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뷰] 2021년, '잃어버린' 낭만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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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모 기자
입력 2021-04-15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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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모 증권부 차장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청춘의 미련이야 있겠냐마는/왠지 한 곳이 비어 있는 내 가슴에/다시 못올 것에 대하여 낭만에 대하여.’

가수 최백호가 1995년에 발표한 ‘낭만에 대하여’ 2절 중 일부다. 중년 이후의 세대가 잃어버린 청춘과 낭만이라는 아련한 기억들을 절절한 가사로 표현해 듣는 이들에게 큰 감응을 줬던 곡이다.

최근 서울시와 부산시에서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국민의힘 후보들이 나란히 당선됐다. 방송3사가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출구조사 결과 20대와 30대가 각각 55.2%, 56.5%로 오세훈 후보를 지지했다. 박영선 후보보다 각각 21.2% 포인트, 17.8% 포인트 앞선 수치였다.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섰던 많은 젊은이들의 민심도 뒤돌아섰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언론기사들과 주변을 둘러보면, 현재의 20대에게 낭만은 사치일 뿐이다. 작은 쪽방에서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단군 이래 최고의 스팩을 가졌어도 바늘구멍보다 통과하기 힘든 취업문을 뚫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30대도 마찬가지다. 어렵사리 취업에 성공해도 내집 마련은 그림의 떡이다. 서울시내 아파트가격은 최소 5억원은 훌쩍 넘는다. 말이 5억원이지 10억원을 넘는 아파트도 수두룩하다. 연 3000만원 남짓 받는 새내기 직장인이 집을 구한다는 건 말 그대로 불가능에 가깝다.

그들은 차선책으로 자산증식을 위해 코인판에 뛰어들었고,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증시가 폭락하자 즉각 증시로 갈아탔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개설 계좌 수는 320만으로 전년(68만건)의 4배가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중 절반이 넘는 164만건(52%)이 2030세대였다.

저축의 시대에서 투자의 시대가 왔다고 하지만 지나친 위험자산 투자는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다. 빚을 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하는 ‘영끌’도 문제지만 최근 정치테마주의 남발은 더욱 위험한 상황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테마주는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로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유입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말 그대로 투기판인 거다.

2030세대들에게 투자는 빛 좋은 개살구였다. 최근 자본시장연구원은 지난해 코로나19를 계기로 주식시장에 처음 뛰어든 주린이(초보 주식투자자) 셋 중 둘은 손실을 본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김민기 연구위원은 이 같은 이유에 대해 잦은 거래와 연관돼 있다고 했다. 주식투자를 복권과 같은 대박의 기회로 인식하는 성향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해보면 2030세대에게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는 없다. 걷어차인 지 오래다. 주식투자에 나서는 이유도 없어진 사다리 대신 동아줄이라도 잡고 싶은 마음이 반영된 결과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은 헛소리가 된 지 오래다. 아프면 환자다. 이들이 건강하고 올바르게 세상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정책들이 나와야 한다. 거주와 취업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는 정책 말이다.

최백호가 부른 낭만에 대하여가 히트를 친 이유는 지금의 중‧장년층에게 2030세대가 갖지 못한 낭만이 있었기 때문이다. 캠퍼스의 낭만, 연애의 낭만, 결혼의 낭만, 내집 마련의 낭만 등 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20대에게 낭만은 없다. 잃어버린 청춘과 낭만의 기억이 20대에게 잃어버린 거주와 재테크가 돼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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