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심의위 일단 스톱…이성윤 '추천위 승부수' 운명의 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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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조·김태현 기자
입력 2021-04-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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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 검찰총장 후보추천위, 눈길 쏠린다

'검찰개혁'이 흔들리고 있다. 정확히는 초심을 잃었다는 평가다. 피의사실 공표나 몰아가기 수사 등 인권 침해 관행을 단절한다는 명분으로 시작한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은 제 발등을 찍는 모습이다. 검찰 권한을 줄이고 검사 비리를 감시하기 위해 만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와 관련해 여러 사건·사람이 있지만, 현재로서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과 피의자로 연루된 이성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이 가장 눈에 띈다. 검찰개혁이란 잣대 아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바뀐 것도 여러 차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완수가 가능한지 궁금해진다.

◆김학의 사건이 쏘아 올린 검찰개혁 민낯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왼쪽)과 건설업자 윤중천씨. [사진=연합뉴스]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로 인해 새 검찰총장 후보군에 뽑힌 이성윤 지검장도 바람 잘 날이 없다. 김 전 차관은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벌인 '별장 성접대 사건' 주인공이다.

이 사건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부터 강조해온 검찰개혁 일환으로, 2018년 11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재조사가 진행됐다. 그리고 김 전 차관 임명 배후에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이 있었다는 의혹,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 등이 발표됐다.

하지만 재조사에 참여했던 박준영 변호사가 최근 "사건이 정치적으로 이용됐다"며 공론화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박 변호사는 "재조사 보고서 왜곡 정도와 별개로 허술하고 법적 근거도 모호한 내용이 공신력 있는 기구를 통해 확인된 내용처럼 세상에 공개됐다"고 한탄했다.

덕분에 여기서 파생된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은 이미 뜨거운 감자였지만 더 뜨거워졌다. 해당 의혹은 지난 2019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 전 차관이 재조사 소환에 불응해오다 갑자기 한밤중 출국을 시도하면서 발생했다. 법무부가 급히 출국을 금지시켰는데, 이 과정에서 이규원 당시 대검찰청 과거진상조사단 검사가 공문서를 허위로 만들고 가짜 내사번호를 사용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수사에 나선 검찰은 이 지검장이 당시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에 (중단) 외압을 행사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히기에 이른다. 이후 4차례나 이 지검장을 소환했다. 그러나 이 지검장은 수사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가까스로 소환 조사에 응했다. 

일부에서는 김 전 차관 출국을 막은 이규원 검사가 영웅이라며, 검찰 수사에 정당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사법정의 바로세우기 시민행동은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는 국민이 납득하기 어렵다"며 "윤석열 전 총장에 의한 오로지 문재인 정권에 타격을 주기 위한 정치적 목적에 경도된 수사·기소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검찰은 물러서지 않고 있다. 김 전 차관에 대한 국민 정서와 무관하게 출국금지 조치를 할 때 절차에 맞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외압 의혹 피의자인 이 지검장에 대한 기소 여부도 고민 중이다.

각자 입장에서 최선을 다해 타당성을 외치며 변호하고 있어 언뜻 보기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절차적 정당성'에서 검찰개혁은 빛이 바랬다. 별장 성접대 사건 재수사 보고서 왜곡 논란과 함께 이 지검장이 검찰 소환에 바로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찰 조직 일원이면서 소환조사 요구를 거부해 모순이라고 지탄받았고, 이는 검사 권력 남용으로 비쳤다.

공수처 개입도 긍정적인 효과를 내진 못했다. 김진욱 공수처장이 변호인 요청에 따른 면담 겸 기초조사를 이유로 이 지검장을 따로 만난 것이 문제가 됐다. 해명은 더 큰 논란을 가져왔다. 김 처장은 "공수처가 인권친화적 수사기구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검찰 권력을 분산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수처가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원칙은 '정치적 중립'인데 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게다가 어느 기관이 수사할 것인지를 두고 검찰과 공수처가 이첩-재이첩을 이어가면서 시간이 지연된 것도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이 지검장이 차기 검찰총장 후보군에 들어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 방향성까지 거론된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7일 BBS 라디오 '박경수의 아침 저널'에서 “이 지검장이 가능성 있는 분이라고 생각하지만, (검찰이 이 지검장을 수사하는) 이런 구도 하에서는 또 여러 가지 혼란을 낳을 수 있지 않을까 우려도 좀 있다"며 부담감을 드러냈다.

앞서 법무부에는 박상기·조국·추미애 전 장관이 거쳐 가고, 검찰총장 자리에는 문무일·윤석열이 머물다 갔다. 이들 모두 검찰개혁에 사명감을 갖고 움직였으나 잡음은 피할 수 없었다. 현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한명숙 전 국무총리 관련 사건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며 '정치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승부수 통한 이성윤···오늘 '운명의 D데이'
 
 

이성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 [사진=연합뉴스]


차기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는 29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비공개로 열린다. 하루 전날까지 이 지검장 기소 여부를 판단할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개최되지 않으면서 그의 승부수가 일단은 통한 것으로 여겨진다. 공은 추천위에 넘어갔다. 추천위는 비당연직 위원 4명과 당연직 위원 5명을 합쳐 총 9명으로 꾸려졌다. 위원장은 박상기 전 장관이다.

전례에 비춰볼 때 이번에도 후보자 지명은 추천위가 끝나고 이른 시일 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후보자 지명이 이뤄지면 인사청문회를 거쳐 5월 말이나 6월 초 새 검찰총장이 취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26일 추천위에 심사대상자 명단(14명)을 넘겼다. 여기에는 이 지검장을 비롯해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과 구본선 광주고등검찰청장, 양부남 전 부산고등검찰청장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장관은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추천위에 전달한 후보자 명단에 장관이 직접 추천한 인물도 있는지를 묻자 "내부 인사와 관련된 내용이라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14명이나 천거가 됐기 때문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심의위는 총장 후보 추천위와 관계가 없다"고 거듭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차기 검찰총장은 검찰 제 식구 감싸기 논란 등을 포함한 문제를 해소해 나가야 하기 때문에 검찰개혁에 대한 이해도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추천위원들도 검찰개혁과 정치적 중립성, 공정성 등 항목을 중요하게 심사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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