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영 칼럼] 미·중 격돌시대.. 편싸움 심상찮다

강준영 한국외대교수/HK+국가전략사업단장입력 : 2021-02-19 06:16
 

[강준영 외교대교수, HK+국가전략사업단장]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 한 달, 미·중 관계의 눈치 싸움이 한창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3주 만에 시진핑 국가주석과 통화를 함으로써 시작된 첫 번째 지도자 간 접촉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불공정한 경제적 관행과 홍콩 탄압, 신장·위구르 지역에서의 인권 유린, 대만을 포함한 남중국해 역내에서의 독선적인 행동에 대한 근본적인 우려를 강조했다. 이에 시주석은 대만, 홍콩, 신장 문제는 중국 내정이라면서 주권, 영토 보전과 관련된 중국의 핵심 이익을 존중하고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되받아쳤다고 한다. 덕담보다는 향후 주도권을 둘러싸고 자신들의 입장 피력으로 바이든-시진핑 시대 미·중 관계의 첫걸음을 시작한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강경기조를 유지하면서 ‘동맹과 함께’ 중국을 제어하는 미국 주도의 국제사회가 중국을 상대하는 구도를 만들려고 한다. 물론 기후변화 문제 등 양국 협력이 가능한 분야는 협력하겠다는 입장임도 빼놓지 않고 있다. 중국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정책이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주의적 성향을 띤 대중 압박보다는 좀 더 조직적이고 규범적으로 접근할 것임을 우려하면서 대책에 부심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에 밀리지 않겠다면서도 미국의 조치를 넘어서는 대응은 자제하고 있지만, 미국의 동맹 중시가 가져올 파장에 대비해 우군(友軍) 확보에 주력하면서 미국의 의도를 와해시키려는 노력을 배가하고 있다.

사실 양국은 미·중 간의 갈등이나 국제 문제보다 해결이 시급한 산적한 국내문제를 안고 있다. 미국은 코로나 방역과 트럼프 그림자 지우기(ABT:Anything But Trump)에 부심하면서 내부적으로 분명히 존재하는 트럼프주의(Trumpism)도 극복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무지개 내각으로 불리는 다양한 내각 구성원들의 정책 조화와 우선순위도 시급히 조율해야 한다. 중국도 올 7월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앞두고 코로나19로 제동이 걸린 전면적인 중산층 사회(小康社會) 건설이 정권의 안정성과 합법성 담보에 매우 중요하다. 또 이 문제는 혹시 추진되고 있을지도 모르는 시진핑 주석의 3연임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중 갈등은 구조적으로 끝나지 않을 일임을 양국은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외교수장인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내정자가 강조했듯, 방식에는 문제가 있었지만 트럼프의 대중 압박 정책 방향은 틀리지 않았다는 언급에서도 찾을 수 있다. 중국 역시 코로나 방역 성공과 주요국 중 유일한 플러스 경제성장, 그리고 작년의 기저효과 때문이기는 하지만 8%대로 예상되는 올해의 성장을 근거로 중국식 발전 방식의 우수성을 내세우면서 국제질서 주도의 한 축을 담당하기에 조금의 부족함도 없다는 우월주의 색채까지 내세우는 중이다. 이 상황에서 미·중 관계의 갈등 추세는 적어도 당분간은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때문에 양국은 물밑에서 부단한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정책의 핵심인 인도·태평양 전략을 제도화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미국 주도로 인도, 일본, 호주 등이 참여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만든 쿼드(Quad) 고위 관료회의를 열고, 대만 해협에 구축함을 통과시키는 등 군사적 압박을 계속하는 중이다. 또 트럼프의 대중 압박 유산을 계승해 대중 무역압박 조치들을 지속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중국의 천문학적인 인프라 건설투자와 첨단 기술 연구·확보에도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이 점에서 군사전략과 직결되는 5G 같은 기술 분야에서 미·중 간 갈등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중국도 직접적인 대응은 자제하면서도 국제통상 신질서 구축에 적극적이다. 중국은 아시아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RCEP) 타결에 이어 유럽연합(EU)과의 무역협정에 합의했다. 물론 EU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높지만 유럽과의 동맹 강화로 중국을 견제하려는 바이든 행정부에 일격을 날린 것이다. 중국은 EU에 시장을 일부 개방함으로써 인권 문제에서 외교적 고립을 피할 수 있는 효과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미 상무부가 지정한 화웨이 등 중국 IT기업 블랙리스트 발표에 대항해 지난 9일 상무부령으로 '외국 법률·조치의 부당한 역외 적용 저지 방법(규정)'을 발표, 기업들에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직접적 강수도 두었다.

물론 바이든 행정부가 강공 일변도인 것만은 아니다. 최근 코로나19에 차이나나 우한(武漢) 등 지명을 붙이지 말라는 것이나,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군(軍)과 연계된 기업에 대해 미국인들의 투자를 전면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데 따른 조치인 중국 3대 통신사의 뉴욕증시 퇴출 결정을 번복했다. 대중 압박은 계속하되, 바이든 행정부가 예측 가능한 정책을 펴겠다는 의지를 우회적으로 보여준 것이지만 중국에서 볼 땐 분명히 유화적이다. 그러나 외교적 상대성을 고려해볼 때 중국이 과연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바이든 행정부는 법치주의와 국제주의를 강조하며 다자간 노력을 통해 중국의 모험주의를 저지하려 하겠지만 미국과 중국 간 극단 대결은 전 세계의 리더십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면 모두가 피해자가 된다는 점을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
 
 

강준영 한국외대교수/HK+국가전략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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