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시대, 북·​중의 시선] 중국은 북핵 제거 관심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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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식 북한학 박사,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입력 2021-06-24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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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핵화 테이블'에서 중국 제외해야

김동식 박사는 1985년 김정일정치군사대학 졸업 후 2회에 걸쳐 대남침투와 공작 임무를 수행하였으며, 한국에서 경남대학교 북한학 석사, 북한대학원대학교 북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북한에서 15년간 남파공작원으로 활동하면서 쌓은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살려 지난 20여년간 국군기무사령부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서 북한의 대남전략과 대남공작, 남북관계와 통일문제, 북한 정치분야를 주로 연구하였다. 본지는 바이든 시대 한반도 정세를 이해하기 위한 전문가 7인의 릴레이 칼럼을 마련했다. 그 여섯 번째로 김동식 박사가 보는 바이든시대 북핵문제 해결방법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김동식 박사

지난 5월 21일 미국에서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공동의 약속과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다루어 나가고자 하는 양측의 의지를 강조’하였다. 아울러 오바마 정부에서 북핵 문제를 다뤘던 경험이 있는 성 김 인도네시아 대사를 대북정책특별대표에 임명함으로써 바이든 시대에도 북핵 문제 해결이 여전히 중요한 이슈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김정은은 지난 17일 노동당 중앙위 제8기 3차 전원회의에서 "우리 국가의 존엄과 자주적인 발전이익을 수호하고 평화적 환경과 국가의 발전을 믿음직하게 담보하자면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되어 있어야 하며 특히 대결에는 빈틈없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며 핵포기 의사가 없음을 강조하였다. 따라서 바이든 시대에도 북핵 문제 해결은 결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북한과 협상 잘하면 김정은이 핵을 포기?


북핵 문제 해결과 관련하여 국제사회가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 두 가지 있다. 첫 번째 착오는, 북한과 협상을 잘하면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도록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물론 지금은 이 같은 생각이 바뀌었을 수도 있으나 아직도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특히 2018년 김정은이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의 미·북 정상회담에 나온 것을 보고 혹시 북한이 협상을 통해 핵을 포기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이러한 생각은 북한이 핵무기를 생존용이 아니라 협상용으로 만들었을 것이라는 판단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이 요구하는 대가를 적절하게 들어주면서 잘 설득하면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대단한 착각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북한이 핵무기를 협상용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철저히 생존용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김정은에게 있어서 핵은 곧 생명과 같은 존재, 안전핀을 뽑은 수류탄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어떠한 여건에서도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아야 한다.

우선, 김정은에게 핵은 한마디로 자신의 생명을 지켜줄 수 있는 ‘만능의 보검(寶劍)’이라고 할 수 있다. 김정은은 자신이 핵무기를 갖고 있지 않으면 필연적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의 압력과 북한 내부 주민들의 반발에 의해 권력을 빼앗기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것은 김정은이 북한을 위해 업적을 쌓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지도자가 되었거나, 민주주의적인 선거를 통해 주민들의 선택을 받아 지도자가 된 것이 아니라 순전히 세습에 의해 권력을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정은에게 있어서 핵은 자신의 생명을 지켜줄 수 있는 수호신, 나아가서 자신의 생명과 동일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김정은에게 있어서 핵은 ‘안전핀을 뽑은 상태로 손에 쥐고 있는 수류탄과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손에 쥐고 있는 수류탄을 놓으면 죽을 것이 자명한데 돈을 아무리 많이 주겠다고 한들, 아니 설사 죽인다고 한들 다른 사람에게 죽는 것이나 손에 쥔 수류탄을 놔서 죽는 것은 마찬가진데 수류탄을 놓을 수 있을까? 국제사회가 아무리 회유와 협박을 해도 김정은이 핵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중국을 제외시켜라

