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나 백신 접종 일정마저 불투명한데…정부 "공급 계획 문제없다" 되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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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범 기자
입력 2021-04-15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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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더나사(社), 미국에 7월말까지 2억회분 선공급…국내 도입 지연 불가피

  • 정부 확정되지 않은 백신 공급 섣부른 발표도 논란…조직 내 충분한 합의 거친 발표인지 의문스럽다는 지적도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사진=AFP·연합뉴스]

국내 코로나19 백신 수급과 관련해 연이은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서, 정부가 제시한 연내 '집단면역'의 꿈도 점점 멀어지는 모양새다. 이번엔 미국 제약사인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이 변수로 떠올랐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모더나는 내달까지 미국 정부에 백신 1억회분(5000만명분)을 공급하고, 7월 말까지 추가로 1억회분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미국 외 지역에 대해서는 백신 물량을 미국의 공급망보다 약 1분기 정도 늦게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미국에 2억회분을 선공급한 후 나머지 국가에 배분하겠다는 의미로, 사실상 국내 모더나 백신 도입은 한참 늦어질 전망이다.

앞서 우리 정부는 노바백스 코로나19 백신을 당초 계획보다 절반가량 줄인 2000만회분(1000만명분)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미국 보건 당국은 지난 14일 접종 후 '희귀 혈전증' 발생을 이유로 존슨앤드존슨사(社)의 얀센 백신에 대한 일시 접종 중단을 권고했다. 긴급 회의를 소집해 얀센 백신의 안전성을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긴급 사용 승인 철회 및 승인 대상 제한 등의 조치를 내릴 경우 전 세계적 백신 수급 불안이 불가피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 정부가 올해 연내 공급받기로 계약된 전체 코로나19 백신 물량은 1억5200만회분(7900만명분)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국내에 들어온 물량은 겨우 337만3000회분에 불과하며, 상반기 중 공급이 확정된 물량은 1808만8000회분뿐이다.

하반기에는 훨씬 많은 양의 백신이 도입돼야 하는데,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중심으로 혈전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고, 얀센, 모더나 등의 접종까지 지연될 경우 국내 백신 접종 스케줄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문제는 정부가 공급 계획에 변동이 없다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는 점이다.

백영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백신도입총괄팀장은 15일 "(AZ·얀센 백신 등) '바이러스 벡터' 계열 백신에 대해서는 현재로선 구매 계획에 변동이 없다”며 "이상반응을 모니터링하며 살펴나가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2분기 백신 접종 스케줄에 대해 전반적으로 다시 생각해 볼 때가 아닌가 한다"며 "방역 강도를 계속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되, 외교력을 동원해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 물량 확보에 뛰어드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이같이 주장하는 공급 계획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증명이라도 하듯, 이날 백브리핑을 통해 곧 위탁 생산을 통한 코로나19 백신 공급 계획을 밝히겠다고 발표한 점도 논란거리다. 제약사 이름 및 생산 백신 종류를 명확히 밝히지 못해서다.

백 팀장은 "국내 제약사가 해외에서 승인된 백신을 생산하는 것에 대해 구체적인 계약 체결을 진행 중에 있다. 이에 따라 8월부터는 승인된 백신이 국내에서 대량으로 생산될 예정"이라며 "다만 기업 간 계약사항이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 계약이 확정되면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국민 보건과 직결되는 사안을 최종 확정되지 않은 단계에서 백브리핑을 통해 먼저 공개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 같은 정부의 성급한 발표로 제약업계에서는 GC녹십자, SK바이오사이언스, 한미약품, 에스티팜 등이 후보로 거론되며 일부 회사는 주식 시장에서 주가가 요동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감염내과 교수는 "최근 백신 수급 문제로 지속적인 압박을 받은 정부가, 국민들을 조금이나마 안심시키기 위해 섣부른 발표에 나선 것이 아닌지 조심스레 짐작해본다"며 "방역 당국 내 조직 간 충분한 합의를 거친 발표인지도 궁금하다"며 의문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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