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인터뷰] 정세균 "대선 시대정신은 혁신 경제·양극화 극복…한국의 바이든 될 것"

황재희 기자입력 : 2021-05-10 03:00
차기 대선의 시대정신은 혁신 경제·양극화 극복 ‘3대 정책’ 질 좋은 성장, 분수경제, 항아리형 산업구조 중요 ‘외교’도 준비된 대통령…어디까지나 국익 우선해야 부동산 ‘선 가격안정, 후 합리화’ 정책 필요 ‘사면론’ 국민적 공감 없으면 실행 어려워…당내 경선은 ‘정도(正道)’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지난 7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대담=최신형 정치부 부장, 정리= 황재희 정치부 기자]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한국의 ‘바이든’을 꿈꾸며 차기 대선에 도전한다. 특유의 통합과 화합의 리더십으로 경제회복과 양극화 극복의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정 전 총리는 지난 7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용산빌딩에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는 양극화를 극복하는 일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술혁신·혁신경제를 만드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고 주장하며 ‘경제통’다운 면모를 보였다.

특히, 그는 10년 전 제시한 ‘분수경제론(경제 성장 원천을 중소기업‧중산층‧자영업자에서 찾아 그 힘이 분수처럼 아래에서 위로 넓게 퍼지게 하는 이론)’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언급하며 ‘질 좋은 성장’과 ‘분수경제’, ‘항아리형 산업구조’를 통해 경제 난관을 헤쳐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혁신 경제·양극화 극복’···차기 대선 시대정신

-차기 대선은 촛불혁명 이후 치러지는 첫 번째 선거다. ‘구체제로의 회귀냐, 신체제로 가는 초석이냐’의 갈림길이다. 결국 차별화는 시대정신이다. 정 전 총리가 본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코로나19는 페스트와 스페인독감에 이은 세 번째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인데,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고통받는 일은 없었다. 팬데믹이 끝나더라도 그 상흔이 깊고 넓을 것 같다. 그래서 이 상흔을 회복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원상회복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촛불정신도 반영해야 하고, 또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반영한 전환기적 회복이 돼야 한다. 일상을 회복해야 하고 경제, 공동체가 회복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시간만 지나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준비된 리더가 필요하다. 앞서 나는 김대중 전 대통령 대선 기획단에서 일하며 준비된 대통령을 만들었는데, 지금이 제2의 준비된 리더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10년 전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밑바탕이 된 분수경제론을 제시했다. 차기 대선의 핵심 키포인트가 사회 양극화 해소 및 공정성 회복인데, 분수경제론을 통해 던지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분수경제론 이전에 나는 ‘질 성장론’을 제시했다. 우리(진보진영) 쪽에서 성장담론을 꺼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질 좋은 성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고용‧균형‧혁신성장의 3대 전략이었다. 나는 이것이 지금도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성장담론이고, 분배를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것이 분수경제론이다. 서로 상호 연관되면서 보완적이라는 것이 나의 주장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여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때 당시에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예견하지 못했었다. 그래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가 제대로 준비를 하고 또 역량을 갖춰야 하는데, 여전히 부족하다. 그런 부분에 대해 조금 더 보충하고 준비를 해야 한다.“

◆‘질 좋은 성장·분수경제·항아리형 산업구조’···3대 정책 중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분수경제론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다만 경제민주화 추진 과정에서 재벌 개혁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의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는다. 


“사람들은 내가 개혁 법안을 추진하지 않았다고들 생각하는데, 원래 국회에 들어와서 처음부터 재벌개혁을 주장했다. 실제로 입법 활동도 추진하며 당시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들도 내가 만들었다. 최근에는 경제 3법이 만들어지면서 비교적 제도적인 정비나 입법, 문화가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지난번에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이사회 의장이 재산기부에 나서는 등 신세대들이 모범을 보이고 있다. 이것은 ‘글로벌 스탠더드(국제적 기준)’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삼성이 역대 최고의 상속세를 내게 됐는데, 이런 것들을 보면 우리 재벌개혁들도 많이 선진화되고 정상화됐다고 볼 수 있다.“

-다수 전문가들은 박근혜‧문재인 정부 모두 제대로 된 산업정책이 없다고 지적한다. 본인이 구상하는 산업정책이 있다면.

“한때는 시장이 알아서 하면 되고, 기업 자율에 맡기면 된다고 생각했다. 정부가 산업정책에 더 이상 관여할 것이 있을까 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산업정책을 도외시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됐다. 나는 ‘미래의 우리가 어떻게 먹고살 것인가, 그리고 어느 분야에 어떻게 더 투자를 집중하고 강조할 것인가’를 보고 있다. 나라 규모가 5~6배 정도 되면 모든 분야를 다 잘할 수 있겠으나, 그렇지 못하다. 우리나라는 해외동포까지 해도 1억명에 미치지 못한다. 때문에 나는 4차 산업혁명과 데이터, 네트워크, AI(인공지능),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를 우리의 미래성장 동력으로 보고 있다. 그러면서 '에너지 전환'이나 ‘넷제로(Net Zero·탄소중립)’를 비롯해 ESG(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 등 이런 쪽에 더 집중하면 우리가 선도경제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각 경제정책의 시너지효과를 통해 한국 경제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꾼다는 의미인가.

