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블라인드]​전화걸었더니 “영어상담원 없다”…“법무부 안내센터가 주체” 책임 돌린 금감원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송종호 기자
입력 2021-03-05 06: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외국어 상담신청 했지만 상담 가능 인력 없다며 민간은행 연락 안내

  • 금감원 통해서만 외국인 금융상담 가능…법무부 종합안내센터 개인 상담접수 불가

[사진=금융감독원 공식 블로그 캡처]




# 경기도에서 일하는 몽골인 A씨(34)는 금융감독원에서 외국어로 금융 상담을 제공한다는 소식을 친구에게 전해 들었다. 주중에 일하느라 은행 방문이 어려워 계좌 개설을 위해 상담이 필요했던 A씨는 친구를 통해 금감원에 전화를 걸었지만, “몽골어 상담이 어렵다. 영어 상담원도 없다”는 안내에 결국 상담을 포기했다.

금감원이 2016년 시작한 외국인 대상 금융민원 상담서비스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법무부 종합안내센터 인력 운용 문제일 수 있다”며 책임을 돌렸다.

이 서비스는 외국인이 금융감독원 콜센터로 전화하면 법무부 외국인 종합안내센터의 외국어상담사와 연결돼 동시통역 및 상담을 받을 수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공식블로그 등을 통해 영어, 중국어, 베트남어, 태국어, 일본어, 몽골어 등 19개 언어로 통역서비스가 제공된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최근 본지 취재 결과 금감원 콜센터에 연결이 되더라도 외국어 상담을 받을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 콜센터 관계자는 “영어 상담 인력이 없다”며 “다른 외국어 상담도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상담을 원하는 외국인은 금감원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8번을 누르고 금감원 상담사에게 3자 통역을 요청해야 하는데, A씨 일행도 연결된 상담사에게 “영어와 몽골어 상담 모두 어렵다”는 안내를 받았다.

다문화 가족, 외국인 근로자 등 금융 취약계층에 대한 애로사항 상담과 피해구제 절차 안내 등으로 금융소비자 권익증진에 기여할 것이라는 당초 취지가 무색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A씨처럼 “금감원이 대대적으로 홍보한 서비스가 왜 제대로 운영되지 않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코로나19 등으로 외국인 통역 인력 운용에 애로사항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상담 통역은 법무부 외국인 종합안내센터가 맡고 있다. 금감원은 중개하는 역할이다. 외국어 상담에 문제가 있다면 원인은 법무부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감원을 통한 접수가 없다면, 외국인은 법무부 종합안내센터로 연결될 수 없다. 법무부 외국인 종합안내센터 관계자는 “개인이 전화를 걸어도 상담을 받지 않고 있다”면서 “외국어 상담은 (금감원 등)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기관을 통해 접수된 민원만 받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금감원에서 상담을 받지 못하는 외국인들은 민간은행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금감원 콜센터는 직접 상담 대신 해당 외국어 통역을 제공하는 은행을 알려주는 데 그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몽골어, 신한은행은 중국어 등의 통역서비스를 운용 중이다.

결국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서비스를 외국인들이 기피하는 모양새다. 국내 시중은행에 근무하는 한 외국인은 “모국어로 금융상담이 제공된다고 해 한국 금융 정책에 대한 신뢰가 높았지만 이번 일로 언어장벽을 다시 실감했다”면서 “언어 장벽이 있는 정부 서비스보다는 모국어를 제공하는 은행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