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계 흑자율 사상 최고… 돈 못 쓴 '불황형 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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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다현 기자
입력 2021-03-22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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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복소비 가능성… 유동성과 맞물려 경기 변동 급격해질 우려"

지난해 가계흑자율이 사상 최대를 기록한 가운데 코로나19로 인해 억눌린 지출이 이른바 '보복소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사진은 더현대서울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었던 지난해 가계 흑자 규모는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의 재난지원금으로 가계 소득은 증가했지만 경제 주체들이 위기 상황에서 지출을 급속하게 줄이면서 '불황형 흑자' 현상이 나타났다.

22일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흑자율은 1분기 32.9%, 2분기 32.3%, 3분기 30.9%, 4분기 30.4로 모두 30%를 넘었다.

흑자율이란 가계가 벌어들인 돈에서 소비와 지출을 제외하고 남은 돈의 비율을 의미한다. 소득에서 세금과 연금, 사회보험료 등 비소비지출을 제외한 금액이 처분가능소득인데, 여기서 일상적인 의식주 지출을 제외하면 흑자액이 된다.

2003년부터 작성된 가계동향조사에서 분기 흑자율이 30% 이상을 기록한 것은 지난해를 제외하면 2016년 4분기 한차례 밖에 없었다. 가계동향은 전년 동기와 비교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 매 분기마다 가계 흑자율은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이다.

지난해 가계의 흑자가 늘었던 것은 돈을 안 쓰거나 못 써서 발생한 결과로 풀이된다.

상명대 유경원 교수는 '과거 경제위기와 코로나19 확산기의 소비지출 패턴 비교' 보고서에서 "위기가 발생하면 가계에선 소득 감소보다 소비 감소가 더 크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소득 감소에 대한 공포가 클수록 소비지출 감소폭도 커진다. 현재 소득이 줄어드는 데 따른 지출 감소와 더불어 미래 소득의 불안정성을 대비해 예비적으로 저축을 늘리면서 지출이 더 크게 위축되는 것이다.

흑자율이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1분기 이런 경향이 두드러졌다.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35만8000원으로 3.7% 늘었지만 가계지출은 394만5000원으로 4.9% 감소했다.

가구당 평균 소득은 2분기에는 4.8%, 3분기에는 1.6%, 4분기에는 1.8% 늘었다. 가계지출은 2분기에 1.4% 늘어난 것을 제외하곤 3분기에 2.2%, 4분기에도 0.1%씩 줄었다.

또한 코로나19 사태는 정부가 보편·선별적으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서 과거 경제 위기와는 달리 가계 소득이 늘어난 부분도 흑자율에 반영됐다.

과거 경험에 비춰 보면 위기 때 비축된 흑자는 위기에서 탈출 후 폭발적인 소비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보복소비다.

유경원 교수는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증가한 유동성과 이로 인한 자산시장 과열 속에서 움츠러든 소비와 저축이 어떤 식으로 발현될 지에 따라 경제 움직임이 달라질 것"이라면서 "소비지출의 진폭이 커지고 경기 변동도 급격해질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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