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하 칼럼] 저금리에 올라탄 대한빚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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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입력 2021-04-0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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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하 교수]


한국은행 발표에 의하면, 2020년 말 가계부채는 1726조1000억원, 기업부채는 2153조5000억원이다. 2020년의 경상GDP가 1924조5000억원임을 감안하면,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89.7%이고 기업부채비율은 111.9%로, 이를 합하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의 2배를 넘는다. 여기에 GDP 대비 44.0%에 이르는 정부부채 846조9000억원을 합하면, 가계·기업·정부 부채의 총계는 4726조5000억원으로, 이런 추세라면 올해 내 5000조원을 돌파할 것이 예상된다.

GDP의 2.5배에 이르는 부채의 총규모도 문제이지만 증가속도가 더 큰 문제이다. 가계부채는 전년 대비 7.9% 증가했다. 한국은행은 주택담보대출의 빠른 증가와 주식투자수요 확대 등의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이른바 ‘빚투’가 가계부채 증가의 가장 큰 요인이라 할 수 있다. 기업부채는 전년 대비 10.1% 증가하였다. 코로나19로 인한 기업의 자금수요가 증가하고, 정부·금융기관에 의한 금융지원 증가가 주요인이다. 정부채무는 2019년 723조2000억원이었으나 확대재정과 코로나 추경 등으로 123조7000억원이 더 늘어났다.
 
이렇게 볼 때, 지난해 국가 총부채는 코로나19에 따른 긴급 자금수요와 함께 저금리에 따른 부동산 및 주식 투자 열풍이 부채 증가를 가속화시켰다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증가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저금리에 편승한 과도한 부동산 및 주식 투자는 부작용 성격이 강하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75.5%로 전년 동기 대비 13.2% 포인트 증가했다는 것은 가계의 부채 상환부담이 크게 늘어났음을 의미한다. 기업 역시 자기자본에 대한 부채 비율이 상승하여 부채 상환부담이 크게 늘어났다. 기업은 매출액이 감소하고 가계는 소득이 증가하지 못해 실질 GDP가 1.0%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가계·기업·정부의 부채가 모두 증가한 것은 코로나19가 2020년 경제 전반에 큰 상흔을 남긴 결과라 할 수 있다.

현 시점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가계부채라 할 수 있다. 가계부채는 소모성 소비지출에 따른 것이 아닌, 부동산과 주식 등에 대한 투자증가에 따른 요인이 크다. 자산 증가를 동반한 부채 증가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소 위안할 수도 있지만, 지난해 부동산시장과 주식시장이 과열되었고 버블의 가능성이 있다면, 금년의 금융시장의 동향에 따라 가계부채의 심각성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기업도 작년에 선전한 일부 IT기업을 제외하면 재무 건전성이 악화되었다. 매출액은 항공, 숙박음식, 석유화학 업종 등을 중심으로 지난해 -6.0%의 역성장을 보였고, 이자비용 대비 영업이익 비율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배율은 전기전자업종을 제외하면 3.1배로 낮아졌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K자형 회복 가능성이다. 지난해 상장기업의 영업이익은 3.2% 늘어났지만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6.4%로 감소했다. 정부부채도 슈퍼예산과 추경 편성을 거듭하면, GDP 대비 50%를 넘어 심리적 제한선인 60%를 위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버블 가능성이 농후한 자산시장에서 최대 불안요인은 이자율 상승이다. 미국발 이자율 상승이 국내 이자율도 높이고 있는 등 상승 기조가 강해지고 있다. 전년 동기 대비 1.5% 상승한 3월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그 자체로는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인플레이션 불안심리를 부채질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증가 기대 등으로 국제 유가도 들썩거리고 있다. 이자율이 높아지면서 자산시장의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 부동산 가격 상승률이 주춤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지역에서 전세가격 하락과 아파트 가격 하락 조짐이 보이고 있다. 전세가격 하락은 전세에 기초한 갭투자자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는 올해 1월 3266 선까지 상승했다가, 이후 등락을 반복하여 한때 3000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저금리에 기반한 유동성 장세가 출렁거리고 있는 가운데 비트코인 가격의 급등에서 볼 수 있듯이, 일부 투자자를 중심으로 투기적 성향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실물경제를 기반으로 하지 않은 금융장세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저금리에 편승한 경제주체들의 부채증가는 이자율 상승으로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이러한 불안이 우리나라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글로벌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위기감은 더욱 배증될 수 있다. 최근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강력한 뉴딜정책이 세계 경제 회복의 버팀목이 될 수 있겠지만, 이자율 상승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실물경제가 받쳐주면 부채경제도 어느 정도 유지가 가능하겠지만 경제흐름도 만만치 않다. OECD 등에서는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경제회복 속도를 좌우할 것으로 보이는 코로나 백신 접종률이 크게 뒤처지고 있다. 미·중 패권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반도체 최대 수요처인 미국이 반도체를 중국을 견제할 중요 지렛대로 사용할 의지를 보이면서, 우리 경제 성장 중심 축의 하나인 반도체가 격동의 늪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잘나가던 전기차 배터리도 세계 주요 자동차 메이커들의 배터리 자급화로 미래를 단정하기 어렵게 되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가 500명을 오르내리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업종들이 한계 상황으로 치닫고 있어, 부채에 의존하고 있는 자영업자의 도산위험이 점증하고 있다. 따라서 가계·기업·정부 부채를 적정수준으로 관리하면서 부채가 경제위기의 방아쇠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신축적인 통화정책으로 이자율 상승에 선제적으로 대응 관리하면서, 부동산시장과 주식시장이 소프트 랜딩할 수 있도록 과도한 가계신용 규제 완화와 관련 세제의 정비도 요구된다. 또한 코로나19에 따른 영세 자영업자 등 피해자 지원은 해야 하지만, 선심성 자금 살포는 지양해야 한다.

 
김용하 필자 주요 이력 
 
△성균관대 경제학 박사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 △전 한국경제연구학회 회장 △전 한국재정정책학회 회장 △현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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