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나토서도 반중 연대 확보…미·러, 정상회담 앞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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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1-06-15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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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든, G7 이어 나토서도 중국·러시아 견제

  • 나토 공동성명 '중국' 구조적 도전으로 규정

  • 내년까지 새 전략개념 '나토 2030' 수립 추진

  • 바이든-푸틴, 회담 앞 서로 비판하며 기싸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이어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이하 나토) 정상회의에서 미국의 복귀를 알리며 중국과 러시아 견제를 위한 동력을 확보했다.

14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은 바이든 대통령 등 나토 30개국 정상들이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발표한 공동성명을 "러시아가 제시한 '위협'과 중국이 제기한 '도전'이 강조된 성명"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성명서는 러시아의 공격적인 행동을 유럽-대서양 안보의 위협요소, 중국의 영향력 확대와 국제정책은 나토 동맹국이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규정했다"고 설명했다.
 

1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본부에서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조 바이든(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왼쪽)을 비롯한 회원국 지도자들과 함께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빈=AP·연합뉴스]

 
◆나토 공동성명 중국 견제 첫 공식화···"바이든 외교 성과"

나토 정상들은 공동성명에서 중국을 '구조적 도전(systemic challenge)'으로 규정하고, 중국 견제 목소리를 높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나토가 공동성명에서 경제대국인 중국에 대한 견제 목소리를 높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지난 2019년 정상회의에서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해 '기회이자 도전'이라고만 했다.

나토는 러시아 견제를 위해 만들어진 미국과 유럽의 집단안보 체제이다. 그런데 이번 성명서에는 이례적으로 중국에 대한 대응을 강조했다.

주요 외신은 나토 회원국이 공동성명에서 중국을 '안보 위협'으로 규정한 것은 중국에 대한 단호한 입장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이라고 해석하며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적 성과라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며 나토 동맹국과 불협화음을 냈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는 상반된 자세로 '미국의 복귀'를 알리며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조했고, 나토 동맹국도 이를 환영하며 바이든 대통령이 재차 언급했던 중국 견제 협력에 동참했다고 본 것이다. 

미국과 유럽의 집단안보 체제인 나토 회원국 정상들은 공동성명에서 "중국의 야심적이고 무리한 행동은 규칙에 근거를 둔 국제질서와 동맹 안보 관련 영역에 구조적 도전을 야기한다"면서 "우리는 나토 조약의 근본적인 가치와 상반되는 (중국의) 강압적인 정책들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은 3대 핵 강국의 지위를 얻고자 더 많은 탄두와 더 많은 미사일 시스템을 갖춘 핵무기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가 공개적으로 밝힌 '민군융합전략'과 중국군 현대화 실행의 투명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 중국이 유럽, 대서양 지역에서 진행된 러시아 훈련에 참하는 등 러시아와 군사적으로 협력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고, 군사작전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 위성에 대한 공격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내년까지 유로·대서양 지역의 공동안보체제 강화를 위한 새로운 전략개념 '나토 2030' 수립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중국, 러시아 등 모든 종류의 위협과 도전에 빠르게 대응하고자 동맹을 정치적, 군사적으로 개조하고, 이를 위한 재원 마련 방안을 만드는 것이 골자다. 
 

16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첫 정상회담을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AFP·연합뉴스]

 
◆바이든-푸틴, 미·러 정상회담 앞두고 기싸움 '팽팽' 

나토 정상들은 러시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였다. 이들은 공동성명에 사이버 공격이 상호 자위권 조항을 발동시킬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하며 랜섬웨어(ransomware·금품요구 악성프로그램) 등을 사용한 사이버 공격에 대한 대비를 강화하는 사이버 방어 대책에도 합의했다.

이와 관련 "바이든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사이버 안보 등에 협력하지 않는다면 같은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과거 방식으로 행동하거나 협력하지 않기로 한다면 우리도 똑같이 나설 것"이라며 러시아를 향해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특히 그는 "레드라인(red line)이 어디에 있는지 분명히 할 것"이라고 러시아의 협력을 촉구했다. 

이는 최근 미국 최대 송유관 운영업체 콜로니얼 파이프라인과 정육회사 JBS 등 미국 사회기반시설(인프라)에 대한 랜섬웨어 공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는 콜로니얼 파이프라인과 JBS를 공격한 해킹조직의 기반이 러시아에 있다는 것을 문제로 삼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릴 미·러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에게 이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의 정적으로 현재 러시아에 수감 중인 알렉세이 나발니의 문제도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나발니의 죽음은 러시아가 기본적인 인권을 준수할 의사가 거의 없거나 아예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다른 지표가 될 것"이라며 나발니 사망은 미·러 관계를 해치는 비극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날 선 비판에 푸틴 대통령도 언론 대담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을 저격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첫 미·러 정상회담을 이틀 앞두고 두 정상이 팽팽한 기 싸움을 펼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기업을 향한 사이버공격 배후를 러시아로 지목한 것에 대해 "우스꽝스럽다"면서 "우리는 대선 개입, 사이버 공격 등 온갖 비난을 (미국으로부터) 받아왔다. 그리고 그들은 한 번도 증거를 내놓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국 행정부가 사이버공격의 배후를 증명할 증거를 한 번도 내놓지 않으면서 러시아를 향해 날을 세우고 있다는 주장이다.

푸틴 대통령은 "못생겼으면 거울을 보고 화내지 말라는 말이 있다. 누군가 우리는 비난할 때 나는 '자신을 들여다보지 그러나'고 말한다"고 비꼬았다. 이어 러시아가 국제사회의 불안정성을 초래한다는 비판에 "미국도 리비아와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등에서 똑같은 일을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지난 3월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을 '살인자'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나는 그런 비난을 수십 번 들었다. 신경 쓰지 않는다"고 비웃으며 바이든 대통령을 도발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나 또한 웃는다"며 웃으며 대응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전했다. 다만 대답 과정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8초가량 침묵한 뒤 눈을 질끈 감았다가 말을 이어가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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