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아온 메타버스] ⑤ "연결·아바타·가상경제가 핵심"…전문가가 본 메타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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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민철 기자
입력 2021-06-18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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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형욱 라이프스퀘어·퓨처디자이너스 대표 인터뷰

  • "메타버스 붐, 이제 세 번째…통신·컴퓨팅 발전 덕"

  • "아직 합의된 정의 없어…여러 산업 뜨며 확장 중"

  • 가상경제 성장세…순수 디지털·현실 연계 구분해야

  • "메타버스 가상경제, 가상인플루언서○·브이튜버×"

최형욱 라이프스퀘어·퓨처디자이너스 대표 [사진=최형욱 대표 제공]


메타버스(Metaverse)의 범주가 계속 넓어지고 있다. 30년 전 '3차원(3D) 가상세계'를 지칭하던 말에서 이제 2D·3D를 가리지 않고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디지털트윈(Digital Twin)을 포괄하는 추세다. 최근 저서로 서로 다른 유형의 서비스가 메타버스에 묶일 수 있는 핵심 공통점을 도출해 제시한 최형욱 라이프스퀘어·퓨처디자이너스 대표를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메타버스 붐(Boom)이라고 한다.

"앞서 두 번 있었다. 처음은 약 30년 전 미국 SF(공상과학)소설 '스노크래시(Snow Crash)'가 출간된 직후다. 붐이 정점에 달한 1995년까지 핫했던 건 VR이다. 당시 세가·닌텐도 같은 기업이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형 VR기기를 처음 내놨다. 이후 (PC의 2D 스크린 기반) 세컨드라이프 같은 서비스가 비로소 뜨기 시작했고 알다시피 지금 가라앉았다."

Q. '거품'이었나.

"메타버스가 게임을 비롯한 3D 가상세계, VR·AR 기기, SNS 같은 라이프로깅 등 많은 산업을 포괄하고, 부흥·쇠락 주기는 각각 다르다. SNS는 지금도 잘되고 있다. VR이 처음 핫했던 1995년엔 붐이 일었지만, HMD의 기술 제약이 많아 뜨지 못했다. 디스플레이 해상도나 중앙처리장치(CPU) 성능이 약했고 인터넷도 느렸다. 지금은 메타버스로 묶인 모든 유형이 뜨는 게 아니라 VR이 주목받는 거다. 스마트폰으로 보편화된 이동통신 기반 인터넷과 최근 '오큘러스퀘스트2' 출시로 굉장히 큰 (대중화) 조건이 마련됐다. 또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이 좋아져 과거에 어려웠던 3D VR·AR을 부드럽게 처리할 수 있는 컴퓨팅 파워가 스마트폰에도 제공된다."

Q. 메타버스가 대체 뭘까.

"지금 세컨드라이프, 포트나이트, 로블록스, 마인크래프트 등을 다 메타버스라고 하잖나. SF소설 속 메타버스는 VR이었는데 지금 합의된 단일 정의는 아직 없다. 전보다 많은 영역이 포함돼 다양한 산업이 부흥하면서 개념이 확장되고 있다. 굳이 정의한다면 대략 '현실·가상의 경계를 포함하는, 디지털로 만들어진 공간·세계를 통칭하는 말' 정도다. 메타버스는 인터넷과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돌아가는 것이라 '연결'을 전제한다. 연결되기만 한 게 아니라 '아바타'를 통해 우리가 어떤 (디지털 세계만의) 아이덴티티를 갖고 이용자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어야 한다. 센서·VR기기 같은 특별한 기기로 접속해야 하고, 그 세계만의 시간계·경제체제가 작동하는 곳을 의미한다. 또 한 사람이 여러 개의 계정·아바타를 다루는 멀티아이덴티티, (여러 공간에 존재할 수 있는) 멀티프레즌스 속성도 있다. 이런 여러 특징을 지닌 디지털 세계가 메타버스다."

