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변덕왕 머스크에 '코린이'는 웁니다... "처벌 안 되나요?"

정석준 기자입력 : 2021-05-17 18:15
머스크, 암호화폐 두고 한나절 만에 입장 번복... "믿을 수 없는 사람" 지적 미국 매체 "머스크 발언은 명백한 시세 조종...관련 규제 없어 처벌 어려워" 금융권, 시세 조종·자금 세탁 등 암호화폐 불법 행위 막기 위해 방안 마련 나서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처분했다는 트윗에 대해) “정말이다"···17일 오전 2시 30분
"명확히 하자면 테슬라는 보유한 비트코인을 처분하지 않았다"···17일 오후 2시 56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한 마디에 암호화폐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대표적인 암호화폐 옹호론자로서 많은 주목을 받은 머스크가 잇따라 암호화폐 시세 조작으로 의심되는 발언을 함에 따라 ‘공공의 적’이 되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탈중앙화를 강조한 암호화폐에 역설적으로 정부의 중앙집권적인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암호화폐 '변덕왕' 머스크..."믿을 수 없는 사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문제는 머스크가 보유한 비트코인을 처분했음을 암시하면서 시작됐다. 17일(한국시간) ‘암호화폐 고래’라는 뜻의 트위터 매체 ‘크립토 웨일’이 “비트코인 투자자들은 다음 분기에 테슬라가 남은 비트코인 보유분을 처분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자책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머스크는 이 글에 “정말이다(Indeed)"라는 댓글을 달며 비트코인을 처분했음을 암시했다.

이러한 머스크의 댓글을 두고 미국 경제 매체 CNBC는 “테슬라가 비트코인 보유량을 팔았거나, 팔아서 암호화폐 가격을 떨어뜨리려는 전조”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머스크 트윗 이후 암호화폐를 매도하려는 투자자가 늘어나면서 관련 시세는 곤두박질쳤다.

업비트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6.06% 하락한 개당 5415만5000원을 기록했다. 같은 시간 암호화폐 시총 2위인 이더리움도 개당 410만원으로 7.91%의 급락세를 보였다. 평소 머스크가 자주 언급해온 암호화폐 도지코인은 6.27% 하락한 개당 598원에 거래됐다.

암호화폐 시장이 큰 혼란을 겪은 이날 오후 머스크는 다시 본인의 SNS에 “명확히 하자면 테슬라는 보유한 비트코인을 처분하지 않았다(To clarify speculation, Tesla has not sold any Bitcoin)”는 글을 올리며 자신의 발언을 뒤집었다.

머스크의 발언 이후 비트코인에는 다시 매수하려는 투자자가 몰렸다. 개당 5564만6000원(업비트·오후 4시 31분 기준)에 거래되며 반등했다.

암호화폐 시장에서 머스크가 변덕스러운 발언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CNBC 등 미국 매체는 1분기에만 비트코인 거래로 1억 달러(1135억원) 이상 수익을 올린 테슬라와 머스크의 행위를 두고 ‘투기꾼’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비트코인 아카이브’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한 암호화폐 투자자는 “(테슬라는) 전기차 판매보다 비트코인 거래로 돈을 더 많이 벌었다”며 머스크의 발언을 비꼬았다. 이러한 논란이 일자 머스크는 “나는 비트코인을 하나도 팔지 않았다, 테슬라는 비트코인의 현금 유동성을 입증하기 위해 보유 지분 10%를 팔았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이후 머스크는 테슬라 차량 구매 시 비트코인 사용을 허용하는 등 암호화폐를 옹호하는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 12일 환경 문제를 이유로 비트코인 결제를 갑자기 철회하며 시세 폭락을 야기했다.

다음날 머스크는 "거래 시스템의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 도지 개발자들과 협력하고 있다. 이 작업은 잠재적으로 유망하다"고 말하는 등 도지코인을 옹호하는 트윗을 작성해 도지코인 시세 폭등을 일으켰다.

