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박승희의 새로운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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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이 객원기자
입력 2021-04-21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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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의 메달을 획득한 대한민국 동계 올림픽 최다 메달리스트, 한국 빙상 종목 최초로 두 개의 종목에서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 박승희.
그는 만 15세의 나이에 국가대표로 선발된 후 10년간 올림픽을 비롯해 쇼트트랙 월드컵 등 각종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마지막으로 17년 선수 생활의 마침표를 찍을 그는 제2의 직업으로 패션디자이너가 되어 새로운 도전들을 하고 있다. 빙상 선수가 아닌 한 회사의 대표가 된 박승희의 새로운 도전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 김호이 기자/ 박승희 대표]



Q. 어쩌다가 창업을 하게 됐나요?

A. 항상 패션 쪽으로 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는데 운동선수를 하게 됐거든요. 거기서 목표가 생기다 보니까 운동선수로서 성공을 하고나서 자연스럽게 패션 쪽을 하게 됐어요. 원래부터 패션 쪽으로 꿈이 있어서 은퇴를 했으니까 패션 쪽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어요.

Q. 코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나요?

A. 하려면 할 수는 있는데 원래 원하던 걸 해보고 나서 나중에 해도 분명히 할 수 있는 부분이었기 때문에 제가 하고 싶은 걸 먼저 해보고 싶었어요.

Q. 언니랑 동생이 같은 스케이트 선수였어요. 이 둘은 어떻게 지내나요?

A. 언니는 저보다 일찍 은퇴를 해서 작년 5월에 아기가 태어나서 아기를 키우고 있어요. 동생은 아직 운동을 하고 있고요.

Q. 선수생활 있었던 직업병이 있나요? 그 직업병이 새로운 직업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A. 뒷짐 지는 거요. 운동을 하면 뒷짐을 굉장히 많이 지거든요. 초반에는 그게 직업병이었다가 지금 많이 없어졌어요.

Q. 빙상장이라는 곳은 박승희에게 어떤 공간이었나요?

A. 선수 때는 거의 링크장에서 살다시피 했다 보니까 희로애락이 담겨 있는 공간이에요. 거기서 모든 걸 다 진행하고 모든 감정들을 다 느꼈거든요.

Q. 운동선수로서 영광의 순간은 언제였나요?

A. 굉장히 많죠. 올림픽 메달 땄을 때도 그렇고, 체육인으로서 상을 받는 날도 굉장히 영광의 순간이었어요.

Q. 선수시절 가장 크게 배운 건 뭐죠?

A. 전부인 것 같아요. 제가 10살 때부터 운동을 해서 27살까지 운동만 해왔기 때문에 삶에 관한 모든 것들을 운동선수 시절에 배웠거든요. 은퇴하고 이제야 일반인으로 사는 느낌인 것 같아요.

 

[사진= 김호이 기자]



Q. 운동선수로서 어느정도 인지도가 있었습니다. 패션브랜드를 하면서 그런 것들이 도움이 됐나요?

A. 아무래도 없다고는 할 수 없죠. 일반인들이 하는 것보다 관심을 많이 받고 호기심을 많이 가졌던 것 같아요.

Q.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 마음을 다잡게 한 건 뭐였나요?

A. 그때 당시에는 경쟁자도 엄청 많았는데, 주위 분위기들이 마음을 다잡게 했던 것 같아요. 포기하고 싶지만 제가 메달을 획득했을 때의 기쁨을 잘 알기 때문에 그런 걸 생각하면서 버텼었던 것 같아요.

Q. 지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뭔가요?

A. 브랜드를 시작했기 때문에 잘해야 된다는 부담감이 있는 편이에요. 모든 집중이 브랜드에 가있고 그 외에도 체육인으로서 할 수 있는 부분들을 하고 싶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도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Q. 멜로페는 어떤 회사죠?

A. 제가 처음에 멜로페를 창업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는 제가 좋아하는 뭔가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멜로페의 가치는 행복인데,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좋아하는 것들을 만들고 제가 이 일을 좋아해야 제 브랜드를 사는 분들께도 그게 전달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제 브랜드 제품이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의 일부분이었으면 좋겠어요.

Q. 선수를 은퇴하고 영국에 갔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영국은 어떤 이유로 갔었죠?

A. 한국에 있기 싫었어요. 패션 쪽에 있는 사람들을 만났는데 제가 아직 시작도 안했던 시기인데도 굉장히 힘든 부분만 얘기를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그때 번아웃이 엄청 크게 왔어요. 부모님도 엄청 걱정을 하셨어요. 근데 원래는 너무 좋아서 영국에 더 있고 싶었는데 건강이 너무 안 좋아져서 수술이 필요해서 급하게 왔어요. 지금 생각하면 혼자가는 게 무서울 것 같은데 그때는 그만큼 여기에 있는 게 싫었어요.

 

[사진= 김호이 기자/ 인터뷰 장면]


Q. 언제 어디서 소확행을 느끼세요?

A. 저는 되게 많은 것 같아요. 제가 살아가면서 순간순간 찾으려고 하는 편이에요.

Q.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때 1위로 달리다 2,3위 선수들이 건드린 탓에 미끄러졌습니다. 어떤 생각을 하면서 다시 일어섰나요?

