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상장 인기 여전...합병성공 장담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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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은 기자
입력 2021-06-0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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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공개(IPO) 시장이 유례없는 호황을 기록하면서, 스팩(SPAC, 기업인수목적회사) 신규 상장도 증가세다. 스팩은 증권사가 이름을 걸고 직상장시키는 데다 원금이 보장돼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합병 성공 여부나 합병 이후 실적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한계도 지적된다.

2일 한국거래소 공시 시스템 '카인드'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이후 한 건도 없던 유가증권시장 스팩 상장은 올해 들어 1건(엔에이치스팩19호)으로 늘었다. 코스닥 상장의 경우 지난해 19건이었는데, 올해 현재 벌써 10건을 기록했다. 

스팩은 비상장 우량기업을 인수합병(M&A)할 목적으로 세워지는 회사다. 상장 후 3년 이내 합병에 성공하지 못하면 청산 절차를 밟는다. 이때 투자자는 투자원금, 은행예금 이자 수준의 돈을 받는다.
 

[사진=카인드]

스팩상장 증가세는 최근 IPO 시장 활황과 무관하지 않다. 대어급 IPO가 시도하는 족족 흥행으로 이어지면서 증권사의 주관 경쟁도 치열해졌다. 증권사 입장에선 스팩이 '틈새시장'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증권사가 스팩을 통한 우회상장 주선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수수료 수익은 수억원으로 적지 않다. 증권사는 스팩 설립 때 발기주주로 참여, 주식과 전환사채를 취득하는데, 추후 합병상장 땐 취득했던 지분을 매각해 시세차익을 얻을 수도 있다. 

스팩은 증권사가 이름을 걸고 직상장하는 데다, 상장폐지를 겪더라도 원금이 보장돼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처란 평가를 받는다. 김병관 에셋원자산운용 CMO는 "스팩은 증권사가 책임지고 직상장시키는 종목이다. 일차적으로 검증됐다고 봐야 한다"며 "어떤 다른 종목보다도 투자수익을 낼 가능성이 크다"고 평했다. 

다만 상장 이후 스팩의 장밋빛 미래는 보장돼 있지 않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합병 성공률이 그리 높지 않은 데다, 성공했다 해도 기대만큼의 실적을 올릴지 예단할 수 없어서다. 코스닥 시장에서 지난해 합병에 성공한 스팩주는 17개였으나, 올해 현재는 4개에 불과하다. 

이경준 혁신투자자문 대표는 "합병스팩의 성과 도출 여부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며 "(예비 상장사의) 스팩상장 목적 자체가 매출 신장과는 무관하다고 볼 수도 있다. 유통물량이 많아 직상장 흥행이 기대되지 않을 때, 지분희석을 원치 않을 때 스팩을 선택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했다. 

스팩시장의 호황이 계속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 현재 IPO나 스팩시장은 막대한 유동성이 떠받치고 있는데, 최근 유동성 축소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지속되면서 금리 인상 확률도 높아졌다. 

스팩주는 최근 들어 괄목할 만한 수익률을 거두고 있다. 지난 21일 상장한 삼성스팩4호는 지난 24일부터 6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현재 주가(1일 종가)는 1만100원으로 공모가(2000원)의 다섯배를 초과했다. 

밸류에이션 부담이 크다는 지적도 따른다. 김병관 CMO는 "스팩은 충분히 가치가 있지만 최근 고평가됐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며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가 대세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삼성스팩2호의) 잇단 상한가는 위험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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