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권 가격 최저치로 급감했는데 기업 부담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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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1-04-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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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올해 탄소배출권의 가격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기업들 사이에서는 올해 부담이 오히려 늘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탄소배출권 거래3기가 시작되면서 기업이 구입해야할 탄소배출권 규모가 훨씬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7일 재계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탄소배출권 중 가장 거래 비중이 높은 KAU20은 지난 6일 톤(t)당 1만5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4월 4만2500원에 비하면 1년 만에 63.29% 줄어든 것이다.

이는 KAU20이 상장된 2018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종전까지 1만6000원(1월 14일)이 최저점이었으나 이날 결국 기록이 변경됐다.

지난 2015년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도입된 이후 한국거래소는 배출권 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정부가 설정해준 할당량보다 탄소를 더 많이 배출한 기업은 이 시장에서 배출권을 구매해야만 한다. 탄소배출권 구매 비용은 시장의 수요·공급에 따라 시시각각 변해왔다.

다만 전반적으로 탄소배출권 가격은 줄곧 상승세를 유지했다. 탄소배출권의 장내·외 평균 거래가격은 2015년 1만1007원에서 2018년 2만2127원으로 3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었다. 2019년에는 4만원 이상 거래되는 경우도 많았다.

이 같은 추세에 변동이 일어난 것은 지난해였다. 지난해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기업들이 제품 생산을 줄인 탓에 탄소배출권 가격은 2만3000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올해도 코로나19의 영향에 경기 위축이 장기화되면서 지속적으로 가격이 낮아지는 추세다.

이 같이 탄소배출권 가격이 낮아질 경우 기업들의 부담이 낮아지는 측면이 있다. 지난해 LG화학의 탄소배출부채 규모는 49억원을 기록해 2019년 252억원에서 대비 80.5% 줄었다. 같은 기간 SK이노베이션도 80억원에서 16억원으로 80% 줄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욱 탄소배출권 가격이 낮아졌다. 그 결과 수많은 기업이 저렴해진 탄소배출권을 매수하려고 나서고 있다. 이날 KAU20 거래대금은 23억4246만원으로 상장 이후 일평균 거래대금인 2억3154만원 대비 10배가 넘는 수준이다.

그러나 기업들 사이에서는 올해부터 3기가 시작되면서 더욱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부터 시작된 3기의 골자는 기업의 유상할당 비중이 지난해까지 3%에서 10%로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정부는 탄소배출권 거래제 1기 기간(2015~2017년)에는 기업에 할당량을 100% 무상으로 나눠줬으며, 2기(2018~2020년)에는 유상할당 비중을 3%로 설정해왔다. 때문에 기업은 동일한 규모의 탄소를 배출하더라도 올해는 지난해보다 3배나 많은 탄소배출권을 사들여야 한다. 탄소배출권 가격이 60% 이상 떨어지더라도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한 현재 탄소배출권 가격이 코로나19로 인한 특수 상황임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향후 경기가 정상화된다면 탄소배출권 가격도 지금보다 크게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재계 관계자는 "당장 올해 탄소배출권 가격이 낮아졌지만 내년과 내후년도 계속해서 배출권을 사야하는 상황"이라며 "탄소배출량 자체를 줄이지 못한다면 기업들의 재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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