A. 그때는 경기에 너무 집중이 되어 있기 때문에 넘어졌지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어요. 그래서 제가 2등을 해야 된다고 생각을 했었고요.

Q. 언니와 동생 역시 운동을 했었는데, 서로를 경쟁자라고 생각한 적이 있나요?

A. 저희는 경쟁자가 될 수가 없는게 종목이 다 달랐고요. 저랑 동생은 성별이 다르다 보니까 아예 만날 일이 없고 저나 언니는 성별은 같지만 종목이 달랐기 때문에 경쟁자라고 느낀 적은 없어요. 그래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가족이어도 경쟁자로 만나게 되면 안 좋은 감정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저희는 좋아하는 종목이 달라서 다행히 그런 건 없었던 것 같아요.

Q. 주로 만나면 어떤 얘기를 나눴나요?

A. 운동 얘기도 많이 하고 자세나 디테일한 부분들을 봐주기도 했고요.

Q. 동료선수들과 어떤 고민들을 주로 나눴나요?

A. 운동 얘기는 별로 안했어요. 힘들게 운동을 하고 왔으니까, 모여서 드라마 보거나 일상적인 것들을 많이 했어요. 그게 하루에 낙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외박을 하거나 새벽운동을 쉬면 그게 소확행이죠(웃음).

Q. 인생에서 이른 시기에 많은 걸 이뤘습니다. 뭔가를 처음 시작한다는 기대와 두려움도 컸을 것 같아요.

A. 엄청 컸죠, 그래서 오래 걸렸던 것 같아요. 두려움이 정말 컸고요. 제가 정말 좋아하고 오랫동안 하고 싶어했던 분야지만 이 분야에서 일을 했던 사람이 아니다 보니까 두려움이 컸어요. 너무 큰 도전이잖아요, 그러니까 위험부담이 많지 않냐는 말도 많이 들었어요.

Q. 막상 해보니까 어떻던가요?

A. 시작이 어려운 것 같아요. 해보면서 시행착오도 많았고, 많이 울기도 했거든요. 근데 한번 그렇게 겪고 나면 다음에는 괜찮아지니까, 안했으면 후회했을 거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Q. 선수 생활의 미련은 없나요?

A. 미련은 많이 없는데, 동계스포츠 선수들이 한번씩은 하계종목들을 하고 싶어해요. 여름이 시즌인 종목들은 어떨까 라는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Q. 창업을 한다고 했을 때 주위의 반응은 어땠나요?

A. 반반이었던 것 같아요. 사실 쉬운 길이 있는데 그 길을 가지 않는 것에 대한 걱정도 많았는데 가족들은 응원을 많이 해줬어요.

Q. 확신이 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A. 은퇴하고 나서 짧은 시간이지만 패션스쿨에서 공부를 했었는데 그때 너무 재밌더라고요. 되게 힘들고 잠도 못자기도 했는데 재밌다고 느껴서 이 분야를 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Q. 선수 시절 행복과 은퇴 후 행복은 인생 전체에서 %를 차지하나요?

A. 대부분 행복했던 것 같아요. 오랫동안 고생하고 힘든 시간을 겪어도 한순간 행복했던 것 만으로도 다 잊혀졌거든요.

Q. 선수 시절을 비롯해 인생에서 지키고 싶은 신념이 있나요?

A. 뭔가 하나에 얽매이지 않으려고 해요. 사업도 누군가 보면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많은 분들도 잘되지 않았을 때를 걱정하는데, 저는 그런 부분들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요. 선수 때도 그랬고 최대한 좋은 생각들을 많이하려고 노력해요. 제가 행복한 걸 재밌게 하면 잘될 거라는 생각이 항상 있거든요. 그래서 운동을 했을 때도 성공을 했었다고 생각하고 지금도 재밌게 하고 있어요.

Q. 10대와 20대를 어떻게 보냈고 바라는 30대의 모습이 있나요?

A. 저는 정말 똑같은데 나이만 드는 것 같아요. 은퇴를 하고 사업을 한지 얼마 안됐는데 30대에는 제가 생각하는 제 2의 인생을 잘 꾸려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10대, 20대는 너무 운동에 치여 있었고 제 스스로도 완성되지 않은 느낌이었거든요.
그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어요. 10대, 20대라는 나이가 굉장히 어리잖아요. 그때 목표가 뚜렷했고 너무 규칙적인 생활을 했었기 때문에 앞으로는 제가 직접 꾸려나가는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어요.

 

[사진= 김호이 기자/ 박승희 대표가 전하는 메세지]



Q. 멜로페라는 이름 속에 어떤 가치들을 담아가고 싶나요?

A. 멜로페는 음악 선율이라는 뜻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했었고 지금은 여러 방면으로 도전을 하고 있는데, 저를 비롯해서 많은 분들이 각자 자기만의 인생의 멜로디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멜로페가 그 멜로디의 일부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멜로페라고 지었어요.

Q. 마지막으로 뭔가를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제가 그 마음을 너무 잘 알아요. 다 똑같이 두려움이 클 것 같아요. 뭔가를 새로 시작하면서 ‘다른 사람은 잘하는데 왜 나는 무서워하지’라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근데 사실은 다른 사람도 다 똑같은 두려움을 느끼고 똑같은 과정을 겪는 것 같아요. 무언가를 해냈다는 생각이 들 때 완성된 느낌이 들거든요. 한번정도 더 용기를 내서 각자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들을 했으면 좋겠어요.

 

[사진= 김호이 기자/ 박승희 대표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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