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곽동연 "'빈센조' 감독님과 함께면 무서울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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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1-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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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조' 장한서 역을 맡은 배우 곽동연[사진=H&엔터테인먼트 제공]

꾸준히 성실하게 걸어왔다. 배우 곽동연(24)은 지난 2012년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으로 데뷔해 '감격시대' '돌아와요 아저씨' '구르미 그린 달빛' '내 아이디는 강남 미인' '복수가 돌아왔다' 등에 이르기까지 언제나 성실한 태도로 작품에 임해왔다. 연예계 데뷔해 10년 차가 되었지만, 아직도 '작품 일지'를 쓰며 스스로를 돌아본다고. 그 성실함은 지금의 곽동연을 만들었고 그가 걸어온 길은 작품 목록(필모그래피)이 되었다.

지난 2일 종영한 tvN 드라마 '빈센조'(극본 박재범·연출 김희원)는 그의 작품 목록 중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이다. 그간 성실하게 쌓아온 것들이 시청자들에게 닿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그는 이제껏 시청자들이 보지 못한 독특한 질감의 악당을 그려냈고 단숨에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드라마 '빈센조'는 조직의 배신으로 한국으로 오게 된 이탈리아 마피아 변호사 빈센조(송중기 분)가 독종 변호사 홍차영(전여빈 분)과 함께 악당을 처단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극 중 곽동연은 복수의 대상인 바벨 그룹 부회장 장한서를 연기했다. 때로는 지질하고 때로는 악랄한 그의 연기 변주에 시청자들은 빠져들기 시작했고 드라마 말미 장한서의 변화에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그는 어떻게 시청자들을 사로잡게 된 걸까? 드라마 종영을 앞두고 곽동연과 만나 드라마와 뒷이야기 등을 묻고 들어 볼 수 있었다.

다음은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나눈 곽동연의 일문일답

'빈센조' 장한서 역을 맡은 배우 곽동연[사진=H&엔터테인먼트 제공]


드디어 대장정이 끝났다. '빈센조'를 떠나보내는 소감은 어떤가?
- 8개월 촬영을 마쳤다. 정말 사랑하는 작품이었고 그런 작품이 사랑받아서 행복했다.

장한서는 독특한 인물이었다. 때로는 멍청하고 가볍게 느껴지지만, 한편으로는 대범한 면들도 있으면서 주변을 압도하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 정의하기 힘든 캐릭터였는데
- 멍청하고 무식한 면을 강조하려고 했다. 멍청하기 때문에 그런 악랄한 짓을 저지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마 한서가 조금 더 똑똑했다면 그런 나쁜 짓은 못했을 거다. 멍청하고 무식한 면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무기로 삼을 수 있었다.

연기 표현에도 어려운 점이 많은 인물이었을 것 같다. 보이는 면면이 많고 톤앤매너도 지켜야 했는데
- 다양한 모습이 한 드라마에 나온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면서 동시에 신경 쓸 게 많다. 제가 고민한 건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보다 완급 조절을 하는 일이었다. 한서의 심경이 어떻게 변하고 빈센조로 하여금 어떻게 성장하는지 중점을 두었다. 제가 생각하는 한서의 키워드는 '무식함'이기 때문에 그 모습을 잃지 않으려고 했다.

한서는 다양한 면을 가진 인물이다. 곽동연과 닮아 있는 부분도 있었을까?
- 한서는 은근히 개구쟁이다. 제 기분을 감출 줄 모르는데 그런 부분이 공감되더라. 빈센조가 형 장준우(옥택연 분)를 농락하는 장면 등에서 웃음을 참지 못하고 터트린다거나 하는 모습들 말이다. 저도 제 기분을 완벽하게 숨기지 못한다. 잘 드러나는 성격이라서 그런 부분에서 공감이 가곤 했다.

외적으로도 변화가 많았다
- 그렇다. 한서는 어린 나이에 회장 자리에 올라 불안감과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 스스로 '회장'이라는 걸 드러내고 싶어 해서 굉장히 고급스럽고 화려한 옷을 입고 약간 나이 들어 보이는 차림새를 하고 싶어 한다.

'빈센조' 장한서 역을 맡은 배우 곽동연[사진=H&엔터테인먼트 제공]


한서의 코미디 장면을 좋아하는 시청자들이 많았다
- 드라마 특성과 한서의 성격 덕에 코미디 연기를 선보일 수 있었다. 이런저런 의견이 반영되면 그렇게 기쁠 수 없다. 개인적으로 기억나는 장면은 빈센조의 이름을 두고 장난스럽게 부르는 것이었다. 탁홍식 역을 맡은 최덕문 선배님께서 즉흥 연기(애드리브)로 '빈센 조까사노'라고 부르곤 했는데 그 장면이 굉장히 재밌게 느껴지더라. 저도 빈센조의 낯선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설정으로 '빙신조'라고 부르곤 했다.