Q. 최근 저서 <메타버스가 만드는 가상경제 시대가 온다>에서 '가상경제'의 성장성을 조명했는데.

"가상경제라고 할 때는 100% 디지털 세계 속의 재화·화폐를 다루는 가상경제와 디지털·현실 간 연결고리가 있는 경제를 합친 개념을 뜻한다. 로블록스에선 가상의 화폐인 '로벅스'를 환전소에서 현실세계에서 쓸 수 있는 법정화폐로 바꿔 준다. 반대로 과거 싸이월드에선 '도토리'를 그냥 만들 수 없고 현실의 돈을 집어넣어 구매해야 했다. 메타버스의 가상경제는 이 두 영역에 각각 해당하는 다양한 사례가 존재하고, 점점 더 그 규모가 커지고 있다. 가상경제가 성장하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Q. 버추얼인플루언서나 브이튜버(vTuber) 생태계도 메타버스 가상경제에 포함될까.

"기업들이 릴 미켈라 같은 '버추얼휴먼'을 활용해 블로그를 쓰거나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활동을 요청하고, 이 가상의 존재들이 광고를 찍고 돈이 벌린다면 가상경제라고 할 수 있다. 이 버추얼 인플루언서의 SNS상의 행적은 메타버스에 속할 수 있다. 반면 브이튜버같이 실제 인간이 물리적 실체 대신 3D 렌더링과 AR 기술을 통해 가상인물인 것처럼 변화를 주는 것은 스트리밍서비스 기반의 '디지털 경제'의 범주에 속하지만 메타버스 가상경제는 아니다."

Q. 산업 현장이나 국가의 행정 영역으로도 확장될까.

"가상경제와 마찬가지로 순수한 디지털 영역과, 현실세계와의 연결이 이뤄지는 영역을 구분해야 한다. (메타버스가 아니어도 디지털 영역과) 현실과의 연결은 늘 있었다. 상상의 나래를 편다면 불가능하진 않다. 다만 현실에 국가·지자체·관공서와 연결된 메타버스가 만들어지려면 그만한 필요·가치가 있어야 한다. 고유 기능을 가진 조직이기 때문에 쉽게 실현되진 않을 것이다. 반대로 순수 디지털 영역의 가상세계는 우리가 인정하는 '국가'가 되진 않을지언정, 현실 사회·커뮤니티·경제의 속성을 띨 수 있다. 에스토니아 같은 작은 국가는 금융시스템과 주민등록체계를 블록체인 기반으로 바꾸겠다고 나섰지만, 큰 국가에선 어려울 수 있다. 메타버스에 담긴 의미의 반경이 굉장히 넓어지고 있어서, 어떤 상상을 하든 가상세계 안에선 가능하다. 현실세계와 연결되는 부분에서는 우리 욕망을 담을 수 있는지, 기능적으로 우리에게 필요한지, 그게 현존 규제·사회규범에 위배되지 않는지, 이 세 가지를 충족한다면 '조건부'로 가능하다고 본다."

Q. 메타버스 세계 속 현상에 대한 우려도 함께 나오고 있다.

"현실에 음과 양이 있듯 당연히 문제나 폐해는 있을 수밖에 없다. 일본에 10년째 집 밖에 나오지 않고 생활하는 사람들이 수천 명 이상이라고 한다. 이들은 집에서 배달음식을 먹고 TV로 외부 소식을 접하고 인터넷으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어서 안 나온다. 배달서비스, 컴퓨터, 인터넷을 만들 때 그렇게 생활하라고 의도해서 만들어준 건 아니지만, 그런 계층은 나타날 수 있다. 메타버스 세계에도 VR기기를 쓴 채 코골며 자는 사람이 많다. 하루 종일 끼고 있다가 잠든 거다. TV, 스마트폰, 자동차, 전기차, 자율주행차, 뭐든 나오면서 부작용은 생긴다. 다만 그보다 기술이 만들어 낼 가치와 편리함이 크기 때문에 우리가 개선해 나가야 할 부분이 될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맞이할 미래라고 봐야 한다."

Q. 메타버스 확산이 초래할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까.

"중대한 전환의 시점이 10년이 될지, 20년이 될지 예측할 수 없더라도 그 단초는 이미 현실에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 미묘한 발전과 변화에 호기심을 가져야 볼 수 있다. 새로운 것이 나왔을 때 어떤 의미가 있을지 먼저 경험해 보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인 사람들에겐 가장 중요하다. 지금처럼 붐이 일어날 때 모든 것이 그저 마케팅이나 유행이고 지나갈 일이라고 치부하는 분도 있다. 이런 사람들도 무시하기보단 왜 그런 흐름이 대세로 떠올랐는지, 이면에 숨겨진 동인이 뭔지 찾아보는 노력이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 준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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