두 번째 착오는, 중국이 미국 정도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것은 북한의 핵무기가 미국만이 아니라 중국에도 위협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 전제된 것이다. 이러한 판단 때문에 중국도 미국만큼이나 북핵 문제 해결을 바랄 것이라는 생각에 도달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이 핵을 갖고 있다 해도 별로 큰 위협을 느끼지 않으며, 따라서 북핵 문제 해결에 조금도 관심이 없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여기에 한 장의 사진이 있다. 한·미 정상회담이 있은 지 며칠이 지난 5월 27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이용남 주중 북한대사를 만나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웃으며 팔짱을 끼고 찍은 기념사진이다. 이 자리에서 왕 부장은 “양국 우의는 외부침략에 맞서 싸운 전화 속에서 흘린 피가 굳어져 만들어진 것”이라며 한국전쟁 당시 중국이 북한을 도와 미국과 싸운 것을 상기시켰다. 이어 “우리의 관계를 시대에 맞춰 발전시켜 나가고자 한다”며 “이를 통해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적극적인 공헌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말은 중국이 북핵 문제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신화/연합뉴스]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 관심이 없는 것은 무엇보다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어도 핵으로 자신들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중국은 과거와 같이 북한이 둘도 없는 동맹국은 아니어도 양국 모두 사회주의 이념을 추구하는 국가라는 것, 즉 양국의 체제와 이념이 동일하기 때문에 핵을 갖고 있더라도 중국을 핵으로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이것은 세계 최강국인 미국이 핵을 가지고 있지만, 동맹국인 한국이나 일본이 미국으로부터 핵공격을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과 동일한 맥락이다. 오히려 중국은 북한이 핵을 가지고 앞에서 미국을 막고 있는 형국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다음으로, 중국이 북한의 핵에 대해 미국만큼 위협으로 느끼지 않는 것은 오히려 북한과 중국이 다 같이 주한미군 철수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해관계가 같기 때문이다. 북한이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려는 것은 무력 적화통일의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서이다. 중국으로서는 한반도에서 미군이 철수하면 동북아에서의 패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참으로 바람직한 일이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르지만 북한과 중국 모두 주한미군 철수를 바란다는 측면에서 동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중국으로서는 주한미군만 철수한다면 북한 주도의 남북통일이 되어도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것이다. 반면 주한미군이 그대로 남아 있는 여건에서 한국 주도의 통일이 될 경우, 중국은 당연히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고 반대할 것이다.

또한 중국이 북한의 핵에 대해 위협을 느끼지 않는 것은 자신들이 마음만 먹으면 북핵 제거가 가능하다는 인식도 한몫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북한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막강한 군사력과 경제력, 그리고 엄청난 대북 정보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이 마음만 먹는다면 북한의 핵 개발을 저지하거나 핵무기를 제거하는 것쯤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의 도움을 받아 북핵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는 생각은 애초부터 잘못된 것임을 깨닫고 지금이라도 중국을 제외해야 한다.

북한이 협상에 나온 건 핵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다

그러면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핵을 목숨과 같이 여기면서 핵을 포기할 수도 없고, 포기하지도 않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김정은이 왜 핵 협상에 나오느냐 하는 것이다. 그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아래에 제시하는 두 가지 상황에 대한 답을 생각해보면 된다.

첫째로, 만약 북한이 핵보유국이 된 상태에서 경제상황도 좋아 주변국의 도움이 필요 없고 견딜 만하다. 둘째로, 북한이 핵보유국이 되긴 했는데 경제상황이 최악이어서 당장 죽게 생겼고 그래서 주변국의 도움이 필요하다. 과연 어느 경우에 김정은이 핵 협상에 나올까? 생각해볼 필요도 없이 답은 명백하다. 둘째의 경우다. 결국 김정은이 핵 협상에 나오는 이유는 미국과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로 인해 경제가 완전히 망가져 버틸 수 있는 여력이 없어져 가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런 질문을 다시 던져볼 수 있다. 북한이 협상 조건이 맞으면 자신들이 힘들게 만들어 가지고 있는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나왔을까?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어서 나왔을까 하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북한이 협상에 나오는 것은 핵을 포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반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그 근거는 첫째로, 김정은이나 북한의 책임 있는 당국자가 단 한 번도 핵을 포기하겠다는 말을 공개적으로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나온 얘기는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단독으로 얘기했거나 한국과 미국의 고위급 대표단 또는 대북특사에게 비공개로 얘기한 것뿐이다. 궁금한 것은 김정은이 어떤 협상 조건을 제시했든 관계없이 정확한 워딩으로 ‘핵을 포기하겠다’라는 말을 정말 했느냐 하는 것이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동의한다’는 정도로 얘기했는데 아전인수 식으로 해석했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김정은 얘기를 들은 사람이 가운데서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동식 필자 주요 이력

▷김정일정치군사대학 ▷북한대학원대학교 북한학 박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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