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소수점 거래' 미적대는 금융위, 답답한 증권가..."증시 동력 잃을라, 일단 길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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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은 기자
입력 2021-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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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가 주식 소수점 거래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면서도 추진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자 업계의 답답함이 증폭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당국이 책임추궁을 우려, 속도를 내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업계·법무법인 등과 함께 관련 제도개선을 위한 연구를 진행해온 금투협 측은 "시장의 요구가 강한 만큼 가능한 한 빨리 서비스 해야 한다. 기존 법을 유연하게 해석하기만 해도 사업이 가능하다"는 업계 입장을 전해왔다. 

21일 금융투자협회·증권사 등에 따르면, 최근 업계에서 주식 소수점 거래를 특례로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액면가액이 큰 주식에 접근하기 힘든 소액 투자자들이 주식을 수량이 아닌 금액 단위로 거래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를 지속해온 데 따른 것이다.

당국은 재작년 신한금융투자의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하면서 특례 허용을 본격화했지만, 최근 추가적인 특례 신청은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서비스 활성화를 제약하는 규제를 개선하겠다는 방향성을 정한 만큼, 임시방편은 중단하는 게 맞다는 논리다. 당국은 지난해 8월 규제를 정비해 해외주식뿐 아니라 국내주식도 소수점 단위로 사고팔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당국이 계획보다 속도감 있게 제도개선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 측은 지난해 말까지 규제 정비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었으나, 현실성 부족 등을 이유로 아직까지 결론을 내지 못했다.
 

[사진 = 각 업계]

금융위 관계자는 "한 주는 한 사람이 소유한다는 것이 현행 법령체계의 기본 원칙"이라며 "형식적으론 주주가 한 명이지만 실질적으론 여러 명이라는 식의 '법리'를 새로 만들어야 하는데, 견적이 잘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이 같은 반응에 업계는 답답함을 표출하고 있다. 제도개선이 요원한 상황에서 시장의 요구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자체적 법리 검토는 어느 정도 끝난 상황이며, 제도개선 없이 현행 법령을 유권해석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게 업계 입장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업계는 시장의 요구가 거센 만큼 가능한 한 빨리 서비스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현행 제도 안에서 특례를 적용받는 게 가장 좋은 안"이라며 "금융위 말대로라면 제도개선이 쉽지 않을 텐데, 우선 특례사업하다가 법령은 서서히 고쳐도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제도를 고치더라도 시행령 개정 정도가 적절한 것 같다. 내부 검토 결과 제도를 그대로 두거나 시행령 정도 개정해도 문제없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시행령 개정은 길어야 4~5개월이면 가능해 업계 부담도 크지 않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제도가 풀릴 때까지 기존에 하던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 특례라도 지속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 = 금융위원회 및 각 업계]

업계 요구가 거센 데다 선거를 앞두고 정계에서도 계속 압력을 넣고 있는 만큼, 당국이 다시 '특례카드'를 만지작거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지난 8일 정세균 국무총리는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에서 국내주식 소수점 거래 도입을 놓고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에도 100만원 상당의 주식이 많다. 동학개미에게, 국민들에게 돈 벌 기회를 마련해주시길 바란다"는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언에 호응한 것이다.

소위 개미라 불리는 소액 투자자들의 증시참여 욕구는 풍부한 유동성 등에 힘입어 지난해부터 폭증하기 시작했다. 선례가 없던 개미들의 움직임은 '동학개미운동'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렸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국내주식 소수점 거래가 허용되면 개인투자자들이 증시에 보다 활발히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정부가 원하는 방향이기도 하다. 세수증대 차원에서도 도움이 된다 여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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