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탐구] 국내 의료계 발전 '주춧돌' 윤덕선 박사…인류애 기반 미래의학 발전 이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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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림 기자
입력 2021-03-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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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일송 윤덕선 명예 이사장. [사진=한림대의료원 제공]


겨울이 지나고 따스한 봄 기운이 시작되던 2021년 3월 10일. 강원 춘천시 한림대학교에서 일송(一松) 윤덕선(1921~1996) 박사의 25주기 추모식을 진행했다.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헌화를 하고 일송이 꿈꾸던 세상과 그의 가치를 되새기는 소박한 자리였다.

일송 윤덕선 박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국내 의료계 토대를 닦아 발전을 이끈 인물이다. 의료서비스가 전무하던 시기부터 국민건강보험제도의 기초를 닦고, 병원을 찾다가 사망하는 일이 많은 영세민 주거지역을 골라 병원을 세우고, 무료순회진료를 다녔다. 나아가 의대·대학병원·복지관만 17곳을 설립했다.

추모식에 참석한 이들은 일송에 대해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일송 윤덕선 박사는 거인이었다. 물질적 이상의 가치관과 이타적 삶을 살았다. 그는 강인한 용기와 헌신, 믿음과 정직으로부터 나오는 당당함, 끊임없이 배우려는 자세에서 나오는 통찰력을 보여주는 거인의 길을 걸었다."

◆ 의료서비스 전무할 때…건강보험 토대 닦고 의료한류 선도

100년 전 세상에 태어난 윤덕선 박사. 그는 학교법인 일송학원 설립자이자 대한민국 1세대 의사였다. 윤 박사는 일생 동안 '주춧돌 사상'을 강조하고 실천했다. 땅에 묻혀 건물을 튼튼하게 지탱하는 주춧돌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라와 발전을 든든하게 뒷받침해주기를 바랐다. 밑바탕에는 '인간애'가 있었는데, 사람이 더 나은 삶과 생활을 영위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의 주춧돌 사상은 행적에 잘 나타나있다. 윤 박사는 1960년대 명동성모병원(현 가톨릭중앙의료원), 필동성심병원(현 중앙대병원)을 세우고 1971년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을 설립했다. 이후 의료시설이 부족한 지역을 찾아 동산성심병원, 강남성심병원, 춘천성심병원, 강동성심병원 등을 세워 우리나라 의료수준을 크게 향상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뿐만이 아니다. 의료체계가 없던 1960년대 윤 박사는 전국민영양실태조사를 시행하고 국민건강보험의 기틀을 마련했다. 전국 각지를 돌며 무료진료를 실시하고 자선사업 복지관만 8곳을 설립했다. 1977년도에는 세계로 의술을 전달했다. 괌에 200병상 규모의 마리아나메디컬센터를 개원했는데, 우리나라 민간병원 중 최초의 해외 진출이었다.

◆ '한없는 인간애' 기반으로 더 큰 세상 만드는 주춧돌 의료기관

주춧돌 사상은 특히 한림대학교의료원이 지속적인 사회공헌과 환자중심문화를 갖는 근간이 돼 왔다. 의료원 산하 첫 병원인 한강성심병원이 설립된 이후 1972년부터 2018년까지 무료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총 13만6000명에 이른다. 의료원이 1995년부터 2018년까지 펼친 사회공헌 액수는 1086억원에 달한다. 해외환자의 경우 무료진료를 사람은 6000여명, 진료비 지원 금액은 18억원 정도다.

이제 한림대학교의료원은 미래의학의 주춧돌을 놓고 있다. 의료원은 2019년 비전선포식 '마이티 한림 4.0(Mighty Hallym 4.0)'을 열고 '데이터뱅크 기반의 맞춤형 정밀의학을 제공하는 스마트 의료기관'으로의 발전을 다짐했다.

이를 위해 향후 10년간 집중할 세부전략으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서버, 사물인터넷(IoT),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로보틱 시스템 등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5대 집중 육성 의학분야로 ▲인공지능 및 빅데이터 ▲암의 진단 및 처치 ▲가상현실 ▲노인의학 ▲3D프린팅을 선정했다.

비전선포식에서 윤대원 학교법인 일송학원 이사장은 "대한민국 사회의 주춧돌이 되기 위해 최상의 의료서비스와 사회공헌을 펼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AI가 보편화되고 있으나 기술만으로는 완벽한 의료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지하고, 인간애 기반의 인술을 통해 진정한 의료 가치를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 또 다른 '주춧돌' 양성 위해…청년과 세상 이을 지주회사 설립

일송학원은 윤덕선 박사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세계 선진화를 이끌 주춧돌을 늘리기 위해 최근 한림대학교기술지주회사를 설립했다.

한림대학교기술지주회사는 한림대학교의 융합 분야 연구역량과 한림대학교의료원의 헬스케어 기술을 응용해 ▲청각기술 기반 헬스케어 서비스 ▲바이오잉크 및 3차원(3D) 프린팅 기반 바이오스마트공장 ▲AI 및 VR 응용한 지능형병원 등의 사업화를 검토할 예정이다.

또한 연구, 벤처회사, 연구기관 등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구체화되고 사업화되는 데 필요한 자원을 전폭 지원해 글로벌 첨단기업을 배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한림대기술지주회사는 올해 9월 자사 건물에 '창의공간(CO-디자인)'을 마련할 예정이다. 글로벌기업 구글이 창의와 자율을 강조하기 위해 본사에 직원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공간을 둔 것과 같다. 창의공간은 특별히 용도가 정해져 있지 않으며 오픈형 시뮬레이션, 헬스케어 연구실, 미팅룸 등으로 꾸며질 계획이다. 또 무향실(전자 챔버), 한림로봇센터, 바이오스마트팩토리 등도 뒀다. 이곳에서 아이디어와 꿈을 지닌 학생, 연구기관, 벤처회사 등 이용객이 창의력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다.

김동욱 대표이사는 "학교와 의료원의 기술 및 자원을 융합해 의미 있는 연결과 소통을 만들어낼 것"이라며 "학교 기반 기술지주회사답게 단순 이익보단 사회공헌에 앞장서는 글로벌 기업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주춧돌 정신 공유

한림대학교의료원은 설립자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전 세계에 무료 배포할 서체 '한림체'를 제작했다. 한림체에는 설립자 일송의 철학인 주춧돌·희생·봉사를 담았다. 핵심가치는 의료원의 문화인 도전·응전·따뜻한 울림·신뢰다. 개인 및 기업 사용자에 관계없이 누구나 무료로 내려 받아 사용할 수 있다. 각종 문서 작성을 비롯한 인쇄·출판·웹·모바일·영상 등 다양한 매체에서 사용 가능하다.

또한 의료원은 2017년부터 'We路(위로)캠페인'을 시행하고 있다. 이 캠페인은 의료진과 환자가 서로 위로하며 다독이고, 모두의 삶의 질을 위로 올리기 위해서 힘을 모으며, 건강하고 즐거운 생활을 향해 동행하는 것이 우리가(We) 갈 길(路)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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