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호스' 택한 이스타항공 M&A...성정은 몸집 10배 이스타 품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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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범/안준호 기자
입력 2021-06-17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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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토킹호스' 택한 이스타항공 M&A, 우선매수자 성정이 인수 사실상 확정

  • 매도 측에 유리한 구조··· STX건설 등 인수 이후 운영 실패 사례도

  • 성정ㆍ쌍방울 등 인수 후보군 안정적 운영 가능성 물음표

[사진=이스타항공]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M&A)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이번 딜로 인해 법원 공개매각 과정의 스토킹호스(Stalking Horse) 방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거 법원 공개매각 사례들처럼 이스타항공 M&A에서도 스토킹 호스 방식은 거래 종결성을 확보하는 데는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수 후보자들의 사업 능력과 인수 후 통합(PMI) 과정에 대한 검증이 부족해 오히려 법원 공개매각 방식과 병행되는 스토킹 호스 절차의 한계가 부각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다 매도자 측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방식이라는 점에서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스토킹호스 방식을 두고서는 '매도자 입장에서는 최고의 선택이지만, 인수자 입장에서는 자칫 독이 든 성배를 마시게 되는 위험이 크다'는 우려가 따라다닌다. 이번 이스타항공 딜을 둘러싸고도 관련 업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 예비인수자인 성정은 우선매수권(콜옵션)을 행사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스타항공 본입찰에 참여한 쌍방울그룹의 광림컨소시엄(광림·아이오케이·미래산업)이 약 1100억원의 가격을 제시하자 이에 맞춰 인수 가격을 높인 것이다. 동일한 금액일 경우 우선매수권을 보유한 성정이 이스타항공의 최종 인수자가 된다.

성정은 충남 부여에 본사가 위치한 회사로, 임대업과 부동산 개발업을 영위하고 있다. 지역 중견 건설사인 대국건설산업이 관계사로, 사실상 성정을 인수 주체로 대국건설산업이 이스타항공을 품게 되는 구조다.

이스타항공 M&A는 예비인수자를 먼저 선정한 뒤 공개 입찰을 진행하는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진행됐다. 매각주체가 선정한 예비인수자가 가계약을 통해 우선매수권을 갖는 가운데 공개 입찰에 참여한 원매자들과 재차 인수가격을 경쟁하는 방식이다. 입찰 참여자가 없다면 예비인수자가 제시한 가격에 거래가 이뤄진다.

이스타항공의 경우 본입찰에 쌍방울-광림 컨소시엄이 단독 참여하며 성정도 쌍방울 측이 제시한 수준까지 인수 가격을 올리게 됐다. 향후 성정이 우선매수권 행사에 대한 공문을 전달한 뒤 정밀실사를 진행하고, 내달 초 투자 계약을 맺게 되면 인수 절차는 마무리될 전망이다.

◆'거래종결성' 장점에도··· 매도자 측이 유리한 구조

스토킹호스는 2017년 서울회생법원 설립 이후 국내에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인수예정자와 먼저 가계약을 체결한 뒤 이 가격을 기준으로 다시 공개입찰을 거치는 방식이다. 인수후보자를 확보한 상태에서 경쟁을 거치기 때문에 입찰이 무산되더라도 거래 자체가 틀어질 가능성이 적다. 서울회생법원은 2017년 출범 이후 최초로 삼표시멘트 지분 공개입찰에 스토킹호스 방식을 적용했다. 이후 이뤄진 STX건설 매각 역시 같은 방식으로 이뤄졌다.

법원공개매각에서 스토킹호스 방식이 '묘안'으로 각광받게 된 것은 높은 거래종결성 덕분이다. 법원공개매각은 회생 등 법정관리에 놓인 기업들을 매각할 때 진행된다. 대부분 재무 상태가 좋지 않고 채무관계가 불명확한 한계기업인 탓에 법원이 주도하는 공개매각이 필수적이다. 이 경우 기업의 회생이 목적이기 때문에 매각 과정을 문제 없이 마무리할 수 있는 종결성이 중요한 요인이 된다.

때론 이러한 특성이 불공정 시비로 연결되기도 한다. 법정공개매각의 경우 중대한 결격사유가 없다면 기존 경영진이 법정관리인으로서 의사결정을 내리게 된다. 일부 스토킹호스 매각 사례의 경우 이들이 구미에 맞는 원매자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한다는 시비가 일기도 한다.

스토킹호스 방식은 기본적으로 매도 측에 유리한 구조를 갖고 있다. 가계약 당시 제출된 가격을 기준으로 매각 가격을 가늠할 수 있다. 설령 경쟁입찰 과정에 참여자가 없더라도 인수후보자가 미리 선정되었기 때문에 딜 자체가 틀어지지 않는다. 입찰에 다른 후보자들이 참여한다면 오히려 가격은 높아진다.

