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의료기 성장에 다국적기업 ‘병원 지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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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림 기자
입력 2021-03-1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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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드트로닉 등 기기 교육프로그램 제공

  • 브랜드 인지도 앞세워 거래처 잡기 나서

[사진=각 사 홈페이지]



메드트로닉, 존슨앤드존슨, GE헬스케어, 필립스 등 현재 국내 의료기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들이 자본력을 앞세워 폭풍 성장하는 토종 의료기기 기업들의 반격에 제동을 걸고 있다.

병원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한편, 교육센터를 설립하고 제품을 기증하며 자사 의료기기에 대한 의료진의 접근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당장 병원과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게 아니더라도 제품에 대한 높은 접근성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해 거래처를 유지하고 구축한다는 것이다.

18일 의료기기업계에 따르면 최근 세계 선두 의료기기 기업인 메드트로닉은 국가중앙병원의 맏형 격인 서울대병원을 상대로 네트워크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메드트로닉은 서울대병원 통증센터에 이어 신경외과를 공략 중인데, 이들의 전략은 교육센터 설립이다. 예컨대 회사는 신경감시 모니터링 기기 등 메드트로닉 제품을 병원에 지원하고, 병원은 의료진이 참여하도록 메드트로닉과 함께 의료기기를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 자연스럽게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필립스도 서울대병원 심혈관센터와 손을 잡았다. 심혈관센터를 필립스의 중재시술 가이드 시스템 싱크비전(SyncVision)의 트레이닝 센터로 선정하고, 전 세계 의료진이 접속할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해 서울대병원과의 관계를 공고히 한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전략의 성공 사례도 있다. 일례로 수술로봇 다빈치로 유명한 미국 의료기기 기업 인튜이티브는 10여년 전 국내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빅5 병원 중 한 곳인 세브란스에 교육센터 명목으로 제품을 제공한 바 있는데, 이후 의료진의 접근성이 높아지며 국내 수술로봇 시장은 인튜이티브의 다빈치가 꽉 잡고 있는 상황이다.

아예 제품 개발 단계부터 협약을 맺고 의료진의 손을 타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메드트로닉과 함께 글로벌 의료기기 회사 1, 2위를 앞다투고 있는 존슨앤드존슨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연구중심병원을 보유하고 있는 고려대의료원과 의료기기 분야를 공동 개발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 이 경우도 양측 간에 교육센터를 통한 의료진 연수 등 다양한 교류를 진행한다.

GE헬스케어도 국내 선도병원들과 공동 연구를 바탕으로 네트워크 강화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삼성서울병원과 치매 진단 의약품인 비자밀(Vizamyl)을 활용하는 공동 연구에 들어간 데 이어 차세대 먹거리인 원격 협진 모니터링 솔루션 '뮤럴'을 서울아산병원에 제공해 수술실과 응급실, 중환자실에서의 감시 시스템과 생체신호 위험도 예측 모델, 비대면 환자 모니터링을 사실상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GE헬스케어가 기기를 활용한 연구를 제안하고 이를 병원과 공동으로 진행, 자연스럽게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를 높인다는 전략인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글로벌 기업들에 묶이는 '락인(Lock-in) 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국내 한 대형병원장은 "최첨단 의료기기를 들여오면 소모품도 매번 그 회사 제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초기 비용도 수천부터 수백억이 드는데, 계속해서 큰 지출이 있는 셈이다. 또 한 번 수리를 요청하면 몇 달씩 걸리고, 국내 병원 시스템에 맞추지 않아 연동이 되지 않는 경우도 문제"라고 했다.

한편, 국내 의료 인공지능(AI) 기업들의 코스닥 상장 및 추진이 잇따르고 있다. 제이엘케이에 이어 올해 뷰노가 코스닥에 입성했으며, 루닛 등 10여곳은 연내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스앤마켓스(MnM)에 따르면 국내 AI 헬스케어 시장의 경우 연평균 성장률 45%를 기록해 2025년 약 2조4354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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