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진단] "공수처, 애꿎은 소매치기 잡으라고 만든 곳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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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조 기자
입력 2021-05-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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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엽적 사건 아닌 중대범죄 조준해야"

  • "공수처는 검찰 견제 역할…지켜봐야"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지난 6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1호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면서 법조계·정치권 안팎에서 쓴소리가 나온다. 어떤 사건을 맡을지는 공수처 선택이지만, 설립 취지에 맞지 않게 지엽적이고 위험 부담이 적은 사건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황도수 건국대 법학과 교수는 16일 본지와 통화에서 "공수처는 애꿎은 소매치기를 잡으라고 만든 곳이 아니다"라며 "우리 사회에 정피아(정치인+마피아)와 관피아(관료+마피아)들이 많은데 공수처는 이들을 잡기 위해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말했다.

공수처는 지난 10일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해직교사 특혜 채용 의혹에 '2021 공제1호' 사건번호를 부여했다. 올해 1월 출범 이후 맡은 첫 자체 수사 사건이다.

이에 대해 "쉬운 길로 간다", "검찰개혁에 무딘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진다. 공수처 설립은 '제 식구 감싸기'를 일삼는 검찰 견제 목적이 큰 만큼 공수처가 1호 사건으로 검찰 비위 사건을 선택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앞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페이스북에서 "공수처 칼날이 정작 향해야 할 곳은 검사가 검사를 덮은 엄청난 죄, 뭉개기 한 죄"라며 "이런 중대범죄를 밝혀내 '인지수사 전범'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수처는 출범 전 검찰과 차별화할 수 있을지, 수사기관 '옥상옥'이 되는 게 아닌지 등이 우려됐다. 그래서 1호 사건에 대한 상징적 의미가 더 큰 것이 사실이다.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공수처가 그런 우려들은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고, 또 보여줘야 한다"며 "고민 끝에 이 의혹을 1호 사건으로 선택했다면 수사도 기존 검찰과 달리 인권친화적으로 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참여연대 입법 청원으로 처음 공론화된 이후 23년 만에 국회 문턱을 넘어 어렵게 출범한 공수처인 만큼 국민 기대에 부응하길 바란다는 의미다.

하지만 참여연대 소속이거나 몸 담았던 법조인들 중 날선 비판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을 지낸 양홍석 변호사는 "김진욱 공수처장이 1호 사건을 두고 너무 오래 군불을 지폈다"며 "일부에서 공수처 검사 정원 미달 등에 따른 수사 인력 부족을 이유로 들지만, 제대로 된 검사면 5~6명만 있어도 나라를 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 실세'였던 최서원씨(개명 전 최순실) 사건을 예로 들며, 당시 실제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 수는 손에 꼽는다고 덧붙였다.

다만, 공수처 1호 사건에 대한 아쉬움과 별개로 공수처가 직접 검찰개혁을 하는 기관이라는 인식은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양 변호사는 "공수처는 검찰을 개혁하는 것이 아닌 견제하는 역할이고, 존재만으로 그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며 "온전히 자리잡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 교수도 헌법재판소 사례를 언급하며 "전신인 헌법위원회는 존재감이 매우 약했고, 이후 헌재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등 굵직한 사건을 맡으면서 위상을 높였다"며 "공수처도 이제 시작 단계에서 당장 눈에 띄는 성과를 내거나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울 수 있기에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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