반면 매수자 측에서는 인수를 확신할 수 없다 보니 불안정한 지위에 놓인다. 가계약보다 높은 계약을 제시하더라도, 우선매수권을 가진 예비인수자가 이에 응한다면 인수가 불가능하다. 최대한 높은 입찰 가격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스토킹호스는 기본적으로 매도자 측이 유리한 방식이다 보니 인수를 고민했던 기업들이 오히려 입찰을 포기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칫하면 부적절한 원매자에 인수 우려··· STX건설, 4년 만에 다시 법정관리행

실제 스토킹호스를 활용한 법정공개매각이 처음엔 흥행했다가 '불발'로 돌아간 사례도 여럿 존재한다. 최근 인수가 완료된 STX조선해양은 연합자산관리(유암코)-KHI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을 스토킹호스로 활용해 공개 입찰을 진행했다. 다만 다른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아 우선매수권자와 인수 협상을 진행 중이다. 빠르면 이달 중 본 계약이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흥아해운 역시 같은 방식을 통해 입찰을 진행했으나 입찰이 무선되며 우선매수권을 보유한 장금상선에 매각됐다. 다른 사례로는 대한해운이 2017년 인수한 창명해운도 지난 15일 우선매수자를 선정하고 스토킹 호스 방식의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다음달 20일 입찰이 진행될 전망이다.

스토킹호스의 높은 거래종결성은 때론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매각 실패에 대한 부담과 낮은 인수 가격에 대한 우려로 스토킹호스 방식을 택했지만, 부적절한 원매자가 기업을 인수할 경우 안정적 운영에 실패해 오히려 더 큰 후폭풍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스토킹호스를 활용한 결과 부적절한 원매자에게 기업이 매각된 경우도 있다. STX건설의 경우 스토킹호스 방식에 따라 매각됐지만 올해 1월 4년 만에 다시 법정권리 개시 결정을 받았다.

2017년 매각 당시 우선매수권자였던 코리아리츠는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의 주범인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펀드에 사모사채를 활용해 인수 자금을 마련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어 현재 법정다툼이 진행 중이다. 코리아리츠 대표이사였던 박 전 STX건설 대표가 옵티머스펀드 자금을 활용해 무자본 인수에 나섰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STX건설의 매출채권(채권 양수도 계약서)을 이용해 옵티머스운용이 1조원대의 공공기관 매출 채권 사기를 저지르는 데에 도움을 줬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각종 논란과 함께 수십억원대의 임금 체불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지난해 STX건설 임직원들은 직급과 관계없는 노조를 설립한 뒤 지난해 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법정관리 개시 직후 김희현 전 티이씨건설 대표를 신임 대표(관리인)로 임명한 뒤 현재 정상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결과적으로 STX건설은 매각 이후 안정적 운영에 성공하지 못하며 대표적인 스토킹호스 매각 방식의 실패 사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스타항공 인수 후보들, 안정적 운영 능력엔 물음표

이스타항공 역시 매각에는 성공했으나 인수 이후 안정적 운영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해선 의문부호가 붙고 있다. 우선매수권을 보유한 성정이나, 본입찰에 참여했던 쌍방울 모두 항공업을 운영한 경험이 없다. 반면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되던 하림의 경우 물류 계열사인 팬오션을 보유해 사업 시너지와 운영 가능성 측면에서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인수 검토 후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하림의 경우 이스타항공의 부채 규모와 예상 인수 대금을 고려해 인수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매수권자를 크게 웃도는 가격이 아니라면 인수가 어려운 상황에서 입찰에 나설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하림 측이 안정적으로 인수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최대 2000억원까지 고려했어야 하는 상황에서 무리한 베팅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 약 1100억원의 가격을 제시한 쌍방울 컨소시엄도 인수에 실패했다. 파악이 어려운 우발채무 등장 가능성도 하림이 이번 인수전에서 발을 뺀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

다만 물류 계열사의 성공 사례를 보면 하림의 입찰 포기가 아쉽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림은 팬오션 인수 이후 성공적 운영을 통해 해상물류 분야를 성장동력으로 새롭게 키운 경험을 갖고 있다. 2015년 하림은 법정관리에 들어선 팬오션을 1조원에 인수한 뒤 5년 만에 정상화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팬오션의 매출액은 2조4971억원, 영업이익은 2252억원을 기록했다. 이스타항공 인수에 성공할 경우 항공물류 진출을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인수가 유력한 성정 측은 오랜 기간 항공업 진출을 준비해 왔다는 입장이다. 과거에도 저비용항공사(LCC) 인수를 검토한 바 있으며, 오너 일가의 자금력 역시 충분하다는 것이다. 다만 대규모의 인적·물적 인프라와 운영 경험이 필요한 항공업의 특성상 향후 전망을 어둡게 보는 의견도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국가적 관점에서 보면 이스타항공은 한정된 자원이라고 볼 수 있다"며 "안정적 운영이 가능한 경쟁력 있는 곳이 인수하지 않다 보니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는 마이너스라고 봐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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