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윤석열의 노림수...중수청 반대 명분 삼아 자기정치 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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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기자
입력 2021-03-05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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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오후 대구고검과 지검에서 직원과의 간담회를 끝낸 후 차에 오르기 전 직원들에게 손뼉을 쳐주며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전격 사퇴 의사를 밝혔다.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에 대해 한 언론사를 선정해 비판 인터뷰를 한 지 이틀 만이다. 연일 중수청 반대 입장을 언론을 통해 공표하던 윤 총장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사실상 중수청 반대를 명분 삼아 정치적인 행보를 시작했다는 평도 나온다.

◆"법치 파괴" 외치고 1년7개월 만에 檢 떠난 尹

윤 총장은 4일 오후 2시 대검찰청 청사 앞에서 "검찰에서 제 역할은 여기까지, 오늘 총장직을 사직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2019년 7월 25일 취임한 지 약 1년 7개월, 일수로는 589일 만이다.

그는 이날도 중수청 설치를 비판하며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며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 안팎에서는 "중수청 설치는 1% 검사의 수사권 남용과 윤 총장의 수사지휘권 남용이 어우러진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아울러 윤 총장의 '제 식구 감싸기' 역시 한몫했다는 평이 나온다.

검찰 출신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윤 총장 입장 발표를 앞두고 "검찰 수사권을 해체시킨 당시의 마지막 총장이었다는 오명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국회 인사청문회도 열리지 않은 2019년 8월 27일, 서울중앙지검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에 제기된 의혹을 수사한다며 특수2부(현 반부패수사부)가 30여곳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윤 총장이 사건을 배당한 직후부터 수사가 시작된 것이다.

이후 조 전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불구속기소했고, 사모펀드 의혹으로 시작된 수사는 '표창장 위조'로 이어져 정 교수는 1심에서 징역 4년에 법정구속됐다.

◆尹 사의 직전 연일 정치행보··· 후폭풍 이어질 듯

윤 총장은 최근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교사 사건을 수사하던 임은정 대검 감찰연구관을 수사에서 배제한 것은 물론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 술접대를 받은 전·현직 검사들 중 일부만 기소하는 등 제식구 감싸기를 하면서 중수청 설치 필요성을 스스로 밝혔다는 평도 나온다.

그간 윤 총장은 수사청 설치와 관련해 '법치주의 말살' 등의 주장을 끊임없이 해왔다. 법치주의란 국가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거나 국민에게 의무를 부과할 때에는 반드시 국민의 대표기관인 의회에서 제정한 법률로써 해야 하고, 행정작용과 사법작용도 법률에 근거를 두어야 한다는 원칙을 뜻한다.

윤 총장 발언이 나오자 법조계에서는 비판이 잇따라 나왔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추미애 전 장관, 박범계 신임 장관까지 법무부 장관이 임명되면 수사를 하는 것은 법치주의인가"라고 반문했다.

윤 총장이 정부·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중수청 설치에 대해서 검찰총장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언론과 단독인터뷰를 한 점도 결국 정치적인 행보였냐는 비판이 나온다. 해당 인터뷰에서 그는 중수청 설치에 대해 "헌법정신에 크게 위배되는 것이고, 국가와 정부의 헌법상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치·경제·사회 분야에서 부정·부패에 강력히 대응하는 게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고 헌법상 의무"라고 말했다.
 
언론과 직접 접촉을 한 이후에도 윤 총장은 4·7 재·보궐선거를 약 한 달 앞둔 시점인 지난 3일 대구고등검찰청·지방검찰청을 찾아 중수청에 대해 반대 입장을 재차 표명했다. 그는 "지금 진행 중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는 것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라며 중수청 설치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검찰총장이 아닌 정치인의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필우 변호사(법무법인 강남)는 "스스로가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하는 발언을 수차례 하고 중요하다고 얘기했음에도 과잉수사 논란이 벌어져 왔다"며 "지금의 행위는 중수청을 향한 것 같지만 실질적으로는 정치적 행보를 하기 위한 발언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변호사는 "마지막 발언을 놓고 보면 검찰총장의 발언이라기보다는 정치인으로서의 발언"이라며 "향후 검찰총장이 정치를 한다면 그것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에 가장 중대한 해가 되는 행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윤 총장은 이날 '검찰가족께 드리는 글'에서 "이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헌법이 부여한 저의 마지막 책무를 이행하려고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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