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종합화학이 기업공개(IPO)를 공식화한 이후 20일 만에 이를 철회했다. 상장을 미루는 것 뿐 아니라 대주주가 1조원의 현금까지 삼성에 내주면서 출혈을 감수하기로 했다.

이를 놓고 재계에서는 여러 분석이 나온다. 가장 설득력 있는 이야기는 한화그룹이 3세 승계를 위해 한화종합화학의 IPO를 연기했다는 시각이다.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한화종합화학의 지분 상당수를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 주목한 것이다.

저평가 가능성이 높은 현재 시점에서 IPO를 하는 것보다 향후 기업가치를 더 높인 상태에서 상장하는 편이 승계 작업에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당장 1조원의 자금보다 향후 지배구조 개편에 신경을 썼다는 분석이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종합화학의 대주주인 한화솔루션과 한화에너지는 지난 23일 이사회를 열고 삼성물산과 삼성SDI가 보유한 한화종합화학 지분 24.1%를 1조원이 사들이기로 결정했다. 동시에 한화종합화학은 지난 4일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신청서를 접수한지 20일 만에 이를 철회했다.

이는 앞서 2015년 삼성과의 빅딜에서의 약정 때문이다. 당시 한화그룹은 삼성으로부터 삼성종합화학(현 한화종합화학) 지분 57.62%를 1조309억원에 인수했다. 재계는 한화그룹이 한화종합화학을 내년 4월까지 IPO하지 못한다면 삼성물산·삼성SDI가 보유하고 있는 24.1%의 지분을 되사야하는 풋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한화그룹은 최근까지 한화종합화학의 IPO를 추진해왔으나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판단에 결국 지분을 되사오는 방식으로 상장을 철회했다.

한화그룹이 결국 상장을 철회한 것은 우선 시장에서 한화종합화학의 평가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동안 한화종합화학의 실적이 크게 악화된 탓이다.

실제 연결기준 2017년 3조696억원이었던 한화종합화학의 매출은 2018년 1조8670억원, 2019년 1조6319억원, 지난해 9982억원으로 지속적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6212억원에서 376억원으로 93.95% 줄었다.

이 같은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한화그룹은 한화종합화학의 IPO를 밀고 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한화종합화학의 IPO가 3세 승계와 연관이 깊다는 점에서 결국 이를 철회한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각 사 제공]

현재 한화그룹의 지배구조는 핵심 계열사의 지분 상당수를 보유한 ㈜한화가 실질적 지주사 역할을 맡고 있다. 향후 한화그룹의 승계 작업은 김 회장의 세 아들이 어떻게 ㈜한화의 지분을 확보하는지에 달렸다.

이 같은 승계 작업에서 부각되는 것은 에이치솔루션이다. 에이치솔루션은 김 회장의 세 아들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지분율 50%), 김동원 한화생명 전무(25%), 김동선 한화호탤앤드리조트 상무(25%)가 총합 100%의 지분을 보유한 기업이다.

에이치솔루션은 한화에너지의 지분 100%를 지배하고 있으며, 한화에너지는 한화종합화학의 지분 39.12%를 보유하고 있다. 결국 향후 한화솔루션이 IPO에서 높은 가치를 평가받을 경우 김 사장 등이 지배하는 지분가치가 늘어나 승계 작업을 편하게 진행할 수 있다.

아울러 에이치솔루션이 계열사 IPO를 활용할 기회가 많지 않다는 점도 눈에 띈다. 에이치솔루션이 상당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 계열사는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을 제외하면 한화토탈(지분율 50%) 한 곳에 불과하다. 한화종합화학 IPO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다른 계열사 IPO를 통해 만회하기가 어려운 구조다.

재계 관계자는 "향후 몇 년 동안 회사의 실적을 완전히 개선한 다음 IPO를 통해 몸값을 완전히 늘리려는 생각 같다"며 "상장 철회로 당장 1조원의 현금을 쓰게 되는 것보다 승계 작업을 중요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인 (왼쪽부터)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김동선 한화호탤앤드리조트 상무.[사진=한화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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