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원전 논란 팩트체크]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 교수 "북한 원전 당장 논의사항 아냐"

박성준 기자입력 : 2021-02-19 06:00
북한 원전 추진 문건서 제시된 3안 모두 현실성 제로 북한의 비핵화와 국제사회 신뢰도 회복이 중요…국내도 원전산업 지켜야

2019년 11월 23일, 정용훈 교수가 열린연단 강연자로 나선 모습. [사진= 정용훈 페이스북 제공]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과정에서 알려진 ’북한 원자력발전소 추진방안 시나리오‘에 대해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현실을 모르는, 희망뿐인 계획이라는 것이다.

이 시나리오는 2018년 4·27 남북정상회담 후 산업통상자원부가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마다 의견은 다르지만, 당시 평화적인 분위기에서 미래를 대비하는 차원이라면 한 번쯤 살펴보는 것이 큰 문제는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다만, 산업부는 이 문서가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는 내용을 서문에 명시했다. 또 향후 비핵화 조치가 구체화된 이후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달았다고 해명한 바 있다.

지난 16일 본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정용훈 카이스트 공과대학 원자력과 교수는 '북한에 원전 건설을 검토하는 행위가 상식적으로 가능한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언젠가 북한에 원전을 건설해 보자는 차원이라면 못할 것은 없다”면서 “다만, 언젠가라는 단서는 모든 조건이 만족할 때를 말하는 것이고, 그곳이 사실상 북한이라고 부를 일이 없을 정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이번 북한 원전 건설 문건에 관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정치논쟁과는 다른 부분을 지적했다. 북한이라는 국가에 원전을 짓는 이적행위 논쟁이 핵심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 교수는 오히려 국내 원전산업에 관한 걱정부터 했다. 정부가 국내 원전산업이 무너지는 것에 관해서는 무관심하게 대응하면서 북한에 원전 건설을 검토했다면 정부의 태도가 무책임하게 비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지난달 말부터 여야는 해당 산업부 문건을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야권에서는 이번 시나리오의 검토 자체가 이적행위라고 규정했다. 이와 달리, 여당은 북풍 공작이라고 맞받아쳤다.

정 교수는 “북한의 원전 건설 검토가 아이디어 차원이라고 해도 정부는 국내산업을 먼저 챙기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며 “만약 국내 원전 산업을 유지하면서 이 산업을 없애지 않기 위해 신한울 3~4호기를 더 활용하는 차원에서 북한 관련 논의가 나왔다면 이 정도로 많은 논란이 일어나진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한국산업의 구조상 에너지에 관한 정책은 굉장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북한 원자력 건설의 검토 과정에서도 산업부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정 교수는 짐작했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가 먹고사는 게 무엇이 있겠나.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라며 “우리가 쓰는 에너지가 대부분 수출품에 담겨서 나가는 원리”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반도체를 수출하는 경우 반도체를 만들 때 들어간 전기는 국내 사람들이 쓴 것이 아니라 수출국의 소비자가 쓰는 셈이라고 정 교수는 설명했다.

이어 정 교수는 “수출산업의 근간은 에너지이며, 결국은 에너지가 큰 몫을 하고 있다”며 “사실 우리나라 에너지산업을 발전시키는 차원이라면, 산업부에 북한 원전을 검토하라는 지시가 내려와도 실무자들이 얼마든지 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펙트체크, 북한 원전 건설 추진 3안 현실성은? 

앞서 논란이 된 ‘북한지역 원전 건설 추진 방안' 문건에는 총 3가지 방안이 거론됐다. △과거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경수로 건설예정 용지에 원전을 건설하는 안 △비무장지대(DMZ)에 원전을 건설하는 방안 △신한울 3·4호기를 완공해 북한에 송전하는 방안 등이다.

정 교수는 위에 언급된 북한의 원전 건설 시나리오에 관해 구체적인 검토보다는 아이디어를 내는 차원이라는 것에는 동의했다. 다만, 실무자가 자발적으로 시간이 남아서 했다는 수준의 해명은 말이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원전의 경우, 다양한 협약으로 규제가 작용하는 에너지 사업이며, 특히 북한 원전의 경우 유엔과 미국의 대북제재 해제 없이는 추진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우선, 1안으로 제시된 KEDO 부지 함경남도 금호지구에 신형 경수로 ARP-1400을 설치하는 안에 대해 정 교수는 불가능하다고 평가했다. 문건에서는 과거 북한이 원전 건설을 희망한 지역이었기 때문에 신속한 추진이 가능할 것이라는 단서가 있었지만, 정 교수는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는 한 북한 어느 지역이라도 원전을 건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북한이 핵에 관해서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완전히 항복해야 한다”며 “모든 핵무기를 다 폐기하고, 폐기했다는 것을 검증 받고, 앞으로도 IAEA의 사찰을 계속 받겠다는 약속을 먼저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북한이 핵무기를 완전히 공개하고 핵무기 프로그램에서 항복을 선언해야 북한 원전 건설 추진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지금 수준의 단계에서는 (북한 원전 건설 추진이) 의미가 없다”며 “말도 안 되는 이런 이야기를 검토했을까 싶지만, 그때 분위기를 보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2안은 비무장지대(DMZ) 내에 건설하는 방안이다. 이는 평화지역에 건설해 핵의 평화적 이용과 원전 수출이라는 상징성 확보가 추진 배경이었다.

정 교수는 2안에 관해서도 현실감각이 전혀 없는 계획이라고 혹평했다. DMZ 내 건설은 일반지역과 다르므로 기술적으로도 문제가 많으며, 특별한 이익도 없는 곳이라고 꼬집었다.

정 교수는 “DMZ 근처 몇십 ㎞라도 떨어진 곳에 좋은 부지가 있으면 거기에 (원전을) 설치해도 무방하다”며 “원전은 설치 이후에도 운전까지 고려해야 하는데, 운전원의 상주도 필요하다. DMZ에 사람이 상주하고 보급을 받는 것 자체가 상상이 안 된다”고 말했다.

3안인 신한울 3·4호기 건설 후 동해안 지역에서 북한과 전력망을 연결해 공급하는 것도 정 교수는 현실성이 없다고 질타했다. 3안에 관해 보고서에서는 이미 건설이 진행되는 사안이므로 가장 신속한 추진이 가능한 점과 사업비 절감을 이점으로 봤다.

정 교수는 첫 마디부터 신한울 원자력발전소를 북한에 갖다줘도 쓰지 못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 이유는 일반적인 기준으로 북한의 전력망 체계를 평가했을 때 우리나라에 비해 너무나도 열악하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북한 전력망이 워낙 엉망이라서 우리가 전력을 북으로 송전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북한 전력망을 모두 수리해줘야 한다. 북한은 내부적으로 동서도 연결이 안 되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쉽게 설명해서 우리가 자동차만 주면 거기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북한은 도로까지 깔고 SOC를 전반적으로 모두 손봐줘야 하는 상태”라고 강조했다.

3가지 방안에 관해서 모두 혹평을 했지만, 북한도 결국 전력생산의 경쟁력은 강화해야 한다는 게 정 교수의 주장이다. 이런 과정에서 원자력 발전소를 도입하고 장기적인 비전을 짤 필요성도 공감했다.

다만, 정 교수는 현재와 같은 단기처방으로는 가능성이 없다고 봤다. 우선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신뢰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정 교수는 “지금까지 원자력 발전을 하다가 핵무기로 돌아선 나라는 없는데, 핵무기를 개발하다가 포기하고 원자력으로 돌아선 나라도 없다”며 “앞으로 모든 것은 북한이 하기 나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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