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국내외 비판에 귀 닫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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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1-04-1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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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일 오전 관계 장관회의서 '해양방류' 기본방침 결정

  • 2년 뒤 해양방류 목표…2041∼2051년 장기 방류할 듯

  • "기준치 40분의1 미만으로 희석" 방침이나 우려 여전

  • 후쿠시마 주민 "도쿄전력 배상안 無, 정부결정 신뢰↓"

일본 정부가 13일 오전 후쿠시마(福島) 제1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오염수의 해양방류 방침을 공식 결정했다. 후쿠시마 현지 일반 주민은 물론 주변국인 한국과 중국의 공식적인 우려 표명에도 일본은 오염수를 해양방류 형태로 처분하기로 했다.

일본 공영방송 NHK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날 오전 각계 관료회의에서 후쿠시마 제1 원전에 있는 오염수 처리방법을 ‘해양 방류’로 결정하고, 2년 후부터 본격적인 해양 방류를 진행하기로 했다.

향후 2년 동안 일본은 자국 원자력규제위원회 심사 및 승인 등 오염수 해양방류를 위한 준비 작업에 돌입한다.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을 하루 앞둔 12일 도쿄에서 오염수 방류에 항의하는 시위가 진행됐다. [사진=AFP·연합뉴스]

 
◆“후쿠시마 원전 폐로작업 위한 결정”···2년 후부터 방출
이날 회의에서 결정된 ‘처리수(오염수) 처분에 관한 기본방침’은 다핵종제거설비(ALPS) 등의 여과장치로 대부분의 방사성 핵종을 제거한 오염수에 물을 섞여 바다로 방류한다는 것이 골자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제1 원전의 오염수를 도쿄전력이 다핵종제거설비(ALPS)라는 장치로 여과했다는 이유로 ‘처리수’로 부른다.

오염수 처리를 담당하는 도쿄전력은 ALPS로 방사성 핵종을 제거했지만, 삼중수소(트리튬)는 걸러내지 못했다면서도 물을 섞어 오염수 내 트리튬 농도를 낮추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이하 닛케이)은 이날 일본 정부의 결정이 후쿠시마 제1 원전 내 대량의 오염수 탱크가 폐로(廢爐) 작업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상황에서 해양 방류가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처리수의 처리는 후쿠시마 원전의 폐로작업에 있어 피할 수 없는 과제”라며 “이 때문에 안전성을 확보하고 정부가 풍평(風評·뜬소문) 대책을 철저히 하는 것을 전제로 해양 방류가 현실적으로 적절하다는 기본 방침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일본은 후쿠시마 제1 원전 폐로작업 완료 시점으로 내걸고 있는 2041~2051년까지 장기간에 걸쳐 오염수를 방출할 계획이다.

후쿠시마 제1 원전은 지난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당시 폭발사고를 일으켜 가동이 중단됐지만, 현재도 원전건물 내에선 하루 140t 안팎의 방사성 오염수가 생성되고 있다. 도쿄전력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기준 후쿠시마 제1 원전 탱크에 있는 오염수는 125만844t에 달했다.

도쿄전력은 오염수를 ALPS 장치로 여과해 저장탱크 안에 넣어 보관해 원전 부지 내에 보관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저장탱크는 2022년 10월이면 가득 차 오염수를 보관할 곳이 부족하게 돼 일본 정부는 도쿄전력과 함께 오염수 내 방사성 물질 농도를 기준치 이하로 만들어 바다로 방류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날 결정된 ‘기본방침’에는 오염수 속에 포함된 트리튬의 방사선량이 1리터(ℓ)에 1500베크렐(㏃) 미만이 될 때까지 바닷물로 희석한 후 배출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이는 일본의 해양방류 기준치(1ℓ당 6만 Bp)의 40분의1 미만으로 희석해 배출한다는 구상이다.

이에 대해 NHK는 “이런 농도는 세계보건기구(WHO) 식수 기준의 약 7분의1에 해당하는 수치”라고 주장하며 “지역의 지자체와 수산업자 등도 함께 방류 전후의 트리튬 농도 등을 감시하는 모니터링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 있는 오염수 저장탱크. [사진=일본 NHK 누리집 갈무리]

 
◆현지 주민 불안 여전···“구체적 피해 대책 마련도 없다”
하지만 아직 해양방류에 대한 안전성 우려는 여전하다. 오염수를 ALPS 장치로 여과해도 방사성 물질인 트리튬을 제거하기 어렵고, 트리튬 이외의 방사성 물질이 오염수 내에 남아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후쿠시마현의 한 주민은 NHK에 “트리튬이라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트리튬이 포함된 오염수 방류는) 여전히 방사능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정부의 결정에 날을 세웠다.

일본 정부가 설정한 오염수 배출 기준이 유지되도록 도쿄전력과 감시를 강화하고, 오염수 배출에 따른 ‘뜬소문’ 피해 발생을 예방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본 정부는 풍평으로 인해 후쿠시마산 수산물 불매운동이나 관광산업에 대한 피해가 발생하면 도쿄전력이 이를 배상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그러나 후쿠시마현 일대에서 숙박업을 하는 주민은 “풍평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 설명은 없었다”며 정부의 일방적인 오염수 방류 결정에 분노를 느끼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고바야카와 도모아키(小早川智明) 도쿄전력 사장은 각료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정부 결정을)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정부의 방침에 따라 적절하게 대처해 나가는 동시에 최대한 풍평(피해)을 억제하기 위해 우리의 입장에서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 등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단체들을 상대로 의견을 수렴하면서도, 일반 국민의 의견을 듣는 공청회는 단 한 차례도 열지 않았다. 또 이해관계 단체를 상대로 한 의견 수렴도 전문가 소위원회가 ‘해양 방류’를 유력한 방안으로 제시한 뒤 진행해 지적을 받았다.
 

미·일제국주의반대 아시아공동행동 한국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 3월 10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3.11 후쿠시마 핵 참사 10주기 도쿄올림픽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日 주변국’ 한·중, 일제히 심각한 우려 표명
주변국인 한국과 중국은 일본 정부의 해양 방류 공식 결정 방침에 재차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외교부는 전날 최영삼 대변인 논평을 통해 “13일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련 관계 장관회의를 통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방류 기본 방침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알려진 것과 관련해 정부는 이번 결정이 향후 우리 국민의 안전과 주변 환경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그간 일본 측에 대해 투명한 정보공개 및 주변국과의 협의를 통해 결정할 것을 강조해왔으며, 일본 측이 충분한 협의 없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결정하게 된다면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전날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발생은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발생한 가장 엄중한 핵사고 중 하나”라며 “이 사고로 대량의 방사성 물질이 누출돼 해양 환경과 식품 안전, 그리고 인류의 건강에 심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어 “후쿠시마 원전의 폐수 문제를 잘 처리하는 것은 국제 공공 및 주변국 이익과 관련돼 있다. 신중히 잘 파악하고 관련 당사자들이 함께 참여해 효과적으로 해양 환경과 식품, 인류 건강에 가져올 피해를 피해야 한다”며 국제사회가 일본의 해양 방류 결정을 반대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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