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부터 붕괴 위험... 플로리다 아파트, '안전 불안'에도 왜 경고 없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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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1-06-27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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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이하 현지시간) 붕괴 참사가 발생한 미국 플로리다주 아파트가 이미 3년 전부터 '붕괴 위험' 경고를 받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26일 뉴욕타임스(NYT)는 붕괴 사고가 발생한 '챔플레인 타워스 사우스 콘도 단지'에서 이미 지난 2018년부터 염분기가 포함된 바닷바람의 영향으로 콘크리트와 철근 등의 구조적 손상이 심각했다는 사실이 보고됐다고 전했다.

이는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데이드카운티 서프사이드 당국이 이날 공개한 안전점검 보고서의 내용으로, 건설기사 프랭크 모라비토가 지난 2018년 10월 작성했다.

신문은 "당시에도 해당 아파트에선 △야외 수영장 바닥 △지하주차장 기둥·벽 △각 가구 발코니 벽 등의 콘크리트에 금이 가거나 바스러진 부위가 보고됐었다"면서 "해당 사안이 지난 24일 붕괴 사고의 한 원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붕괴 사고가 일어난 '챔플레인 타워스 사우스 콘도 단지' 모습. [사진=EPA·연합뉴스]


현재 수사 당국은 아직 해당 붕괴 사고의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NYT는 전문가를 인용해 당국이 붕괴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잔해물에 묻혀 있는 건물 구성 요소를 검토하고 콘크리트의 무결성을 평가하며, 아파트 부지에 싱크홀이 발생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선 향후 몇 달이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해당 보고서는 야외 수영장의 안전 문제에 주목했다. 모라비토는 "수영장을 둘러싼 상판(deck)에 대한 방수 처리 작업에 하자가 생기면서 그 밑에 있던 콘크리트판에도 중대한 구조적 손상이 생겼다"면서 "방수제를 신속하게 교체하지 않을 경우 콘크리트 부식이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일부 주민들이 창문과 발코니 문틈으로 물이 샌다고 토로한 불만 사항에 대해 여러 가구의 발코니 콘크리트가 부식한 상태라고 파악했다.

보고서는 "일부 가벼운 손상도 있지만, 콘크리트 부식 부위는 신속하게 보수해야 한다"면서 "136개 가구에서 수리가 필요하며 '구조적 무결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아파트 관리를 맡은 주민위원회는 해당 보고서를 토대로 수백만 달러 규모의 대규모 보수 공사를 준비해왔으며, 곧 공사에 착수할 예정이었다. 주민위원회 측 변호사는 "건물이 붕괴할 수 있을 만큼 심각하게 손상됐다는 점을 주민들에게 빨리 알렸다면, 주민위원회는 완전히 다르게 행동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해당 아파트 자체의 부지에 문제가 있었을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지난 1979년 설계를 마친 후 1981년 완공된 해당 건물은 습지 위에 건축됐는데, 2020년 한 민간 연구는 위성사진을 통해 1990년대 이후 해당 부지가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고 분석했기 때문이다. 이는 서프사이드 동쪽 지역에서 유일하게 일어난 지반 침하 사례다.

특히 NYT는 동일 업체가 먼저 시공한 '챔플레인 타워스 노스 콘도 단지'의 경우 해변에서 수백 야드(1야드=0.9144m) 높은 지대에 지어졌기에, 부동산 개발업체가 당시 플로리다로 이주자가 몰리던 상황 때문에 급하게 부지를 선정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에 따라 서프사이드 당국에 대한 책임론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건축물이 40년을 넘어섰을 경우 안전진단을 거쳐 재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플로리다주의 법률 규정에 따라 해당 아파트도 최근 안전진단 절차를 밟고 있었는데 당국이 건축물을 보수할 때까지 주민들에게 대피 명령을 내리는 등의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찰스 버켓 서프사이드 시장은 지난 25일 시 운영위원회에 참석해 "해당 건물이 안전하다는 것을 확신할 순 없었다"면서도 "하지만 주민들에게 대피 명령을 내릴 정도라곤 느끼지 못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과거 1970년대 플로리다주의 안전진단 재승인 규정 도입을 주도했던 존 피스토리노 컨설팅 엔지니어는 NYT에 "이는 표준에서 벗어난 일"이라면서 "나는 이에 대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짐작하거나 이해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붕괴 사고가 일어난 '챔플레인 타워스 사우스 콘도 단지' 모습. [사진=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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