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국수본·중수청·공수처, 난립하는 ‘수사기관’…쉽게 알려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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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 기자
입력 2021-03-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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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H투기=국수본…아동학대=자치경찰

  • 국회의원=공수처…4급 보좌관=검찰

전국고검장 회의를 하루 앞둔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권력기관 개혁안이 올해부터 실질적으로 시작돼 국가 사법체계 전반이 개편되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검‧경수사권 조정 등 검찰의 권한을 제한하고 수사 기능을 분리하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어, 국민들이 이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여권 일각에서는 검찰의 기소권과 수사권을 분리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법’까지 추진 중이라 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와 자치경찰, 중수청, 공수처 등 새로 생기거나 논의 중인 수사기관의 기능을 9일 정리했다.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중수청법은 현재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문재인 정부의 수사권 조정을 요약하면, 검찰이 가진 직접 수사권을 한정하고 경찰 및 다른 수사기관으로 이를 이관하는 내용이다. 검찰의 수사권은 6대 범죄(△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에 한정하고, 그 이외의 수사는 경찰이 맡도록 했다. 경찰은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나눠, 국가경찰 산하에 국수본을 둬 주요 수사를 담당하도록 했다. 자치경찰은 학교폭력 등 소년범죄, 경범죄 및 기초질서 관련 범죄 등에 대한 수사를 맡는다. 검찰 권력의 비대화를 가져왔던 고위공직자 범죄에 대한 특수수사 등은 공수처가 실시한다. 중수청은 현재 검찰청이 공소 업무만 담당하는 공소청이 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중수청과 경찰이 수사하면 공소청이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다.

#1.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이 문재인 정부의 3기 신도시 발표를 앞두고, 광명‧시흥 개발지에 100억원대 토지를 매입한 것으로 나타나 국민적 공분이 일고 있다. 비공개 정보를 미리 알고 매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수사 주체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구조에서 LH 투기 의혹 사건의 수사는 경찰청 산하 국수본이 담당하게 된다.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 봤을 때, 이 사건의 처벌 가능 규정은 공공주택특별법·한국토지주택공사법 등이 적용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법상 ‘미공개정보 이용행위의 금지’가 적용될 것으로 보이는데,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수 있는 6대 범죄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아울러 고위공직자가 연루된 정황이 없기 때문에 현재까지는 공수처 수사 대상도 아니다. 다만 향후 수사 과정에서 부패범죄(공기업 임원의 뇌물죄 등) 등 정황이 나오면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수도 있다.

국수본은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수 없는 대부분의 수사를 담당하게 된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민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경찰의 임무를 ‘범죄의 예방‧진압 및 수사’로 폭넓게 규정하고 있다.

국수본은 국가경찰기구 사무를 관할하는 경찰청 산하에 있다. 국수본부장은 외부에서 공모, 경찰청장이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 공수처의 수사는 고위공직자의 직무 관련 범죄를 대상으로 하고, 검찰청의 수사기능이 6대 범죄에 한정돼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대부분의 수사를 국수본에서 하게 된다.

#2. 인천의 한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가 지난해 11~12월 장애 소견이 있는 1~6살 원생 10명을 상습적으로 학대한 정황이 불거졌다. 보육교사들이 원생을 사물함 안으로 밀어넣은 뒤 문을 닫거나 원생에게 분무기로 물을 뿌리는 장면이 CCTV를 통해 확인됐다.

최근 아동학대 사건이 빈발하는 가운데, 이 같은 사건의 수사는 자치경찰이 담당하게 된다. 자치경찰은 경찰이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분리되며 탄생하게 됐다. 자치경찰은 지역 내 주민의 생활안정 활동 및 교통 등 주로 ‘치안’과 관련된 역할을 하게 되는데, 일부 사건에 대한 수사도 담당한다.

구체적으로 △학교폭력 등 소년범죄 △가정폭력, 아동학대 범죄 △교통사고 및 교통 관련 범죄 △성적 목적을 위한 다중이용장소 침입행위에 관한 범죄 △경범죄 및 기초질서 관련 범죄 △실종아동 등 관련 수색 및 범죄 등이 자치경찰의 수사 범위다.

