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의 2026년도 예산안이 7일 저녁 참의원(상원)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일반회계 세출 총액은 122조 3092억 엔(약 1141조원)으로 전년 대비 약 7조 엔(약 65조원) 증가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경신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예산 통과 직후 기자단과 만나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환경과 강한 경제 구축을 위해 국회 심의에 성실하게 임했다"라고 소회를 밝히며, 자신의 대표 정책인 '책임 있는 적극 재정'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번 예산의 핵심은 성장 투자와 위기 관리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분야에 대한 과감한 증액이 이뤄졌으며, 억제력 강화를 위한 방위비는 전년 대비 대폭 상승한 9조 353억 엔으로 처음으로 9조 엔 시대를 열었다.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 증가로 사회복지 분야 예산 역시 39조 559억 엔으로 최대치를 기록하며 전체 예산의 약 30%를 차지했다. 특히 금리 상승 전망을 반영해 편성한 국채 비용(원금 상환 및 이자 지급비)은 전년보다 3조 엔 늘어난 31조 3000억 엔에 달해, 사상 처음으로 30조 엔의 문턱을 넘어서며 재정 압박의 요인이 되고 있다.
급박한 중동 정세에 따른 에너지 안보 대책도 이번 예산 운영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호르무즈 해협 통과가 어려운 상황에 대비해 "미국과 중동 등 대체 경로를 통한 조달에 주력하고 있다"라며, "특히 5월 미국산 원유 조달은 전년 대비 약 4배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약 8개월분의 석유 비축량을 바탕으로 해를 넘겨서도 안정적인 수급을 자신했다. 다만, 다카이치 총리는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절약 및 수요 억제' 요청에 대해서는 "경제 활동에 브레이크를 걸고 싶지 않다"라고 답하며 명확히 선을 그었다.
하지만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이번 예산이 지난해 말 확정되어 최근의 중동 위기 대책이 빠져 있는 데다, 여름철 전기·가스 요금 지원 재개까지 검토되고 있어 재정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라고 짚었다. 아울러 에너지발 물가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려는 일본은행과 정권 간의 정책 갈등이 표면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예산안 성립이 11년 만에 4월로 지연되는 과정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짧은 심의 시간과 독단적인 국회 운영으로 야당과 격렬히 충돌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전임 총리들의 3분의 1 수준인 약 9시간만 국회에 출석하면서도, 여야 간의 물밑 조율을 중시하는 기존의 '국대(국회대책) 정치' 관례를 깨고 효율성과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대국민 직접 소통을 전면에 내세웠다. 높은 지지율을 배경으로 '구태의연한 국회 관례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파격적인 정치 행보를 고수한 셈이다.
여당은 이번 예산안 통과 과정에서 일본보수당과 무소속 의원들을 포섭하며 가까스로 문턱을 넘었으나, 여소야대 형국인 참의원에서의 위태로운 '줄타기' 국회 운영은 다카이치 정권의 상시적인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가정보회의 설치법 등 민감한 안보 관련 법안들이 향후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야당의 파상공세를 뚫고 국정 동력을 유지하기 위한 다카이치 총리의 정치적 협상력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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