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연일 터지는 ‘막장 BJ' 논란... 안 막나 못 막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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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준 기자
입력 2021-05-28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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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생활 폭로부터 유관순 열사 모욕까지... 시청자 공분 사는 인터넷 BJ들

  • 논란 끊이지 않는 인터넷 방송, 제재는 방송 플랫폼 자체 징계가 전부

  • 관련법 마련해 인터넷 방송 명확히 관리해야

인터넷 방송계가 연일 갖은 논란에 시달리며 주목받고 있다. 인터넷 방송은 지상파나 종합유선방송보다 규제가 덜해 자유로운 소재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BJ(Broadcasting Jockey)의 사생활 폭로와 부적절한 언행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자 일각에서 엄중한 규제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명예훼손부터 사생활 폭로까지... 눈살 찌푸리는 시청자들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인터넷 방송 BJ들의 부적절한 언행과 과도한 사생활 폭로로 시청자들이 눈살을 찌푸렸다.

한 인터넷 방송 플랫폼에서 방송 중인 BJ A씨는 유관순 열사를 비하해 논란에 휩싸였다. A씨는 방송에서 타 BJ와 술을 마시던 도중 만세 자세로 손목에 수갑을 찬 시늉을 하며 “만세,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다. 이를 본 타 BJ는 “2021년 유관순이네”라며 말했고 해당 A씨는 “2021년 유관순이냐”며 맞받아쳤다. 방송 후 이들은 유관순 열사를 모욕했다는 논란에 휩싸였고 공식 사과했다.

다른 BJ B씨는 방송에서 본인 아내이자 BJ로 활동 중인 C씨와 이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B씨는 본인 방송을 통해 이런 사실을 전하며 C씨의 낙태와 외도 사실을 폭로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C씨는 곧바로 남편의 성매매 사실과 함께 가정폭력 피해를 호소했다. 앞서 B씨는 지난해 12월 고(故) 박지선씨를 비하했다가 시청자들로부터 비난을 받은 바 있다.

[그래픽=우한재 기자, whj@ajunews.com]
 

시청자는 BJ들의 과격한 언행과 사생활 폭로에 대해 공분했다. 인터넷 방송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 한 누리꾼은 1인 미디어의 장점인 ‘정서적 유대감’과 ‘수평 연결 구조’, ‘개방성’들을 언급하며 “이 같은 장점을 극대화하지 못한 이유는 BJ들이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한 나머지 무분별하게 행동해 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무분별한 인터넷 방송이 청소년 등 어린 시청자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미 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는 B씨의 폭로 영상에는 “성매매는 되고 바람은 안 되냐”, “임신했으면 성매매해도 괜찮다” 등 청소년에게 부정적인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는 댓글이 등장하기도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유관순 열사를 성희롱한 BJ를 규탄해 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해당 BJ 유튜브는 연령과 관계없이 영상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역사관과 도덕관이 미성숙한 어린 구독자들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글은 이날 오후 3시 15분 기준 1만7092명으로부터 동의를 얻었다.
 
인터넷 방송은 아직 법 '사각지대'... 규제 마련 시급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인터넷 방송 관련 논란이 계속되자 명확한 규제와 감시자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나온다. 하지만 인터넷 방송계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는 모양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 7 제1항과 2항에 따르면 음란 콘텐츠를 공공연하게 전시하거나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사실이나 거짓을 드러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자는 처벌 대상에 해당한다.

하지만 관련 법안을 바탕으로 인터넷 방송을 명확히 규제하는 기관은 부재 상태이며 각 인터넷 방송 플랫폼이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관리하는 중이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학과 교수는 “정보통신망법도 규제할 수 있는 법이라고 볼 수 없다. 해당 법은 인터넷을 통한 발언이나 댓글로 인해 생기는 문제를 위해 만든 법이고 신고제이기 때문에 본인이 고소하지 않으면 처벌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 인터넷 방송 플랫폼에 따르면 타인의 약점을 공격하거나 비방하는 등 타인 비하나 장애인‧지역‧종교‧인종‧성 차별 및 비하를 포함하는 명예훼손은 규제 대상으로 명시돼 있다. 이 규정을 위반하는 BJ는 경고 또는 3일~영구 정지 징계를 받는다. 앞서 유관순 열사를 모욕한 A씨가 받은 처벌이 '90일 방송 정지'가 전부인 이유다.

인터넷 방송에서 혐오 발언이나 막말, 폭로로 논란이 계속되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올해부터 아프리카TV, 트위치 등 개인방송 사업자를 이용자 보호 업무 평가에 처음으로 포함했다. 이용자 보호 업무 평가란 전기통신역무에 관한 이용자 피해를 예방하고 이용자의 정당한 의견과 불만을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제도다.

부가통신사업자에 해당하는 개인방송 사업자 평가 항목은 △불법촬영물 유통방지 및 허위조작 정보 대응 △허위과장 상품정보 제공 방지 등이다. 유해 콘텐츠 피해에 대해서는 직접 이용자에게 물어볼 방침이다. 방통위 측은 “(유해 콘텐츠에 대한 평가는) 이용자 만족도 조사 항목에 들어간다. 또한 사업자가 모니터링할 의무가 있어서 이런 부분을 통해 파악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전문가는 인터넷 방송에 대한 명확한 규제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인터넷 방송을 규제할 수 있는) 법을 만들거나 현행법안을 개정해야 한다. 정보통신망법을 개정하거나 방송법에 명시하는 방송 범위에 1인 방송 등을 포함하고 새로운 법을 만드는 방법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미지=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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