자치경찰위원회는 △시‧도의회(2명) △국가경찰위(1명) △시‧도교육감(1명) △자치경찰위 위원추천위(2명) △시‧도지사(1명)가 추천해 시‧도지사가 임명하는 7명으로 구성된다. 자치경찰 사무를 관장하는 자치경찰위원회 위원장은 위원 중에서 시‧도지사가 임명한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3. 국회의원 A씨는 자신의 지역구에 건설을 진행 중인 건설사 실소유주 B씨로부터 인허가 편의를 봐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받고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울러 수천만원대의 유흥주점 술값을 대납하도록 한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이런 범죄의 경우 공수처가 담당한다. 공수처는 △대통령 △국회의원 △대법원장 및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및 헌법재판관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대통령경호처·국가정보원 3급 이상 공무원 △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 등 7000여명 및 이들의 직계존‧비속의 직무 관련 범죄를 수사한다. 국회의원의 뇌물수수 등 범죄는 공수처의 수사대상이기 때문에, 다른 수사기관의 수사 도중 이런 정황을 발견하게 되면 공수처와 관련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이후 공수처는 수사의 이첩을 요구할 수 있다.

수사대상은 △직무유기 △직권남용 △정치자금부정수수 △국정원의 정치 관여 △국회 위증 △뇌물 제공 △피의사실 공표 등 고위공직자 관련 범죄로 제한된다. 때문에 고위공직자라고 해서 무조건 공수처의 수사를 받게 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공수처 수사대상인 판사가 교통사고 등 교통 관련 범죄를 저지른 경우 자치경찰이 이를 수사하게 된다.

공수처는 고위공직자의 범죄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여야 정치권 사이에 논란이 거셌다. 때문에 공수처장의 임명을 둘러싸고 여야 간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직무 특성상 공수처장은 국수본부장이나 자치경찰위원장보다 임명 절차가 까다롭다.

여야 추천위원이 포함된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가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중 1명을 지명,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도록 돼 있다. 애초 공수처장 후보 추천 과정에서 야당의 ‘비토권’이 보장돼 있었지만, 초대 공수처장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논란 끝에 개정됐다.

#4. 국회 의원실의 보좌관(4급) C씨는 지역구 사업가 D씨로부터 주택 관련 사업 분양에 도움을 준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관할 관청의 사업계획 승인 등에 압력을 행사하고,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기 쉽도록 도와줬다는 의혹이다.

이 경우 검찰이 수사를 하게 된다. 개정된 법에 따라 검찰은 △부패범죄(주요공직자의 뇌물, 특정범죄가중법상 뇌물·알선수재, 정치자금, 배임수증재 등) △경제범죄(특정경제범죄법상 사기·횡령·배임, 공정거래, 금융증권범죄, 마약수출입 등) △공직자범죄(주요공직자의 직권남용, 직무유기, 공무상비밀누설 등 직무상 범죄) △선거범죄(공무원의 정치관여, 공직선거·위탁선거·국민투표 등 관련 범죄) △방위사업범죄(방위사업의 수행과 관련한 범죄) △대형참사범죄(대형 화재·붕괴·폭발사고 등 관련 범죄, 주요통신기반시설 사이버테러 범죄) 등 6대 범죄에 한해 직접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

국회 보좌관의 경우 4급 별정직 공무원으로 공수처의 수사대상은 아니다. 다만 주요공직자(공직자윤리법상 재산등록의무자)에 속하고, 범죄 혐의도 뇌물죄이기 때문에 검찰의 수사대상이 된다. 만약 국회 보좌관이 아동 학대 등 가정 폭력을 저지른 경우엔 자치경찰의 사무이기 때문에 자치경찰의 수사를 받게 된다.

현재까지 진행된 사법체계 개편안에 따르면, 검찰의 수사권 및 기소권 완전 분리는 시행되지 않았다. 여권 일각에서 이를 추진 중인데, 여기에서 등장하는 게 중수청과 공소청이다.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폐지해 중수청으로 넘기고(중수청법) 검찰청이 공소 업무만 수행하도록 하는 법안(공소청법)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다.

만약 이 법안들이 통과된다면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검찰이 수행해 온 수사 업무는 중수청이 대신하게 된다. 공소청은 범죄의 기소 및 공소유지, 영장청구 등을 담당하게 된다. 일각에선 수사와 기소는 유기적으로 연결된 기능이기 때문에 기계적으로 분리해선 안 된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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