장한서는 매력적인 캐릭터이면서 동시에 주변 인물들을 더욱 강렬하게 만드는 보조적인 역할이기도 했다. 장한서로 하여금 장준우, 최명희(김여진 분), 한승혁(조한철 분)이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는데
- 상대 배우까지 신경 쓰고 의식적으로 연기하지는 않았다. 애초에 대본부터 인물 관계가 명확하게 설정되어있었고 감독님과 작가님이 잘 설명해주셨기 때문에 그에 맞게 연기하곤 했다.

장한서에게 형 장준우와 경쟁 상대 빈센조는 어떤 의미였나
- 한서에게 준우는 평생의 숙적이자 언젠가 넘어야 할 산이었다. 한평생 굴복당하며 살아왔고 그걸 끝내고자 하는 의지가 컸다. 빈센조와 관계가 시작되며 '구원자'라 여겼다고 생각한다. 빈센조는 한서에게 진짜 형 같은 사람이었다.

드라마 말미에는 빈센조와 남다른 우정 연기를 선보였다
- 저의 개인적인 경험이 많이 반영된 것 같다. 일찍 연기 생활을 시작해 주변에 유난히 형들이 많다. 자연스레 어울릴 줄 알게 되었고 드라마에도 반영된 것 같다. 빈센조와 한서의 관계도 명확하지 않나. 한서가 빈센조를 무서워하면서도 동경한다는 관계성을 잘 살리고 싶었다. 어릴 적부터 우정을 쌓아온 동네 형들 덕에 '우정 연기'를 잘 만들 수 있었던 거 아닐까?

시청자들 사이에서 시즌2에 관한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다
- 시즌2가 진행된다면 빈센조 옆에 꼭 붙어있는 인자기(극 중 빈센조의 숙면을 방해하는 비둘기, 이탈리아어로 이름을 지어주었다)가 되고 싶다. 하지만 한서는 드라마 말미 죽음을 맞았기 때문에 시즌2에 나오긴 힘들 것 같다. 영혼으로 나오는 수밖에 없다.

팬들에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겠다
- 감독님께 '영호 분식' 아들 영호가 어른이 된 모습으로 출연하겠다고 했다. 아니면 법무법인 '지푸라기'의 새로운 인턴이나(웃음). 시즌2를 한다면 무조건 출연하고 싶다고 작가님, 감독님께 질척거리는 중이다.

악당이라고 생각했던 한서가 죽자 너무나 안타깝고 불쌍한 마음도 들더라
- 한서가 성장하고 변화했기 때문일 거다. 저 역시도 그가 불쌍하고 안타깝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기획 단계부터 악당 4명은 죽음이 확정되어있었다. 이미 알고 시작한 것이었지만 중간쯤 접어들면서 '안 죽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라. 개인적으로는 현장이 정말 좋아서 마지막까지 붙어있고 싶었다.

'빈센조' 장한서 역을 맡은 배우 곽동연[사진=H&엔터테인먼트 제공]


벌써 연기 데뷔 10년 차가 됐다. 연기를 대하는 마음가짐은 조금 달라졌나?
- 처음 시작했을 때는 막무가내였던 것 같다. 뭐가 중요한지 자세나 태도도 무지한 상태였다. 지금은 완벽히 숙지 된 건 아니었지만 책임감이 생겼다. 제작진에 대한,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에 대한 책임감이다. 진짜 '전문가'다운 게 무엇일까 고민하고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작품마다 '일지'를 쓰고 있다고 들었다. 이번 '빈센조' 작품 일지는 어떤 내용이 적혀있나
- 마지막 촬영을 하면 개인적으로 느낀 소감을 길게 적는다. 촬영하면서 느낀 부족한 점이나 행복했던 기억 등을 담아놓는 거다. 이번 '빈센조'는 작품을 끝내고 달리 할 말이 없었다. 부족한 점을 들여다보기 보다는 현장의 행복함을 느끼기에 바빴다. 이런 사람들과 일하고 있음에 감사하고 행복했다. 행복하다는 이야기를 주로 쓴 것 같다.

시간이 흘러 곽동연에게 '빈센조'는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 김희원 감독님을 만나게 해준 작품. 큰 의미가 있다. 제 연기의 장단점 그리고 채워나가야 할 점들을 알게 됐다. 이런 감독님과 함께라면 무서울 게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 '빈센조'는 배움의 장으로 남을 거 같다.

'빈센조'를 떠나보내는 팬들에게도 한마디 부탁한다
- '빈센조'가 끝난 게 배우, 개인으로 또 애청자로서도 아쉽다. 정말 행복했던 작품이다. 좋은 사람들과 일한 것도 즐거웠고 많은 사랑을 받아서 행복했다. '빈센조' 같은 좋은 작품으로 다시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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