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이후] ①임기 마지막 국정운영 확보…양국 동맹 2.0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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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철 기자
입력 2021-05-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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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사·안보 동맹서 경제 동맹으로 업그레이드

  • 미국에 확 쏠린 행보…盧 정부 한·미 FTA 연상

문재인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애틀랜타에 위치한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 앞에서 환영나온 조지아주 교민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1년의 승부수는 한·미 동맹의 업그레이드였다. 문 대통령이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3박 5일 간의 방미 기간 동안 미국과 중국 등 이른바 G2(주요 2개국) 사이에서 벌인 ‘줄타기 외교’에서 벗어난 파격을 선택한 것이다.

특히 진보 정부에서 미국과 친화적인 방향에 무게를 실었다는 점에서 노무현 정부 때의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을 떠올린다는 분석이 나왔다.

노 전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해인 2007년 핵심 지지층인 진보 진영의 거센 반대에도 한·미 FTA 협상을 타결, ‘반미=좌파’라는 등식을 깨면서 중도층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노무현 정부는 한·미 FTA 협상 타결을 이뤄내면서 임기 내내 불편한 관계를 지속했던 대미 관계를 안정적으로 전환하고, 차기 정부의 부담도 덜어내는 전기를 마련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24일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이번 정상회담은 기존 군사적 의미가 강했던 한·미 동맹을 경제 등 사회·경제 전 분야로 확대한 점이 포인트”라며 “서울·부산 시장 재·보궐 선거의 주요 패배 원인이었던 중도층에게 강하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교적 선택이었지만, 국내 여론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 스스로도 “최고의 순방이었고, 최고의 회담이었다”고 자평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자신의 SNS를 통해 “회담의 결과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면서 “기대한 것 이상이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재보선 참패 이후 국정운영의 돌파구를 찾는 데 고전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방미 성과로 상당 부분의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먼저 한·미 동맹은 경제 동맹으로 확장됐다. 삼성·SK·LG·현대차 등 국내 4대 그룹이 총 394억 달러(약 44조4200억원)의 미국 현지 투자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먼저 삼성전자는 신규 파운드리 공장 구축에 총 170억 달러(약 19조1600억원)를 투자하고, SK하이닉스는 10억 달러(약 1조1200억원)를 투입해 실리콘 밸리에 AI, 낸드 솔루션 등 신성장 분야 혁신을 위한 대규모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한다.

LG에너지솔루션 및 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기업은 합작 또는 단독투자를 통해 약 140억 달러(약 15조78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추진키로 했으며, 현대차는 미국 내 전기차 생산, 충전인프라 확충 등에 총 74억 달러(약 8조34000억원)를 투자한다.

문 대통령은 “미국과 한국은 서로에게 가장 중요한 투자 파트너”라며 “양국이 힘을 모으면 미국 기업들은 안정적 부품 공급망을 확보하고, 한국 기업들은 더 넓은 시장을 개척하면서 함께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방미 마지막 날 조지아주 애틀랜타로 이동해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을 찾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서도 기대했던 백신 스와프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미국의 원천기술과 한국의 생산능력 교환을 핵심으로 하는 백신 파트너십 구축에 합의했다. 미국 정부가 다른 나라와 백신 파트너십을 맺은 건 처음이다.

그 결과,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미국 기업인 모더나, SK바이오사이언스와 노바백스 등 백신 관련 양해각서(MOU) 4건이 체결됐다.

안보 분야에서 역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의 ‘싱가포르 공동성명’과 종전 선언을 담고 있는 ‘판문점 선언’을 바이든 정부가 계승하기로 했다.

미사일·우주 개발의 족쇄였던 한·미 미사일 지침도 한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42년 만에 폐지됐다.

문 대통령은 양국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기쁜 마음으로 미사일 지침 종료 사실을 전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주한 미군과 접촉하는 한국군 55만명분의 백신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방미 결과에 대해 국민의힘은 한·미 동맹 강화에는 의미를 두면서도 자화자찬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청와대와 집권당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최고의 순방, 최고의 회담’이라고 자화자찬했는데 이렇게 호들갑 떨 만큼의 결과였다는 평가는 과도한 견강부회”라고 비판했다.

김기현 대행은 “온 국민이 희망을 걸고 있는 백신 확보는 기대만큼 성과를 전혀 거두지 못했다”면서 “한국군 55만명에 대한 백신 지원 이외엔 구체적 성과가 없었고, 기업들이 44조원 규모의 대미 직접 투자 계획을 발표했지만 손에 잡히는 성과를 가져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 대행은 “그런 점에서 현금을 지급하고 물건 대신 어음만 받아온 것”이라며 “1달 전 미국을 방문해서 1억회분의 백신을 확보한 일본 스가 총리와도 비교되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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