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이야, 박물관이야?" 천천히 걸으며 즐기는 소소한 문화생활

기수정 문화팀 팀장입력 : 2021-04-20 06:00

호텔 안테룸 서울 19층 내부. 책을 보며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사진=서울관광재단 제공]

코로나19가 끝나지 않았다. 마음 편히 여행조차 가지 못하는 것이 우리가 처한 현실이다. 답답함과 분노를 넘어 이제는 나날이 느는 확진자 수조차 무뎌지기 시작했다. 일상에서 오는 스트레스, 일상에서 풀 길은 없을까 생각해보니 '예술'이 뇌리를 스친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예술'은 일상 속에서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좋은 돌파구가 된다.

서울관광재단(대표이사 이재성)은 지난해부터 강남구청에서 운영 중인 '강남 예술 걷기 여행(강남 아트 워킹 투어)'을 참고해 생활 속 거리 두기 수칙을 지키며 방문할 수 있는 미술관과 박물관을 소개했다.

이 여행법은 관광객들에게 평소 접근이 부담스러운 신사동, 청담동, 압구정동 일대 미술관과 박물관을 전문가의 해설을 들으며 쉽게 관람할 기회를 넓히고 문화예술계 활성화를 위해 강남구청이 기획했다. 구는 매월 '이달의 코스'를 선정하고, 평일 월 2회 진행한다. 현재 코로나19 여파에 모둠 형식의 여행은 진행되지는 않지만, 안전 수칙을 지키며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신사동 가로수길 미술관을 개별 체험하고, 인근 이색 박물관까지 두루 둘러보니, 미처 마주하지 못했던 강남의 낭만이 마음에 들어왔다.

가로수길에는 비단 미술관뿐 아니라 의류, 신발, 잡화, 미용 관련 매장과 유명 식당이 즐비했다. 가로수길을 거닐며 몸과 마음이 풍족해지는 시간이다. 
 

[사진=서울관광재단 제공]

◆호텔이야, 미술관이야? '갤러리9.5 서울'

갤러리9.5서울은 2020년 8월 개장한 호텔 안테룸 서울의 부대시설이다. 호텔 지하 1층에 자리한 이곳은 주로 젊은 아시아 작가들의 간편한 작품을 전시한다. 전시와 더불어 출판 기념회, 영상 상영회와 같은 다양한 문화행사도 정기적으로 개최한다. 정기 전시는 매년 3회 열린다. 정기 전시가 없는 기간에는 신진 작가를 지원·육성하는 차원에서 미술관을 저렴하게 대관한다.

갤러리9.5서울의 공간은 지하에 한정하지 않는다. 호텔 내 모든 공간에 예술가의 유·무형 창작물을 접목했다.

창작물은 사진, 회화, 상품, 음악에 이르기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작가의 작업실'을 주제로 꾸며진 객실에는 목재, 돌, 가죽 등의 자연 소재로 만든 가구, 소품, 비품을 두어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안테룸 서울 고유의 객실 비품인 고체 샴푸, 고체 비누, 대나무로 만든 칫솔 치약 세트, 여행 파우치 등은 지역 작가와 협업해 만든 친환경 제품이다. 모두 접수처에서 살 수 있다.

호텔 19층에는 텔러스9.5(TELLERS9.5)가 있다. '작가의 리빙룸'을 주제로 한 이 공간에는 예술 서적이 천장까지 높게 쌓여 있다. 이곳에서 낮에는 예술 서적을 보거나 커피를 마시고, 저녁에는 칵테일을 마실 수 있다. 무엇보다 전망대에서 보는 듯한 서울 전경이 펼쳐지고, 테라스에서 한강과 동호대교, 한남대교, 남산이 훤히 보인다.
 

[사진=서울관광재단 제공]

​◆지친 이들에게 세련된 문화를 선물하다···이길이구 갤러리

지난 2015년 개관한 이길이구 갤러리(2GIL29 GALLERY)는 예화랑 수석 전시 기획자 출신인 백윤아 대표가 설립한 곳이다. 건물 1층과 지하에 각각 132㎡(40평), 330㎡(100평) 규모의 전시실을 갖췄다. 궁금증을 유발하는 미술관의 상호는 '작가'와 '갤러리스트'라는 다른 두 길(이길, 二路)을 가는 두 친구(이구, 二口)가 하나의 목소리를 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길이구 갤러리는 가격대가 합리적인 작품을 소개해 예술품 수집에 첫발을 디딘 초보 수집가도 부담 없이 갤러리에 문을 두드릴 기회를 제공한다. 대중이 작품세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사회관계망서비스나 전자우편을 통해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이길이구 갤러리가 선호하는 전시는 어려운 창작 환경 속에서도 꾸준하게 작품 활동을 하는 젊고 재능 있는 작가들의 작품이다. 이 작가들이 60대, 70대가 돼도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지한다. 

