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불편한 관계' 오라클 SW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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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민철 기자
입력 2021-04-06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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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무시스템용 SW제품 오라클 걷어내고 SAP로

  • 아마존·세일즈포스 등과 유사한 脫오라클 행보

  • 최근 '자바 저작권 소송' 대법원 판결과는 무관

구글이 오라클 재무관리 소프트웨어(SW)를 버리고 SAP 제품으로 갈아타기로 했다. 아마존·세일즈포스와 비슷한 행보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5일(현지시간) 구글이 내부 재무회계업무용으로 쓰던 오라클의 SW 제품을 향후 몇 주 동안 SAP 제품으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다른 오라클의 SW제품을 쓰는 시스템을 전환하려는 징후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 전환 결정은 또 구글이 과거 안드로이드 개발 과정에 프로그래밍 언어 '자바'의 프로그램 개발을 돕는 API 코드 일부를 차용한 것을 오라클이 문제삼아 제기한 일명 '자바 저작권 소송'의 영향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오라클과의 오랜 소송 끝에 안드로이드 개발에 자바 API를 사용한 게 저작권법상 권리 침해의 예외범주인 '공정이용'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을 받아내면서 최종 승리했다.

보도에 따르면 구글의 오라클 SW 전환 결정 주체는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이다. 알파벳과 구글은 이달중 코어 재무시스템을 SAP 제품 기반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구글은 이 사실을 최근 직원들에게 이메일로 고지했다.

구글과 오라클은 단순한 SW 구매자·판매자 관계가 아니다. IT업계에서 양사가 맞붙는 전선은 점점 확장되고 있다. 특히 기업용 클라우드컴퓨팅 서비스 시장에서 양사는 시장 점유율을 키우기 위해 개별 솔루션 단위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다.

최근 벌어진 일은 양사의 불편한 관계를 보여 준다. 오라클은 자체 클라우드 서비스의 차별화를 위해 전세계 DB 시장에서 독보적 입지를 다져 온 오라클DB의 클라우드 버전을 자사 클라우드 위주로 제공하고 있다.

오라클이나 SAP는 모두 클라우드 기반 제품을 제공하고 있지만 전략에 현저한 차이가 있다. 오라클은 자체 인프라를 클라우드로 제공하면서 그에 기반한 애플리케이션을 판다. SAP는 자체 인프라보다 여러 클라우드 업체의 인프라에서 애플리케이션을 파는 데 주력해 왔다. 이런 이유에서 "결과적으로 구글은 (오라클보다) SAP의 DB SW를 클라우드로 배포하는 데 더 집중하기 시작했다"는 게 CNBC 익명 소식통의 전언이다.

보도에 따르면 오라클은 또 구글의 오라클DB 인증 요구를 수년동안 거부했다. 대기업이 구축형 오라클DB를 구글클라우드에 올려 써도 괜찮은지 알기 어렵게 해, 오라클DB를 선호하는 대형고객 영입 움직임에 제동을 건 것이다.

구글 측은 "구글클라우드는 오라클 고객들이 그들의 DB 워크로드를 우리 베어메탈솔루션을 통해 구글클라우드로 구동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 "재무SW를 전환하기로 한 건 그와 완전히 별개로 (오라클의) 기업고객으로서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클라우드 시장에서 오라클과 경쟁하는 기업들이 기존 오라클 SW 사용을 중단하는 건 드물지 않은 일이다. 한때 오라클 대형 고객사였던 아마존과 세일즈포스가 3년전부터 오라클DB 사용을 중단하는 등 '탈 오라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마존은 클라우드 1위 기업 아마존웹서비스(AWS)를 통해 DB뿐아니라 여러 오라클SW의 클라우드 대체재를 선보이며 오라클의 구축형 SW 사업 기반을 잠식해 왔고 내부적으로 2018년부터 오라클 SW를 완전히 걷어내는 계획을 추진했다.

세일즈포스도 내부적으로 오라클SW도 걷어낼 움직임을 보여 왔다. 2018년 클라우드 기반 고객관계관리(CRM) SW와 자동화 솔루션을 위한 DB의 대체재를 설치할 준비를 했고, 오는 2023년까지 오라클 제품의 전면교체를 예고했다.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구글 CEO[사진=연합뉴스·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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