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흔들리는 사법부]②김명수 거짓말·임성근 탄핵에 내부갈등 확산

조현미 기자입력 : 2021-02-19 08:01
법원 내부망 코트넷서 현직판사들 공방 "거짓해명 부적절"vs"사표 반려는 타당" "법관견제 민주주의 대원칙"vs"왜 지금"

김명수 대법원장(가운데)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 참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법부 수장이 국회와 국민을 향해 거짓말을 한 자체는 상당히 심각한 문제에 해당한다. 그 자체로 각계각층에서 대법원장 사퇴 논의가 나오는 것은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김동진 부장판사가 코트넷에 올린 '김명수 대법원장의 사퇴 논의에 대한 의견' 글


임성근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 사표 반려 거짓말과 관련해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과했지만 파장은 여전하다. 무엇보다 내부 균열이 심각하다. 여기에 임 부장판사 탄핵소추안이 국회 문을 넘으면서 분열은 한층 심해지는 모습이다.

당장 현직 판사들이 활동하는 법원 내부 게시판인 '코트넷'만 봐도 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김동진 서울남부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지난 16일 코트넷에 "대법원장이 거짓말을 한 것이 부도덕하며 정의를 위반한 게 분명하다"며 "사퇴 논의가 나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송승용 수원지방법원 부장판사도 14일 같은 게시판에 "공개된 김 대법원장·임 판사 대화 내용 일부와 대법원장 거짓 해명은 어떤 경위나 이유에도 불문하고 신중하지 못하며, 내용도 적절하지 못한 것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임 판사와 대화에서 탄핵을 언급하지 않았다거나 9개월 전 일로 기억이 불분명해 거짓 해명에 이르렀다는 발언도 정의를 상징해야 할 사법부 수장 발언이라고 믿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오른쪽)과 이탄희 의원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별관에서 임성근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 탄핵소추 의결서 정본을 제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종구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거짓말 이전에 김 대법원장이 사표를 반려한 것 자체가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5일 코트넷에 "법관직에 들어오고 나아가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직업 선택 자유"라며 "기본권을 제한하려면 헌법적 정당성이 있어야 한다"는 글을 남기며 김 대법원장을 비판했다.

반면에 대법원장이 탄핵 대상인 판사 사표를 받아들이지 않는 거 자체는 문제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정욱도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앞서 지난 4일 "탄핵이 논의되는 중에 '디폴트값(기본값)'이 아닌 사직 수리로써 탄핵 가능성을 봉쇄하는 게 오히려 직무상 의무나 정치적 중립을 위배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최근 보도를 보면 이 점이 반려 이유가 된 것도 같다"는 의견을 코트넷에 남겼다.
 

탄핵소추 발의가 전체 법관을 위축시키려는 불순한 정치적인 의도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에 동의하기가 어렵다. 이번 탄핵소추는 법관이 통제받지 않는 무소불위 권력으로 남아서는 안 되고, 다른 권력에 의해 감시·견제를 받아야 한다는 민주주의의 대원칙을 실천적으로 확인한  것이다. 

송승용 부장판사가 코트넷에 올린 '탄핵과 관련한 개인적인 의견' 글


헌정사상 초유 사태인 임 부장판사 탄핵을 두고도 '필요했다'는 주장과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선다.

송 부장판사는 "법관이 통제받지 않는 무소불위 권력으로 남아서는 안 되고, 다른 권력에 의해 감시·견제받아야 한다는 민주주의 대원칙을 실천적으로 확인한 것"이라며 국회에서 법관을 탄핵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2018년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흔히 '사법농단'으로 부르는 사법행정권 남용 연루 판사들에게 징계 절차 외에 탄핵 필요성을 의결했다는 점도 거론했다. 송 부장판사는 "탄핵소추는 법관 사회 내부 자기성찰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전국 법관대표 100여명이 모여 치열한 토론 끝에 표결에 이른 취지에도 부합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김 부장판사는 검찰이 2018년 사법농단 연루 법관 14명을 발표했을 때는 가만히 있던 국회가 지금에서야 움직인 이유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그는 "당시 국회는 진실규명을 하지 않았고, 탄핵 절차도 전혀 진행하지 않았다"고 꼬집으며 "왜 인제 와서 14명 중 1명인 임 부장판사만 콕 집어서 탄핵안을 의결하고 심판이 진행되도록 했을까"라고 물었다.

김 부장판사는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법언을 언급하며 "2년이 지나 정치적으로 미묘한 상황이 전개된 이후 발동한 탄핵소추권은 결코 '법치주의'와 '재판독립'이라는 헌법 가치를 지향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도 비판했다.

갈등 양상이 심화하자 우려하는 내부 목소리도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

김찬돈 신임 대구고등법원장은 지난 9일 취임하며 "초유의 법관 탄핵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로 상상하기 어려운 힘든 상황에 직면했다"면서 "준엄한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 신뢰를 얻고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균용 신임 대전고등법원장은 같은 날 "사법 신뢰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법원이 조롱거리로 전락하는 등 재판 권위와 신뢰가 뿌리부터 흔들리는 참담한 상황"이라고 심경을 드러낸 뒤 "냉엄한 현실을 직시하고 대내외 영향에 의연한 자세로 스스로 용기 있는 사법부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법관들에게 강조했다.
 

국회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에 연루된 임성근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지난 4일 부산고법 깃발에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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