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진단] "빅딜 필요한 순간…민간(오세훈)·공공(정부) 같이가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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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 기자
입력 2021-04-1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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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생과 공멸의 기로…"정치 셈법, 역풍 맞을 것"

  • 빅딜 실패하면 정비사업 단계별 집값 양극화로

전문가들은 앞으로 서울 주택공급이 실현되려면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부·여당과의 빅딜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민간·공공 주도 방식 모두 지자체와 중앙정부, 의회 간 상호협력 없이는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정치논리가 개입돼 여당과 야당 모두 양측에 '공급 확대'의 공을 넘겨주지 않으려다 자멸할 가능성이 크다는 회의론도 나온다. 최선과 최악의 갈림길에 선 셈이다.

 

서울 강북 아파트 단지 전경.[사진 = 김재환 기자]

상생과 공멸의 기로 놓였다

11일 국민의힘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여의도 중앙당사 회의실에서 부동산정책협의회를 열어 오 시장 재보선 부동산 공약 이행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협의회에서 다뤄진 주된 내용은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이 협의를 통해 오 시장이 계획하는 주거 대책이 원만히 시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오 시장은 "서울시 혼자만의 힘으로는 해결하기 힘든 부분들이 참 많다"며 "시의회와 풀어야 할 일, 국토부를 비롯해 중앙정부와 풀어야 할 일, 국회법 개정 통해 풀어야 할 숙제들이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부·여당이 빠른 시일 내에 '주택공급 확대 부동산 빅딜'을 결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핵심 공약인 민간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 활성화가 실현되려면 정부·여당의 협조가, 정부·여당의 공공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선 서울시 인허가가 필요한 탓이다.

유선종 건국대 교수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민간과 공공이 각자 경쟁적으로 주택공급을 늘려갈 수 있는 기회"라며 "하지만 서로가 협력하지 않으면 공멸하는 길로 갈 수 있다"고 했다.

또 권대중 명지대 교수도 "서로 발목을 잡으면 아무것도 못하고 세월만 흐르다 대선으로 갈 것"이라며 "양쪽 모두 공급 확대라는 실적이 필요한 만큼 협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 정비구역 지정·인허가·해제 권한은 모두 지방자치단체가 갖고 있다. 중앙정부는 감독하는 역할에 그친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중 일부. [자료 = 법제처]

다만, 안전진단과 정비계획 수립과 같은 주요 단계마다 '제대로 됐는지 살펴보겠다'며 중앙정부에서 발목을 잡으면 정비사업이 지연될 여지가 다분하다.

이와 함께 서울시 의회(109명 중 101명 민주당)와 도시계획위원회 대다수가 친여당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나홀로 야당인 오세훈 시장의 단독 주택공급은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정부와 오 시장 모두 대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8일 부동산시장점검 회의에서 "주택공급은 절차상 중앙정부와 지자체 단독으로 할 수 없다"고 했다.

같은 날 오 시장 역시 방송 인터뷰에서 "너무 서두르다가, 동시다발적으로 많이 (정비사업을) 하다가 집값을 자극할 가능성도 있다. 신중하지만, 신속하게 하겠다"고 설명했다.

일주일 안에 민간 정비사업을 활성화하겠다고 공언했던 후보자 시절과 달리 정부·여당에서 우려한 집값 급등에 대한 공감대를 보인 것으로 보인다.
 
빅딜 가능성 높다··· 정치 셈법은 역풍 맞을 것

전문가들은 부동산 빅딜 성사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야당도 10년 만에 탈환한 서울시장 자리에서 성과를 보여야 하는 입장이어서다.

정부·여당 입장에서는 그동안 고집했던 공공 중심의 주택공급 부작용을 반성하고 새로운 방식을 모색하겠다던 약속을 지킬 기회이기도 하다.

앞서 정부·여당은 공공정비사업에 한해 층수 제한·용적률 완화 등을 약속한 바 있다. 이를 민간까지 일부 확대하고 민간정비사업 관련 규제(분양가상한제·초과이익환수 등) 빗장까지 푸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민간 정비사업의 고질적인 문제도 분명히 있다. 이를 공공이 참여해서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면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민간 주도 정비사업은 만연한 조합장 비리뿐 아니라 비전문가인 조합이 건설사 횡포를 견제할 수단이 없다는 점 등에서 이미 문제가 많은 제도라는 얘기다.

