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호 회장은···라면 하나로 세계 울린 '라면 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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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기자
입력 2021-03-28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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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라면·새우깡·안성탕면·짜파게티, 손 대는 일마다 '흥행 보증수표'

  • "모방할 수 없는 브랜드로 차별화" '어록' 주목

  • 서울대병원에 10억 기부 사회환원 표본

92세 나이로 지난 27일 세상을 떠난 농심 창업주 고(故) 신춘호 회장. 그는 평소 등산을 즐긴 것으로 유명하다. [사진=농심 제공]


농심 창업주 율촌(栗村) 고(故) 신춘호 회장은 한국 라면시장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인물이다.

우리 기술로 개발한 한국적인 맛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는 철학과 장인정신이 현재의 농심을 키웠다.

신 회장은 1930년 12월 1일 울산시 울주군 삼동면에서 태어났다. 부친 신진수 공과 모친 김필순 여사의 5남 5녀 중 셋째 아들이다.

1954년 김낙양 여사와 결혼해 신현주(농심기획 부회장), 신동원(농심 부회장), 신동윤(율촌화학 부회장), 신동익(메가마트 부회장), 신윤경(아모레퍼시픽 서경배회장 부인) 3남 2녀를 뒀다.

1958년 대학 졸업 후 일본에서 성공한 고 신격호 회장을 도와 제과사업을 시작했으나 1963년부터 독자적인 사업을 모색했다. 신 회장은 산업·도시화가 진행되던 일본에서 라면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92세 나이로 지난 27일 세상을 떠난 농심 창업주 고(故) 신춘호 회장. 1978년 농심으로 사명을 변경하는 주주총회를 하고 있다. [사진=농심 제공]


당시 신 회장은 “한국에서의 라면은 간편식인 일본과는 다른 주식으로 만들어져야 한다”며 “값이 싸면서 우리 입맛에 맞고 영양도 충분한 대용식이어야 먹는 문제 해결에 큰 몫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신 회장은 ‘반드시 우리 손으로 직접 개발해야 할 것, 제품 이름이 제품의 특성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명쾌해야 할 것, 한국적인 맛이어야 할 것’이라는 세 가지 브랜드 철학을 확고히 지켰다. 스스로를 ‘라면쟁이’, ‘스낵쟁이’라 부르며 직원들에게도 장인정신을 주문하기도 했다.

회사를 세울 때부터 신 회장은 연구개발 부서를 따로 두고 연구에 매진했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직접 개발해야 한다는 신념에서다. 

신 회장은 브랜드 전문가로도 높은 평가를 받았는데, 유기로 유명한 지역 명칭과 ‘탕’을 합쳐 이름 붙인 안성탕면, 짜장면과 스파게티를 조합한 짜파게티, 어린 딸의 발음에서 영감을 얻은 새우깡 등 농심의 역대 히트작품이 모두 그의 작품이다.

92세 나이로 지난 27일 세상을 떠난 농심 창업주 고(故) 신춘호 회장. 1982년 사발면 출시 시식회의. [사진=농심 제공]


그의 대표작 중 ‘신(辛)라면’은 1986년 출시되면서부터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대부분의 브랜드가 회사 이름을 앞세웠지만 그는 과감히 한자로 제품 이름을 썼다. 그렇게 신라면은 1991년부터 국내시장을 석권하며 ‘국민 라면’으로 사랑받고 있다.

신라면은 세계 시장에서도 통하고 있다. 2018년 중국 인민일보는 신라면을 ‘중국인이 사랑하는 한국 명품’으로 선정했고, 미국 뉴욕타임스는 신라면 블랙을 세계 최고의 라면 1위에 선정하기도 했다. 

신 회장은 한국인에게 익숙한 맛을 라면과 스낵으로 만들어내며 가장 한국적인 맛을 가장 세계적인 맛으로 승화시켰다.
 
신춘호 회장의 어록··· "우리 손으로 개발한 기술이어야 진정한 우리 것"
한국의 매운 맛으로 세계를 울린 '라면거인', '라면왕' 고 신춘호 회장의 어록도 유명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1971년 새우깡 개발 당시 “맨땅에서 시작하자니 우리 기술진이 힘들겠지만, 우리 손으로 개발한 기술은 고스란히 우리의 지적 재산으로 남을 것”이라며 자체 기술력 강화를 중요하게 여긴 대목이다.

92세 나이로 지난 27일 세상을 떠난 농심 창업주 고(故) 신춘호 회장. 1980년 수프 설비 조사를 위해 떠난 유럽 출장에서 찍은 사진. [사진=농심 제공]


짜파게티를 개발할 때도 앞서 실패한 '짜장라면'을 언급하며 “제품 품질도 중요하지만 모방할 수 없는 브랜드로 확실한 차별화 전략이 중요하다”며 브랜드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저의 성(姓)을 이용해 라면을 팔아보자는 게 아닙니다. 매우니까 간결하게 ‘매울 辛’으로 하자는 것입니다(1986년 신라면 출시)”, “농심 브랜드를 그대로 해외에 가져간다. 얼큰한 맛을 순화시키지도 말고 포장디자인도 바꾸지 말자. 최고의 품질인 만큼 프리미엄의 이미지를 확보하자. 한국의 맛을 온전히 세계에 전하는 것이다(1990년 해외수출)” 등의 어록이 있다.
서울대병원에 10억 기부··· 사나이 울린 약속

92세 나이로 지난 27일 세상을 떠난 농심 창업주 고(故) 신춘호 회장. 2004년 덴마크 왕실 훈장을 수훈하는 모습. [사진=농심 제공]


고 신춘호 회장은 생전에 서울대병원에 10억원을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농심 관계자는 “신 회장이 최근 서울대병원에 10억원 기부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안다”며 “아직 구체적인 기부금 사용처 등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92세 나이로 지난 27일 세상을 떠난 신 회장은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고인을 오랫동안 치료해온 의료진과 병원 측에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기부를 결심했다는 게 농심 측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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