 분양 예정이었던 서울 송파구 문정동의 '힐스테이트 e편한세상 문정'은 내년으로 공급 일정을 미뤘다. 내년 공시가격 재산정 발표 후 분양가가 오를 수 있다는 조합 측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은평구 역촌동 189-1번지 일대 역촌1구역을 재건축하는 '센트레빌 파크 프레스티지'도 분양이 작년 12월에서 올해 5월로 바뀌었다가 오는 7월로, 그리고 다시 8월로 연기됐다.

올해 하반기 분양 예정으로 관심을 모으는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 '둔촌올림픽파크 에비뉴포레'도 분양가 산정 문제로 작년부터 분양 일정이 밀린 곳이다. 이달 청약 시장으로 나온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도 분양가 문제로 거듭 분양이 지체된 바 있다.

정부가 분양가를 통제하면서 공급 가격은 낮아졌지만, 서울 아파트값은 상승세를 지속해 실제 억제 정책이 효과를 보이는지는 의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1~5월 서울 민간 분양 아파트의 분양가는 3.3㎡당 2637만원으로, 3.3㎡당 평균 매매가(3788만원)의 70% 수준이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 흐름이 계속되면 현재 분양하는 아파트가 입주하는 시점에 수분양자의 시세 차익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에 따르면 5월 수도권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은 6억9652만원으로 전달(6억8676만원)보다 976만원 올라 7억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이는 KB국민은행이 해당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2008년 12월 이후 최고가다.

전국 평균 아파트값도 1년 전(3억9698만원)보다 1억원 가까이 오른 4억9468만원으로 집계됐다.

부동산114 여경희 수석연구원은 "서울 아파트 매매가 대비 분양가 수준이 낮아지면서 청약 열기는 쉽게 꺾이지 않을 전망"이라며 "당첨만 되면 내 집 마련은 물론 시세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지만 물량이 한정돼 수혜자는 소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단지는 연일 뜨거운 청약 열기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달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에서 분양한 '동탄역 디에트르 퍼스티지'는 1순위 청약 302가구 모집에 24만여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 809.1대 1로 역대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단지의 평균 분양가는 전용 84㎡ 기준 최고 4억8000만원 수준으로 주변 아파트보다 10억원가량 저렴하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1호'인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도 많은 청약 통장을 끌어들였다. 이달 224가구 모집에 3만 6116개의 청약 통장이 접수됐으며, 평균 경쟁률은 161.2대 1을 기록했다.

이 단지는 3.3㎡당 평균 5653만원으로 역대 아파트 최고 분양가임에도 주변 시세와 비교하면 시세 차이만 최소 10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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