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4계단차' 현대제철·현대중공업, 녹색채권은 동일 1등급···ESG 평가 변별력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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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1-05-13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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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5곳에 이르는 국내 기업이 발행한 녹색채권이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최고등급 평가를 획득했다. 회사채 발행에서는 4~5노치(notch)씩 차이가 벌어지지만 녹색채권 발행에서는 사실상 차이가 없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재계 등에서는 녹색채권 평가가 더욱 세밀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재계와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올해 녹색채권 발행에 나선 15곳의 기업(공공기관·금융사 제외)은 모두 녹색·ESG(환경·사회·지배구조)채권 평가에서 최고등급을 받았다. 국내 3대 신평사가 이들 기업을 제각각 평정했지만 큰 차이가 없었던 셈이다.

이 같은 고등급 현상은 녹색채권 평가 방식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녹색채권은 등급 평가를 진행할 때 발행사에 대한 재무적 검토와 동시에 조달된 자금이 제대로 녹색성장 부문에 사용되는지 관리 체계와 적정성 등을 동시에 검토하고 있다.
 
최근 선제적으로 녹색채권을 발행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대기업이라 자금의 관리 체계나 적정성에 대한 부문이 철저해 높은 점수를 부여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신평사 관계자는 "녹색채권 발행에서 중요한 측면 중 하나는 자금을 투명하게 관리·운영할 수 있는지 내부 시스템을 검증하는 것"이라며 "최근 녹색채권에 관심을 가진 대기업은 대부분 철저한 내부 시스템을 갖췄으며, 반대로 내부 시스템이 미비한 중소기업은 아직 녹색채권에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제공]

그러나 최고등급 평가 릴레이가 기업·채권 평정의 본질인 투자자에 대한 정보 제공 측면에서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각 기업들의 재무 리스크에 상당한 격차가 있음에도 모두 같은 등급으로 평가됐다는 시각에서다.

실제 올해 1월과 2월 각각 녹색채권 최고등급을 받았던 현대제철과 현대자동차는 'AA+'와 'AA'로 매우 높은 회사채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시기인 2월 역시 녹색채권 최고등급으로 평가받은 현대중공업의 신용등급은 'A-' 수준이다.

현대중공업 뿐 아니라 한화건설과 SK건설도 'A-' 신용등급이나 녹색채권 발행에서는 최고등급으로 평가를 받았다. 신용등급으로 4~5노치나 차이가 나는 기업들이 녹색채권 최고등급으로 한꺼번에 묶여 있는 것이다. 1노치만 차이가 나더라도 채권 금리에 큰 영향이 발생하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투자자들에게 변별력 있는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신평사 관계자들은 발행사에 대한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것에 일부 동의했다. 다만 녹색채권 시장이 좀 더 활성화된다면 최고등급 이외의 발행사가 나오거나 더 세밀한 등급 체계가 적용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중소기업도 녹색채권을 발행하는 시기가 도래한다면 평정이 지금과는 다르리라는 시각이다.

다른 신평사 관계자는 "녹색채권에 대한 평가가 올해부터 시작된 만큼 변별력 등에서 다소 과도기적인 부분이 있다"며 "녹색채권 평정에 대한 경험이 축적되고 발행하는 기업이 늘어나면 일괄적인 최고등급 말고도 다양한 등급이 부여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사진=현대제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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