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지 않는 기관] 기관 매도세 여전...국민연금, 무늬만 한도 재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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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은 기자
입력 2021-04-2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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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국민연금공단 제공]

 
국민연금의 SAA 한도 상향에도 불구, 연기금의 매도세는 계속되고 있다. 국민연금이 개인 투자자를 달래기 위해 '무늬만 한도 재설정'을 했다는 비판이 불거진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연기금은 2527억원어치 매도 우위로 장을 마쳤다. 이번주 내내 연기금은 순매도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9일과 20일 각각 283억원, 124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앞서 시장은 국민연금의 리밸런싱 체계 재검토에 따라 연기금 수급이 개선되리란 기대를 안고 있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는 지난 9일 ​전략적 자산배분(SAA) 허용한도를 기존 2%포인트에서 3%포인트로 상향 조정하는 데 합의했다.

이에 따라 국내주식 보유 목표 범위는 기존 14.8~18.8%에서 13.8~19.8%까지 넓어졌다. 앞서 지난해 5월 국민연금은 2025년까지 국내주식 보유비중을 15%로 줄이고 해외주식 비중을 늘리겠다는 내용의 기금운용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최장 기간 이어진 연기금의 순매도세에 개인 투자자들의 불만이 상당했다는 점에서, '동학개미의 입김이 입장 변화에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졌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는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은 지난해 말 21.2%로 기존 목표 범위인 18.8%를 크게 상회했다. 20조원어치를 더 팔아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지난 기금위 결정으로 8조5000억원가량 추가 보유가 가능해졌지만, 따지자면 팔아야 할 양이 줄어들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중장기적으로도 국민연금 결정을 통해 수급 개선을 기대하긴 어렵겠다고 전망했다. 코스피 우상향 조짐에 따라 국민연금의 주식자산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코스피는 지난 20일 3220.70에 마감하며 3개월 만에 종가 기준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일종의 '쇼잉'을 통해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을 잠재우려 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는다. 애초에 국민연금은 국내주식 비중을 줄여나가야 하는 중장기적 방향성이 확고했고, 이를 투자자들의 민원만으로 뒤집기엔 리스크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국민연금이 섣불리 보유한도를 늘렸다가 주가가 폭락하기라도 하면 그때는 한도조정의 배경, 절차 등에 대한 감사를 피할 수 없게 된다"며 "큰 방향성이 있는데 돌발 회의를 열어 이를 조정하려 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위험한 결정이었다"고 했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만약 국민연금이 주가를 부양할 정도로 한도를 늘렸다면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을 수 있다"며 "이번 결정은 연기금의 신뢰성과 독립성을 훼손하는 결과만 낳았을 뿐"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자체적 판단에 따라 결정할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 교수는 "국민연금이 정부 입김 등으로부터 자유로운 판단을 내리려면 기금위 구성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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