이어 그는 "공공주도와 민간주도 모두 정치적 셈법을 빼놓고 보면 크게 충돌하지 않는다"며 "민간은 대형·고가아파트 시장에서, 공공은 중소형·중저가 아파트 시장 중심으로 활성화될 여지가 있다"고 부연했다.
 
선거만 보면 야당은 '비협조'가 유리한 게임

다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각자 실리를 얻는 최선의 방향 대신 정치적 셈법 아래 서로 아무것도 못 하게 막는 선택지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서울시의회에서는 힘겨루기가 시작됐다. 오세훈 시장이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사업에 대해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이 "시장 뜻대로 중단할 사항은 아니다"라고 밝히면서다.

집값 문제도 관건이다.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가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면 내년에 있을 대선에서 여당이 불리해질 공산이 커서다.

반대로 서울시장 선거에 이긴 후 대선까지 봐야 하는 야당 입장에서는 집값이 계속 올라야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

이은형 연구원은 "야당은 서울시장이 35층 룰만 깨거나, 깨겠다고 공언하거나 공시가격 인상에 반대 목소리만 계속 내도 내년 대선에서 우위에 선다. 굳이 협력할 유인이 크지는 않다"고 봤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앞으로 다소 마찰이 있겠지만, 서로 몽니를 부리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민간과 공공 모두 경쟁적으로 사업을 확대하면서 각자의 길을 갈 수 있으면 최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만약 안전진단과 같은 절차마다 정부가 태클을 걸고 막아 세운다면 여론의 비난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연구원은 "민간 정비사업을 활성화하면 단기간에 집값이 오르는 건 자명하다. 내년에 대선을 치러야 할 여당한테는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정책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서울 도심에 주택을 공급하려면 정비사업이 필요하지만, 공급이 실현되기 전까지 단기간에 매매뿐 아니라 전셋값까지 폭등할 수 있다는 우려다.

전세난이 극심한 상황에서 정비사업으로 인해 철거될 주택 단지에서 대거 전세 이주 수요가 발생하고, 정비사업이 완료된 후 부동산이 안정되는 효과는 다음 정권이 누리게 되는 구조다.

실제로 강북의 모 아파트 단지 3.3㎡당 가격은 예비안전진단을 신청한 뒤 한 달 만에 800만원 올라 4100만원을 기록했다.
 
빅딜 실패하면 정비사업 단계별 '양극화'

부동산 빅딜이 실패하면 정비사업 단계별로 사업 속도에 양극화가 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시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아파트 단지만 정비사업을 풀어주는 방식이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층수제한과 용도지역 변경을 통한 용적률 상향, 기부채납 완화 등 지자체장이 단독으로 (정비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여지가 상당히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법률만 보고 지자체장의 단독 공급이 어렵다고 하는데, 사실 굉장히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다. 다만, 중앙정부가 퇴짜 놓을 수 있는 안전진단 이전 정비사업 단지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예비안전진단(1차)은 지자체 소관이지만, 정밀안전진단(2차) 결과에 대한 적정성 검토는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이 맡는다. 최근 목동 11단지도 정밀안전진단을 넘지 못했다.

정부가 사업을 무산시킬 가능성이 큰 초기 정비사업 단지의 경우 공공정비사업을 선택하지 않으면 사업이 장기간 정체된다고 보는 이유다.

정비사업 단지들이 대거 민간 방식으로 넘어가면 서울 기준 32만 가구의 실적을 내기로 약속한 정부·여당의 공공정비사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유선종 건국대 교수는 "공급을 확대한다는 명제에 대한 큰 방향은 여야가 모두 공감대를 이뤘다. 다만 방법론의 문제가 남았는데, 과연 당의 색깔과 정무적 판단을 넘어설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도 "정부·여당과 야당이 함께 힘을 합쳐서 가야 한다“며 ”대의(공급 확대)가 일치한다면 상생과 협업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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