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팬데믹 이후 우리 삶의 대변화, ‘하이브리드 현상’ 주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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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동서울대 교수,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입력 2021-06-23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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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경기회복 과정에서 나타나는 귀소 본능이 시장참가자의 비즈니스 모델에 영향 -

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동서울대 교수

인류 역사를 돌이켜보면 팬데믹(대유행)과 전쟁이 세상을 획기적으로 전환하는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국가 간의 힘에 균열이 생기면서 새로운 강자가 부상하고, 삶의 근원적 변화를 재촉하는 결과를 만들었다. 소위 말하는 ‘리셋(Reset)’이다. 좀 더 지난 후에 정확한 평가가 나오겠지만 코로나19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은 새로운 강자로 부상한 중국 때리기에 열을 올린다. 비대면·온라인이 장기화하면서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에 한층 가속도가 붙고 있다. 명확하지는 않지만, 기후변화와 바이러스의 연관성이 주목받으면서 탄소중립 사회 실현을 위한 인류의 공동 대응에 촉각이 모이고 있기도 하다. 여기에 더해 미래 산업에 대한 글로벌 패권 경쟁과 ‘기술국가주의(Techno-nationalism)’가 전면에 부상한다.

그야말로 혼돈의 시기이다. 미래에 대한 예측이 봇물 터지듯 하면서 경제 주체들을 갈팡질팡하게 한다. 현상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이에 근거해 제시된 미래 좌표는 충분히 참고할 만하다. 반면에 얄팍한 상술이 동원되어 한쪽으로 경사가 되거나, 과대 포장된 정보나 전망은 자칫 오도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심이 필요하다. 이론과 현실 간에는 항상 괴리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여전히 코로나의 긴 터널을 통과하는 중이지만 누구에겐 위기가, 다른 누구에겐 오히려 기회가 되기도 한다. 시장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 차별화된 경쟁력을 창조해내면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시장의 작동 원리이자 기능이며, 코로나 이후 상황에도 유사한 상수(常數)와 변수(變數)들이 지속해서 상호작용할 것임을 암시한다.

최근 한경·비씨카드가 가맹점을 대상으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 와중에서도 잭폿을 터뜨린 대박 장사에는 다섯 가지의 숨겨진 비결이 있다고 한다. 공간의 재창조, 끊임없는 공부, 기본에 충실, 직원에 투자, 과감한 변신 등이 그것들이다. 특히 성공 신화 장사꾼의 약 절반이 창업 3년 내외의 신인이라는 사실도 경이롭다. 오래될수록 타성에 젖어 변신에 거부감을 보이는 점에 반해 새롭게 도전하는 창업가일수록 훨씬 더 도전적이라는 점이 입증된 셈이다. 음식점의 경우 디지털 시스템에 아날로그적 성인 맛과 멋, 스토리를 담아냈다는 것이 고객 확보의 원천이 되었다. 변화무쌍한 시절에는 몸집을 가볍게 하고, 상황에 대한 적응력을 신속하게 높일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절대적 요소다.

올해 들어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예상보다 빨라지고 있다. 다만 회복력의 순서가 역전되어 선진국이 앞서고 개도국과 후진국이 뒤로 처지고 있는 양상이 특징이다. 선진국 경제가 정상적으로 복원되면서 우선하여 국가 간의 무역량이 늘어나고 있고, 뒤이어 내수가 살아나는 양상을 보인다. 또 하나 특징은 경기가 급격하게 과열 조짐을 보이면서 인플레이션 우려의 확산이다. 유가를 비롯해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물가가 치솟고 있어 시중에 풀린 자금을 회수하거나 양적 완화를 축소해야 한다는 테이퍼링(Tapering) 주장이 점점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자칫 경기 회복력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는 측면에서 각국이 신중하게 접근을 하는 모양새다.

재택근무 축·취소, 보복 소비에 더해 보복 여행 본격 꿈틀, 위기 중에도 대박 기회는 상존

지금부터 예의주시하면서 관찰해야 할 사항은 경제의 회귀 현상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경제 주체들의 귀소(歸巢) 본능이다. 대유행 중에 불가피하게 적응하려고 했던 불편함에서 탈피하여 원래 익숙했던 일상으로의 빠른 복귀 열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업종별로 비즈니스 명암이 다시 반전될 수 있음을 상기시켜준다. 한동안은 비대면과 대면의 틈새를 두고 서로 밀고 당기는 공방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측된다. 코로나 기간 중 생겨난 뉴노멀과 기존의 노멀이 서로 맞물리면서 이른바 ‘하이브리드(Hybrid, 이종교배)’ 모델로 재탄생할 수도 있다. 경제성, 효율성, 생산성, 수익성 등의 측면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게 될 것이다. 상대적으로 경제 정상화 속도가 빠른 미국이나 중국에서 벌써 이런 징조가 두드러진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재택근무를 계속해서 확대할 것이라는 미국 기업들의 행보가 최근 급변하는 추세다. 직원들의 정상적인 회사 근무 복귀를 종용하고 나섰다. 재택근무가 비효율적이고 보안성이 취약하며, 원격으로는 협업·소통·교육이 잘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다. 회사에 따라 단계적으로 사무실 정상 가동 비율을 높여나갈 것으로 보이며, 결과적으로 원래 상태로 되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이를 거부하는 직원은 이직하거나 임금 삭감을 감수해야 할 처지다. 재택근무가 장기화할 것에 대비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온 경제 주체들의 노선 수정이 불가피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도심보다는 교외 부동산 가격의 인하, 재택 가구나 홈트레이닝 기구 수요의 감소, 사무용품 등도 일정 부분 타격이 예상된다.

한편으론 ‘코로나 블루(우울증)’에 대한 반발로 보복적 소비가 시작된 것이 이미 수개월이나 되었다. 명품 소비에 더해 온라인에 이어 오프라인 소비까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이제 불똥이 보복 관광으로 옮겨붙을 조짐이다. 백신 접종자들의 여행 수요가 급증하면서 관련 업계는 모처럼의 특수를 누리려는 본격 채비에 들어갔다. 관광 수입이 많은 나라는 해외 여행자 빗장 풀기를 경쟁적으로 서두른다. 돈이 재화보다는 여행에 더 몰릴까 도리어 걱정을 해야 할 지경이다. 여행 통제로 큰 재미를 본 국내 골프장, 일부 관광지들은 거꾸로 이런 현상이 달갑지만은 않다. 시장은 늘 움직이며, 참가자들을 극도로 긴장시킨다. 당분간은 하이브리드 현상에 눈독 들이면서 시장을 읽어나가야 한다.

 
 
김상철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박사 △KOTRA(1983~2014) 베이징, 도쿄, LA 무역관장 △동서울대학교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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