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된 완성차 노조의 '정년연장' 요구

김지윤 기자입력 : 2021-06-22 06:00
올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임금 및 단체협약에서 '정년연장'이 화두로 떠올랐다.

노동조합은 국민연금을 받는 시기가 출생 연도별로 63~65세이니 정년을 연장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반면, 기업들은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해 인력 조정을 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선배들의 정년연장을 반대하고 나서면서 세대 간 갈등으로까지 이어지는 모양새다.
 
완성차 3사 노조 "정년 65세로 늘려달라"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기아, 한국지엠 등 국내 완성차 3사 노조는 60세인 정년을 65세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들은 국민연금 수령 시기와 정년이 연계될 수 있도록 정년연장 법제화를 촉구하고 있다.

​3사 노조 대표들은 지난 18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정년연장 문제를 해결하라"며 "국민연금 수령 시기가 단계별 수급 구조로 돼 있어 공백기간 동안 생계수단에 대한 특별한 대안이 없다"고 주장했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차지부도 입장문을 내고 "나이 60이면 한창 활동할 시기지만, 은퇴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특히 사회복지가 미약한 대한민국에서 노후는 곧 절망"이라고 밝혔다. 또 "이미 일본,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는 정년 65세 이상을 법제화시켰고, 영국, 미국 등은 아예 정년 차별제도를 철폐했다"며 "정년연장의 문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국민동의 홈페이지에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과 연계한 정년연장 관련 청원 절차'에도 돌입했다. 국민청원은 10만명의 국민 동의를 얻으면 접수되며, 이후 국회 소관위원회 심사를 거쳐 최종 채택된다.

이에 대해 회사는 부정적이다.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 등으로 이동하면서 인력과잉 문제를 해소해야 하는 시점에 정년연장 논의는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지난 4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와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줄줄이 구조조정 
내연기관차에는 보통 3만개의 부품이 들어가는 반면 전기차는 1만9000개로 약 37%가 줄어든다. 핵심 부품의 모듈화 경향도 커지면서 향후 부품 수가 현재보다 감소하고, 이를 조립·관리하는 인원도 대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향후 10년간 글로벌 자동차 산업 구조 변화에 따라 일자리의 25%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잇달아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다. 최근 독일 폭스바겐은 전기차 투자 자금 확보를 위해 고령 노동자들에게 명예퇴직을 제안했다. 업계에선 폭스바겐이 최대 5000명을 감원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포드는 지난 1월 내연기관차를 생산하는 브라질 공장 세 곳을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100여년 만에 브라질 공장을 철수한 것이다. 

지난해 독일 다임러는 2만명의 인적 구조조정을 추진했고, 독일 BMW와 미국 GM도 각각 1만6000명, 1만4000명 등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프랑스 르노그룹도 지난해 구조조정을 통해 3년간 20억유로(약 2조7000억원)를 확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구조조정 대신 정년 퇴직으로 인한 자연 감소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인데, 이마저도 반발에 부딪힌 셈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8일 전북 완주군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을 찾아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대 간 갈등으로 번져 
여기에 MZ 세대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MZ 세대는 정년연장을 반대하면서, 청년실업 문제 해결이 더욱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지난 1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완성차 3개사 정년연장 법제화 청원에 반대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완성차 3개사 중 한곳에서 근무하는 현장직 MZ 사원이라고 밝힌 그는 "완성차 산업은 친환경 차량으로 바뀌는 기로에 놓여있다"며 "노조는 변화하는 시대와 기술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들의 존속을 위해 숙련된 노동자라는 말로 정년연장을 외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기업은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새로운 인재를 양성하고 적절한 보상을 통해 고용을 유지, 변화에 대응할 준비를 해야 한다"며 "숙련된 노동자도 중요하지만 변화한 시대에 맞춰 대응할 인재공급이 필요한 시기"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년연장은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사회적 이슈인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는 것 아니라 더욱 야기하는 반사회적 정책"이라며 "기업은 산업이 변화되는 시기에 젊고 스마트한 인재를 확보하기 어려워 더욱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21일 기준 이 청원에는 3100여명이 동의를 표시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 체감실업률을 나타내는 확장실업률은 24.3%로 청년 4명 중 1명이 사실상 실업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노동시장은 노조 단결권 강화, 기간제 규제 강화 등으로 이미 경직된 상태인데, 정년연장까지 이뤄질 경우 기업들은 더욱 보수적으로 인력 채용을 할 수밖에 없다"며 "이에 따른 세대 갈등도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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