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4대 그룹 회동] 美 44조원 투자, 국내 ‘소부장’ 기업에 동반성장 호재

대기업 나서면 우리 중기 해외 수출 늘어

재계, 정상회담 이후 정부 과감한 지원 기대

“대통령이 모처럼 우리나라 대기업의 경제외교적 역할에 대해 대놓고 칭찬을 했다. 정부가 향후 어떤 당근(인센티브나 혜택)을 내놓을 지 주목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과 국내 4대 그룹 총수들간 첫 오찬 간담회는 한미정상회담의 성과를 칭찬하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시작했다. 일각에서 미국에 막대한 투자를 함에 따라 국내 투자와 일자리 축소가 될 것이란 우려에 대해서도 4대 그룹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며 분위기를 띄웠다. ‘재벌 개혁’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문 대통령이 취임 후 그룹 총수만을 청와대로 초청해 따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재계는 이날 회동을 기점으로 정부가 과감한 지원책을 내놓을 것이라며 기대하는 눈치다.

2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오찬 회동에 앞서 4대 그룹 대표들과 한미정상회담의 성과를 치하하며 말문을 열었다. 특히 문 대통령이 지난 방미 일정의 ‘하이라이트’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직접 (4대 그룹을) 지목해 소개한 일을 꼽자, 참석자들은 다함께 웃음꽃을 피웠다. 앞서 4대 그룹은 지난달 문 대통령의 방미 기간 총 44조원에 이르는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 한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는 데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했다.

문 대통령이 최태원 SK 회장에게도 “일정 전체를 함께 해 아주 큰 힘이 됐다”고 감사를 표하자, 최 회장은 “양국 경제 관계가 더 활발해지도록 살피겠다”며 협력 의지를 분명히 했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도 “방미 덕분에 미국과 사업이 더 잘될 것 같다. 기회를 더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껏 상기된 분위기 속에서 식사가 시작되자, 4대 그룹 총수들은 본격적으로 최근 기업 경영과 향후 계획을 문 대통령과 공유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 양국 관계가 기존에도 튼튼한 동맹 관계였지만 그 폭이 더 확장돼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등 최첨단 기술과 제품의 부족한 공급망을 보완하는 관계로까지 포괄적으로 발전된 게 굉장히 뜻깊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가장 필요한 파트너로 한국을 선택했다는 것이 아주 뜻깊고 4대 그룹으로서도 미국에 대한 여러 진출을 확대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한미정상회담 결과는 역대 최고라고 생각한다”며 “워싱턴에 남아 현지 반응을 더 들었는데 미국이 경제 활성화를 모색하는 상황에 한국의 투자가 적절히 이뤄져 바이든 정부가 고마워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도 “한미정상회담을 뿌듯하게 생각한다"며 "삼성은 오래전부터 미국에 파운드리 공장을 준비했는데, 이번 방미로 삼성의 대미 협력에 큰 힘이 됐다”고ㅊ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정부의 탄소중립 의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협력 의지를 분명히 했다. 정 회장은 “정부의 포용, 회복, 도약이라는 목표 달성에 함께 하겠다"며 "탄소중립은 후세에 대한 현 세대의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광모 LG 회장은 2019년 일본 수출 규제 당시 정부의 적극적 역할에 감사를 표했다. 구 회장은 “일본의 수출 규제 등 위기 때 정부가 기업의 이야기를 듣고 대처해줘 감사하다”며 “이번 방미로 미국에서 안정적으로 사업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특히 막대한 대미 투자로 국내 투자와 일자리가 위축될 것이란 우려에 대해서 4대 그룹은 기우란 입장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오찬 전 환담에서 “우리 기업들이 미국 투자를 많이 늘리니까 그만큼 한국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거나 일자리 기회가 없어지는 거 아니냐고 하지만, 우리 대기업들이 앞장서 나가면 중소, 중견 업체들도 동반해서 진출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부품, 소재, 장비 등이 수출되기 때문에 오히려 국내 일자리가 더 창출되고 더 많은 기회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정 회장이 “기회를 더 많이 만들겠다"고 답했고, 문 대통령은 “그런 부분도 잘 설명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 부회장도 오찬 간담회에서 “미국에 공장을 지어 일자리를 외국에 빼앗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지만 제2평택공장 부지는 국내에서 찾기 때문에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회동을 기점으로 정부가 과감한 지원책을 내놓을 것이란 기대다. 이번 회동 참석 대상인 모그룹 고위 임원은 “문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 성공에 4대 그룹의 역할을 거듭 높이 평가했다”라며 “그런 연장선상에서 국내 기업이 가장 바라는 선물을 주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재계 또 다른 관계자는 “이날 회동은 그동안 재벌 개혁을 외치던 정부가 친기업적인 입장으로 선회했음을 명시적으로 보여준 것”이라며 “이런 자리에서 4대 그룹 총수들이 공식 건의한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 요구도 무시하진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 대통령, '4대 그룹 대표와 환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