이러한 머스크의 발언을 두고 뉴욕타임스는 “(머스크는) 믿을 수 없는 사람이다. 머스크의 트윗이 비트코인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트윗) 직전이나 직후 머스크의 모든 행위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암호화폐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는 “하나의 지갑이 도지코인 공급량의 28%를 차지한다. 이들이 시장을 조작하는 등 부당한 거래 전략을 쉽게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이다”라고 보도했다.

이러한 머스크의 오락가락하는 행보에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비트코인 옹호론자 중 한 명인 잭 도시 트위터 창업자는 머스크에 좌우되는 암호화폐 시장을 두고 “한 사람이 비트코인 시장을 바꾸거나 멈추게 할 수 없다”고 반감을 드러냈다.

국내 암호화폐 커뮤니티에서 한 누리꾼은 “우리가 머스크의 발언을 어떻게 짐작하냐. 개인 1명의 왈가왈부로 장이 이렇게 되는데 이게 (투자 가치가 있는) 코인이 맞냐”라며 분개했다. 다른 누리꾼은 “기업 CEO가 도지코인을 '리딩(불법 추천)'하는 모습은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명백한 시세 조종 행위...'무법지대' 암호화폐 업계에선 처벌 근거 없어

비트코인을 비롯한 상당수 가상화폐가 약세를 보인 17일 오전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센터 전광판에 가상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암호화폐 시세 조종으로 의심되는 행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머스크는 현재로선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 증권거래법에 따르면 시장에 간섭하려는 고의적 시도나 투자자를 속여 이익을 챙기는 등 시세 조종 행위를 할 경우 100만 달러 이하의 벌금 또는 10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실제로 2년 전인 지난 2019년 머스크는 테슬라에 대한 ‘트윗 공시’ 행위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고발당해 투자자들에게 민감한 내용을 담은 글을 SNS에 올리지 않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증권거래법은 증권(주식) 시장에만 적용되며, 제도권 밖인 암호화폐 시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암호화폐 시장은 여전히 무법지대다. 머스크가 ‘암호화폐 시세 조종’ 또는 ‘조종을 위한 발언’으로 법적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적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각국 정부와 금융권도 암호화폐와 거리를 두면서도 관련된 제재 카드를 하나둘씩 꺼내기 시작했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암호화폐를 ‘투기’라고 지적하며, 미 의회 금융위원회 청문회에서 투자자 보호를 위해 SEC가 직접 가상화폐 거래소를 규제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실제로 미 법무부와 국세청은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에 대해 자금세탁·탈세 관련 조사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암호화폐 전문 매체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4월 전문가 의견 수렴을 거쳐 오는 6월 수정된 암호화폐 관련 지침을 발표할 예정이다.

국내 금융계에서는 특정금융정보법을 통해 암호화폐를 ‘가상자산’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종렬 한국은행 금융결제국장은 “비트코인은 화폐가 아니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 가상자산 관련 부처 회의에) 한은을 부르지 않는 것”이라고 전했다.

국회에는 암호화폐와 관련된 불법행위를 처벌하는 법안이 올라왔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주식 거래와 마찬가지로 가상화폐의 불공정 거래 행위를 처벌하는 ‘가산자산업 발전 및 이용자 보호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암호화폐 관련 미등록 영업 행위와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행위 금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시세를 조종하거나 암호화폐 투자를 유인하는 행위는 처벌 대상이 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머스크의 발언과 같은 행위는 당연히 시세 조종에 해당하지만, 일반적인 자본 시장에서는 처벌하기 어렵다. 또한 암호화폐가 이런 발언이나 시장 상황에 쉽게 움직이는 등 가격변동에 취약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 손실에 대해 보상은 할 수 없지만 금융 사기와 가까운 행위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관리 차원에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세금 포탈이나 자금 세탁, 외환거래 우회 방법으로의 암호화폐 사용에 대해서는 엄격한 관리와 통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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