이따금 중견 작가의 작품도 전시한다. 동양의 미감을 서양 미술 언어로 풀어낸 최선호 작가의 ‘에베레스트 시리즈’, 한국 화단의 거목 홍정희 작가의 ‘나노 시리즈’ 신작, 20세기 미디어아트의 세계를 연 백남준과 깊은 예술적 교류를 나눈 임영균 작가의 사진전은 큰 호평을 받았다.
 

[사진=서울관광재단 제공]

​◆작품 보는 안목이 생기는 곳···예화랑

1978년 인사동에 자리 잡은 예화랑은 1982년 강남구 신사동으로 이전해 지금에 이르렀다. 강남 지역에서는 처음 개관했다.

현재 예화랑 2대 대표 김방은씨가 화랑을 운영한다. 예화랑의 뿌리는 김 대표의 외조부가 운영했던 천일화랑에서 찾을 수 있다.

1954년에 개관한 천일화랑에서 고희동, 이중섭과 같은 근대 대가들의 작품을 전시했고, 그 인연으로 당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고 한다.

2019년 예화랑이 근현대에 걸쳐 회화·조각·미디어·설치미술·사진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과 함께 순수예술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한 공로로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됐다.

외벽이 독특한 예화랑 건물 또한 눈여겨봐야 할 작품 중 하나다. 2005년 장운규 건축가가 건축한 것으로 설계에만 1년 가까이 걸렸다고 한다. 그 결과 2006년 한국건축가협회상, 2006년 한국건축문화대상, 제24회 서울특별시건축상, 2007년 젊은 건축가에게 수여하는 최고 영예이자 세계적인 건축상인 'AR 어워드'를 수상했다.
 

[사진=서울관광재단 제공]

​◆선조들은 어떤 화장품을 썼을까? 코리아나화장박물관

지난 2003년 11월 개관한 코리아나화장박물관은 국내에 하나뿐인 화장 전문 박물관이다. 스페이스 씨 5층과 6층에 자리했다. 삼국시대부터 근대까지의 화장 용기, 화장 도구, 장신구 관련 유물 300여 종을 상설 전시한다.

이 유물들은 코리아나 유상옥 회장이 국내외에서 수집한 것이다. 유상옥 회장이 외국의 화장품 기업들에 방문했을 때, 그 나라의 화장 역사를 소개하는 전시관을 가장 먼저 소개받은 경험을 한 뒤로 화장박물관을 설립하기로 했다고 한다.

5층 전시실은 한국 전통 화장 문화를 소개하는 상설전시 공간이다.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재료로 만든 세안제, 분, 연지 등의 전통 화장품과 화장할 때 필요한 동경, 빗, 경대 등의 화장 도구와 화장 재료를 담는 분합, 분항아리 등의 화장 용기를 통일신라 시대부터 근대까지 시대별로 구분해 소개한다. 전통 사회에서 화장의 개념에 속했던 노리개, 은장도, 비녀와 같은 장신구도 전시돼 있다.

화장박물관 해설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무료 오디오 가이드 앱을 다운로드하면 유물에 얽힌 재미난 역사를 들을 수 있다.

옛날 여성들이 쌀가루와 분꽃씨 가루에 황토와 칡가루를 섞어 피부색에 맞는 분가루를 만든 이야기, 숯 또는 그을음을 화장유(기름)에 개어 눈썹을 그렸는데, 지금처럼 눈썹 모양이 유행을 탔다는 이야기, 혼례식 때 귀한 홍화 가루 대신 붉은 고추를 동그랗게 오려 연지곤지를 찍은 이야기, 삼국시대, 통일신라 시대 남성들은 화장을 했으며, 조선 시대 남성들은 손거울을 들고 다닐 정도로 용모에 신경 썼다는 이야기, 은장도에는 칼과 독을 감별하는 휴대용 은젓가락이 같이 들어 있었다는 이야기 등 흥미로운 정보가 가득하다.

6층에는 한·중·일 화장 문화를 비교하는 화장 도구 전시 공간과 연 2회 생활 민속 관련 소장품을 기획 전시하는 특별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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