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유통구조 혁신’으로 MZ세대 사로잡은 케이블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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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욱 LG헬로비전 DBM담당
입력 2021-03-0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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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사의 대리점으로 빽빽하던 용산의 전자상가는 편의점과 소매점들로 대체됐다. 대리점 간판이 ‘한 집 건너 한 집’ 수놓던 거리를 바꾼 것은 산업지형의 변화가 아니었다. 그 사이 이동전화 가입자 수는 꾸준히 증가해 작년 7천만 명을 돌파했고, 유료방송 가입자 수도 2019년 3,381만 명으로 전년 대비 3.2% 증가하면서 지속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여전히 성장 중인 방송∙통신산업에서 고객 접점의 최전선인 대리점이 모습을 감추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유통구조가 재편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의사결정과 구매정보 처리 과정이 복잡한 ‘고관여 상품’은 변화의 흐름에서 한 발자국 벗어나 있었다. 유료방송이나 모바일, 렌털과 같은 서비스들은 상품 선택에서부터 약정기간, 할인제도 등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듣지 않고는 가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1월, 케이블TV 1위 사업자인 ‘LG헬로비전’의 온라인 직영몰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180% 성장했다. IPTV 및 글로벌 OTT 사업자들과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폭발적인 증가세를 기록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온라인 구매에 익숙한 이용자들이 온라인 직영몰을 통해 상품별 차이를 직접 확인하고, 가격과 약정기간, 사은품 등을 스스로 비교해 선택한 결과다. ‘가입하면 현금과 사은품을 지급합니다’라는 식의 통신사 마케팅 방식에 균열이 시작된 것이다.

케이블TV 회사들은 온라인∙비대면 중심으로 판매채널 패러다임을 변화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1995년 가장 먼저 유료방송 서비스를 시작해 시장을 개척해온 케이블TV는 오랜 기간 사용자들의 꾸준한 선택을 받아왔지만, 오랜 역사를 가진 만큼 올드한 ‘레거시 미디어(Legacy Media)’의 이미지에 갇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케이블TV가 화질, 채널 수, 속도 등과 같은 본원적인 상품 경쟁력과 키즈콘텐츠, 넷플릭스, 유튜브와 같은 콘텐츠 경쟁력이 IPTV에 뒤처지지 않음에도 시장의 주도권을 놓친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온라인 직영몰’을 통해 합리적 소비를 제안하자 소비 트렌드의 중심으로 떠오른 MZ세대(20대~40대 초반)가 열광적인 반응을 보내고 있다. ‘가성비’와 ‘가심비’를 중요시하는 이들 세대는 우수한 정보력과 IT활용능력을 기반으로 원하는 상품을 구매하되 항상 최저가를 검색하고 선택한다. 온라인 기반으로 유통 수수료를 절감하고, 10% 낮은 가격으로 고객에게 환원하자 2040 가입자 비율이 대리점이나 콜센터 등 다른 채널보다 35%p 높아졌다. 제휴카드 할인 등의 추가적인 혜택을 선택한 비율도 타 채널 비 2배나 더 높았다.

온라인 직영몰은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이용자들에게 더 낮은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절감된 유통수수료를 다시 환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온라인 직영몰을 통한 가입자는 추가적인 상담이 필요하지 않은 ‘완전 가입’ 비율이 높아 인건비 등 부가적인 사업비도 줄일 수 있다. MZ세대의 유입으로 1월 ‘완전 가입’ 비율은 작년 동기보다 1.5배 증가했고, 채팅상담 이용률도 매월 30%씩 늘어나고 있다.

MZ세대가 원하는 것은 ‘보다 저렴한 상품’이 아니라 ‘가격 대비 성능’이다. 정보력을 기반으로 동일한 상품을 구매하는데 ‘더 낮은 가격’을 지불하는 것이지, ‘더 낮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세대는 결코 아니다. 실제로 이용자 데이터를 보면 가입자의 나이가 1살 어려질 때마다 VOD 매출 금액이 100원 높아지고, 온라인 직영몰을 통해 가입한 고객이 프리미엄 상품을 선택하는 비중이 2~30%p 높다. 효율적 유통과정을 통해 ‘더 좋은 상품’을 ‘더 싸게’ 공급한 것이 MZ세대의 마음을 산 것이다.

MZ세대는 통신 서비스도 ‘알뜰폰(MVNO)’을 통해 합리성을 추구하고 있다. 값비싼 핸드폰 가격을 할인받는 조건으로 가입기간과 요금제 선택의 주도권을 이통사에 넘겨왔던 구매방식을 뒤로하고, 자급제로 단말기를 구매하고 유심(USIM)을 끼워서 사용하는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냈다. MZ세대는 최신 프리미엄폰을 갖고자 하는 욕망은 유지하면서도 절반 수준의 요금을 이용하는 ‘가성비 조합’을 통해 통신비를 낮췄다. ‘노예제도’로까지 불렸던 약정기간에서도 자유로워졌다.

케이블TV는 어려운 경쟁환경 속에서도 유통구조 혁신으로 꾸준히 이용자의 선택을 받고 있고, MZ세대와 함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내고 있다. 케이블TV의 지역채널은 빠르고 자세한 재난방송을 통해 지역민의 안전을 지켜내기도 하고, 소상공인들과의 상생을 통해 지역경제의 새로운 플랫폼 모델을 일궈내기도 했다. 사업자와 이용자의 자구적 노력에 정책적 지원만 더해진다면 글로벌 OTT 사업자와의 거센 경쟁 속에서도 케이블TV는 스스로 길을 찾아내고 사회적 역할을 이어갈 것이다.


 
 

[최재욱 LG헬로비전 DBM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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