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플랫폼 대전] ②쇼피·고젝, '3억명 내수시장' 인도네시아 디지털 금융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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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1-06-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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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구 3억명 중 절반이 無계좌' 인도네시아, 쇼피·고젝 디지털 은행 거점 낙점

  • 쇼피, '싱가포르 선진 금융 규제·인도네시아 내수시장' 장점 골라 공략

  • 고젝, 인도네시아서 국가적 지원...기존 은행과 제휴해 간접 진출 선호

동남아시아 지역의 온라인 플랫폼 시장 주도권을 두고 다투고 있는 씨그룹(SEA GROUP)의 쇼피와 그랩, 고투(고젝·토코피디아의 합병사)의 두 번째 싸움은 디지털 은행 시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6억5000만명의 인구가 적절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는 동남아 지역은 디지털 금융 서비스 부문에서 향후 국제 금융 중심지로 떠오를 수 있을 만큼 엄청난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쇼피와 고젝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가 중에서도 3억명에 가까운 내수시장을 보유한 인도네시아의 중요성에 주목하며 디지털 은행 사업의 거점으로 낙점했다.  
 

쇼피 광고 갈무리. [사진=유튜브 캡처]

 
◇쇼피, BKE은행 인수해 '씨뱅크'로 재출범...인도네시아·싱가포르 모두 공략

쇼피의 모회사인 씨그룹은 그랩보다 뒤늦게 디지털 은행 구축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양국에서 디지털 은행을 설립하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씨그룹은 그랩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12월 싱가포르 당국으로부터 DFB를 취득했다. 다만, 씨그룹은 싱가포르가 아닌 인도네시아에서 디지털 은행을 설립한 후 양국에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국제적 수준의 규제 관행과 금융업계 생태계를 구축한 싱가포르의 경우 금융업 진출에 유리한 반면, 전체 인구가 570만명에 불과한 내수시장의 규모는 업체의 향후 성장을 저해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싱가포르 당국의 DFB는 2개 이상의 해외 시장에서도 디지털 은행 운영을 허용하고 있어 규제에도 저촉되지 않는다.

따라서 씨그룹은 인도네시아로 눈을 돌린 상태다. 인도네시아 인구는 2억7000만명에 달하지만, 이 중 절반이 개인 은행 계좌를 보유하고 있지 않거나 금융 거래에 접근이 어려운 상태이기에 잠재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씨그룹은 규제와 인프라에 유리한 싱가포르와 내수시장이 풍부한 인도네시아 양국에 기반해 동남아 지역 전체로 금융 서비스를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씨그룹은 지난 1월 인도네시아 BKE은행을 인수하고 사명을 '씨뱅크(PT Bank Seabank Indonesia)'로 전환하고 디지털 은행 설립과 관련한 기초 작업에 들어갔다. 현재 씨뱅크가 보유한 자본금은 3조 루피아(약 2억 달러)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OJK)은 올해 중반 디지털 은행 관련 규정 정비를 완료할 예정이라, 본격적인 설립 절차는 그 이후에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 기반 고젝, 국가적 지원 업고 전통 은행과의 제휴 강화 전략

고젝은 인도네시아 디지털 은행 시장에서 씨그룹의 가장 큰 경쟁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 국적의 고젝은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인 자고은행과 손을 잡고 디지털 은행 시장 진출을 선언한 상태이며, 국영 통신사인 텔콤셀로부터는 막대한 규모의 자금 조달을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고젝은 디지털 은행 시장 진출을 목표로 2억 달러의 자금을 투자해 자고은행의 지분을 22.16%까지 인수했다. 지난해 9월 당시 자고은행의 총자산이 1조7000억 루피아(약 1억2000만 달러)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했을 때 사실상 인수·합병에 가까운 투자다.

다만, NA는 고젝 측이 자체적인 디지털 은행 출범보다는 자고은행과의 협력을 통해 금융업계로 사업을 확장하는 방안을 선호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싱가포르 금융 당국을 중심으로 형성할 엄격한 관련 규제를 충족하는 것보다는 기존의 금융사에 기반해 빠르게 디지털 금융 서비를 확장하는 편이 더 용이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젝 측은 별도의 금융업 자회사를 설립하지 않고, 고젝 이용자들이 스마트폰의 '고젝'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즉시 자고은행 계좌를 개설하고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고젝 측은 금융업 직접 진출 방안 대신 향후에도 자고은행 외의 다른 은행들과도 이와 같은 협력 관계를 맺어 디지털 금융 서비스 사업을 확장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이를 위해 고젝은 텔콤셀로부터 지난해 11월과 올해 5월 두 차례에 걸쳐 각각 1억5000만 달러와 3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금을 유치한 상태다. 양사는 이를 통해 인도네시아의 디지털 전환 가속화를 뒷받침하고 동남아 지역에서 인도네시아의 입지를 디지털 경제 선두주자로 자리잡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아울러, 최근 고젝은 인도네시아의 또다른 거대 벤처인 토코피디아와의 합병 작업을 마무리하고 '고투'로 재출범한 만큼, 이에 따른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고젝.[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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