“대기업은 스스로 자율성을 갖고 규제혁신을 하면 되지만, 중소기업은 정부의 지원이 여전히 필요하다. 그래서 내놓은 것이 ‘질 좋은 경제’, ‘분수경제’다. 하나 더 이야기를 하자면 ‘항아리형 산업구조’인데, 우리는 소수의 재벌에 중견기업은 아주 적고, 중소기업이 많다. 마치 호리병처럼 밑에만 큰 구조다. 그러나 우리는 항아리형으로 가야 한다. 중견기업을 확장해야 한다는 말이다. 즉 대기업은 그대로 두더라도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유니콘 기업으로 많이 나오게 해 허리를 튼튼하게 해야 한다. 이것 3개가 세트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지난 7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외교’도 준비된 대통령…실용주의 노선 중요

-경제는 내치의 문제뿐 아니라 외치 문제가 결부돼 있다. 주요 2개국(G2) 미·중 무역전쟁 과정에서 ‘미국이냐 중국이냐’하는 압박도 받았는데, 대통령이 된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결국 외교는 좀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내 주장이다. 한국은 경제력이나 국제적 위상에 비해 외교력이 떨어진다. 그것은 그만큼 소홀히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외교에 돈도 더 써야 하고 외교관도 더 늘려야 한다. 공관이 어디에 주재만 하고 있다는 존재 자체가 아니라 활동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가 소위 말하는 중견국 외교 이상의 그런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는 이유다. 미·중 갈등과 그것에 따른 우리 국익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는 굉장히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을 이분법적으로 ‘미국을 우선하냐, 중국을 우선하냐’ 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어디까지나 국익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 가치를 따지지 않고 무조건 미국, 중국을 구분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미국은 우리의 동맹국, 유일한 동맹국이라는 점이다.“

-남북 관계가 꽉 막혔다. 보수진영에서는 너무 북한만 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는데.

“우리가 북한만 보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남북문제에 대한 입장은 앞으로도 미국과 긴밀한 협의를 하면서 또 경우에 따라서는 우리가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그냥 구경꾼 비슷하게 할 순 없다. 주체적인 생각을 갖고 미국과 충분히 협의하면서 한반도 비핵화를 이뤄야 한다. 우선적으로는 경제적 통일이라도 이뤄 평화와 번영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

◆부동산 ‘선 가격안정, 후 합리화’ 정책 필요

-취임하게 되면 1~2달 사이에 새로운 부동산 정책을 내놔야 한다. 지난 4‧7 재보선 참패의 원인이 부동산이었던 만큼 새 전략이 필요할 텐데.

“부동산의 경우 선 가격안정, 후 합리화 기조로 가야 한다. 이는 합리화해야 할 구석이 있다고 보는 것인데, 주로 투기수요는 위축시키고 공급은 대폭 확대해서 수급균형을 이루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이제 그 과정에서 투트랙으로 유의해야 한다. 첫째로 공급과 관련해서는 주거 빈곤층을 위한 대규모의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그래서 그 공공임대주택을 원하는 서민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공급해야 한다. 반면 중산층은 임대주택에 관심이 없다. 자가 소유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중산층이 합리적인 가격에 자가를 소유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

-규제 일변도식 부동산 정책이 계속될지도 궁금하다. 

“1가구 1주택, 무주택자를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정부가 노력하되 투기수요에 대해서는 위축시키면서 투기수익을 환수하는 노력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택은 금융, 세제, 교육, 균형발전 등 다양한 것이 연계돼 있는데, 이 부분을 좀 더 유능하게 관리해야 한다. 지금 보면 금융이나 세제 쪽에 합리화해야 할 부분이 있다. 그런데 가격이 안정될 때까지 타이밍을 기다려야 한다. 필요하더라도 타이밍이 맞지 않아서 (가격이) 폭등하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15년 정도 봉급쟁이를 하면 자가를 소유할 수 있는 그런 정도의 여건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금융이든 모기지 시스템이든 잘 만들어서 서양처럼 일정한 금액을 선지급하고 주택금융으로 해결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지난 7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사면론’ 국민적 공감 없으면 실행 어렵다

-사면론은 국민통합 관점에서 중대한 문제다. 문제는 두 전직 대통령 사면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결부됐다는 점이다. 이를 풀 묘수가 있을까. 

“사실 공정의 문제가 있다.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가장 중요한데, 두 사안에 대해서 상반된 시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 결정권자인 대통령 입장에서는 좀 더 힘이 든다. 그래서 일단은 민심의 동향을 잘 살펴야 하는데, 국민적 공감이 없으면 실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본선보다 치열한 예선전이 기다리고 있다. 어떤 전략으로 정면 돌파할 생각인가.

“그냥 정도로 가야 한다. 선수는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다. 정권재창출의 1차적 책임은 당에 있고, 당 지도부가 져야 한다고 본다. 그것이 지도부의 책무 아니냐. 그래서 무슨 룰을 만든다든지, 시기를 어떻게 한다든지 등에 대한 필요한 결정은 지도부가 하면 되고, 선수들은 열심히 정책을 개발하고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하면 된다.“

-잠재적 야권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아직 뭐 그 (대선에) 나올지도 모르는데 (평가가) 이르지 않나. ‘최종 링에는 못 올라온다고 본다’는 시각이 많다. 사실 윤 전 총장이 야당 쪽 사람이 아니지 않으냐. 그래서 야당 주자로 분류하고 대진표를 짜는 것이 성급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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