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기업 살리는 달러 강세…저러다 푹 꺾이면 대책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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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봄 기자
입력 2021-05-17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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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요국 회복세 불구 변동폭은 더 커져

  • 고점높인 환율에 수출기업 탄력 동시에

  • 갑작스럼 하락 따른 환차손도 우려

 

[그래픽=아주경제 미술실 ]

원·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널뛰기를 하면서 국내 수출입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국내 수출은 주요국의 백신 보급에 따른 경제활동 정상화로 빠르게 회복세를 보여왔지만,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지 않는 환율이 자칫 기업의 수익성을 저해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기업들은 강달러세가 지속할 경우와 급격히 약달러세로 전환할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전략 수립에 나섰다.

◆고점 높인 환율에 수출기업도 탄력 받나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4월 수출은 반도체, 석유화학 등 주력품목 수출 호조세에 힘입어 전년 동월보다 41.1% 증가한 511억9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2.5% 역성장했던 수출은 올해 가파른 개선 흐름을 보이며 8.6%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강달러세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달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30원대까지 고점을 높였다. 지난달 말 저점인 1100원대와 비교하면 열흘 새 20원 이상 뛰었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되면 수출기업들의 수익구조가 개선되고 중장기적으로 수출가격 경쟁력 및 시장점유율 확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원화 약세의 흐름이 강해지면 달러값을 끌어올려 기업들이 손에 쥐는 돈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수출기업 실적에는 곧바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별다른 환 위험 헤지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현재로서는 대내외적으로 달러 강세(원화 약세) 요인이 산재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양적완화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해 나가는 테이퍼링(Tapering)에 나서면, 이는 금융시장 투자심리를 위축시켜 원화를 약세로 밀어내는 요인이 돼 원·달러 환율이 상승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

다만 수출기업들이 최적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환율이 1160원대까지 올라야 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한국무역협회가 연간 수출실적 50만 달러 이상인 수출입 기업 801개를 대상으로 수출 전망 및 환율 계획을 조사한 결과 수출기업들의 올해 사업계획 환율은 평균 1140원으로 조사됐다. 적정 환율 및 손익분기점 환율은 각각 1167원과 평균 1133원이다. 여기서 손익분기점 환율은 제품 수출시 매출이 비용과 일치(수익=0원)하는 수준의 환율이다. 수출을 주도하는 반도체와 가전 품목의 손익분기점 환율이 각각 1159원, 1153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수출 호조를 위해 추가적인 환율 상승이 필수인 상황이다.

◆변동폭 확대로 인한 ‘환율 불안정’은 변수

다만 원·달러 환율 하락 등 환율 변동폭 확대로 인한 ‘원화환율 불안정’은 변수다. 일각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현재와 같은 가파른 상승세를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에 이어 생산자 물가까지 역대 최고치로 오르는 등 인플레이션 우려는 여전하지만, 미 연준이 갑작스러운 금리 인상 등 긴축에 나설 가능성은 적기 때문이다.

실제로 4월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2%로 13년 만에 가장 높았다는 발표가 나오자, 미국 정부는 시장의 인플레 우려를 잠재우는 데 총력을 다했다. 통화정책을 관장하는 리처드 클래리다 연준 부의장은 지난 12일 “인플레이션은 대체로 일시적 요인들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외환시장은 이 같은 대응에 응답해 지난 14일 1128원대에서 장을 마감했다.

달러와 대체 관계에 있는 유로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강달러 전환을 막는 이유 중 하나다. 유로화는 유로당 1.2433달러에 움직여 전 거래일보다 0.48% 상승했다.

이러한 기조는 국내 수출기업에 치명적이다. 갑작스런 환율 하락에 따라 환차손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국내 완성차 5개사의 경우 환율이 10원 떨어질 때마다 매출이 4000억원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다른 기업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수출기업으로서는 환 위험에 대비해 단가 산정 시 평균 환율을 적용하는 방식을 활용하거나 통화 종류를 다양화하는 게 최선이다. 원가를 절감하거나 판매가를 인상하는 등의 조치도 거론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특히 중소기업은 환리스크 관리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그 타격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단기간 20원을 넘나들며 널뛰기하면서 기업들이 환율 방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단기 강달러세는 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겠지만, 원·달러 환율이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지 않고 있어 통화 종류를 다변화하는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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